4·15총선 정당투표, 어느 당 찍어야 하나

47개 비례의석 놓고 ‘양자택일’ 이전투구
소수 지분 확대라는 연동형 비례제 의미 퇴색

 

4.15 총선 정당지도


[고양신문] 총선이 채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정당투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반칙과 꼼수로 선거판을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의 화두는 ‘정당투표’였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의당, 그리고 민생당 3개 계파(바른미래당·대안신당·평화당)가 의기투합한, 이른바 4+1 공조에 의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법 개정의 방향은 분명했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에 제동을 걸고, 소수 정당에게 합당한 의석수를 돌려주자는 것. 때문에 이번 총선을 통해 노동·복지·환경과 같은 대안 의제들을 표방하는 소수 정당들이 원내정당으로 도약할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3% 이상의 표를 얻으면 3~4명의 국회의원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유권자 역시 이번만큼은 양자택일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역구는 인물을, 정당은 정책을 보고 선택하게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기득권 양당이 47석의 비례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상상을 초월하는 ‘막장정치’를 펼치며, 유권자는 또 다시 프레임 싸움의 들러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무주택자에게 돌아갈 주거단지를 어렵사리 지어놨더니, 부동산 갑부들이 줄줄이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미래통합당, 예고대로 비례위성정당 창당
현역의원 꿔주기, 공천 개입 등 편법 난무 


21대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이라는 전대미문의 용어가 등장했다. 원천기술은 미래통합당이 선보였다. 현재의 당명 자체가 비례위성정당 시도의 산물이기도 하다.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싱크로율이 높은 이름으로 처음 채택된 ‘비례한국당’이라는 당명이 선관위에 의해 부결되자, 비례를 미래로 바꿔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선거를 앞둔 범 보수 통합 과정에서 이번에는 거꾸로 ‘미래한국당’과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해 ‘미래통합당’이라는 당명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위성정당의 창당과 관련해 미래통합당은 ‘초지일관’의 예측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4+1 공조를 “패스트트랙 3법 통과를 위한 야합”이라 맹비난하며 “선거법이 개정될 경우 비례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여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으로부터 “법 취지를 기만하는 범법행위”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찬성하지 않은 게임 룰을 지킬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맞받아치며 현역 의원 꿔주기, 원격조정 창당, 비례공천개입, 영입인재 이적 등의 탈법적 절차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잡음이 터졌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복심으로 파견된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독자노선 공천’이라는 상상도 못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격노한 황 대표가 진압에 나섰고 한선교 대표가 모태 정당을 ‘한줌의 가소로운 권력’이라고 비난하며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래통합당은 원유철 의원을 필두로 한 진압군 파병을 통해 반란지 재건에 착수했지만, 후보 등록일까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 공천은 불 보듯 자명해 보인다. 보수지지층 사이에서도 “정치가 아니라 저질 코미디”라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자기가 만든 법 스스로 팽개쳐
겉으로는 ‘플랫폼 정당’ 실제로는 위성정당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는 더 심하다. 미래통합당은 솔직하기라도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본인들이 만든 선거법을 스스로 기만하고 있으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위성정당이 아닌 척’ 꾸며대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맹비난하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상한 기류가 시작된 건 3월 초부터다. 당 내부에서 “보수진영에 제1당을 빼앗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될지도 모른다”며 선거를 앞두고 항상 등장하는 ‘공포 마케팅’을 유포하기 시작한 것.

때맞춰 ‘플랫폼 정당’이라는 또 다른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미래통합당처럼 새 집을 직접 짓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지은 공동주택에 들어가면 괜찮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결국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범 진보·리버럴 진영이 결집해 거대 보수세력의 재등장을 막아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정치개혁연합’이라는 플랫폼 정당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하승수라는 진보의 아이콘과 함세웅 신부 등 민주화운동 원로까지 가세한 정치개혁연합은 녹색당, 미래당, 민중당 등 소수정당들과 교감하며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원내정당들에게 ‘기득권을 내려놓고 n분의 1로 참여하라’는 초청장을 띄웠다.

하지만 전 당원 투표로 비례정당 참여를 결정하고부터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달라졌다. 범 진보진영의 공조를 주도했던 정치개혁연합이 아닌, 소리 없이 창당절차까지 마친 또 다른 플랫폼 정당인 ‘시민과 함께’를 파트너로 전격 선택한 것이다. 시민과 함께는 조국 수호집회를 주도했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 인사들이 주축이 된 정당으로 드러났다. 때맞춰 더불어민주당은 이념과 성소수자 논쟁을 제기하며 통합진보당에 뿌리를 둔 민중당, 트랜스젠더 비례후보를 보유한 녹색당을 공조의 범위에서 밀어내버렸다. 비례순번 공천, 그리고 총선 이후의 국정에서 걸림돌이 될 만한 세력들과는 애초 공조할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시간이 촉박해 먼저 출발하는 차에 올라탔다. 차 문은 열려있으니 다른 정당들도 올라타길 바란다”며 겉과 속이 다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게 출범한 신생정당이 더불어시민당이다. 물론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가자환경당, 평화인권당 등 4개의 소수정당과 함께 동승한다는 모양새는 갖췄다. 하지만 창당한 지 얼마 안 된 신생정당, 또는 정당으로서의 역량이 의심스러운 수준이라 ‘위성정당’이라는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알리바이일 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보 지지층에서조차 “차라리 초지일관 솔직했던 미래통합당보다 더 뻔뻔하다”는 자조가 나온다. 이낙연 선대본부장이 한 토론회장에서 “민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는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유체이탈식 논평이나 하는 현실이야말로 민망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역사적인 선거법 개정의 의의를 범 진보진영 안에서라도 살려낼 것이냐, 차 버릴 것이냐의 운전대를 쥐고 있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거리낌 없이 후자를 선택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소수정당과 진보·재야인사 그룹마저 무시한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범 진보진영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평가받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논란 과정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정당이 열린민주당이다. 과거 열린우리당과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을 함께 연상시키는 당명이 말해주듯, 친노·친문그룹의 핵심 지지자 일부가 결집된 당으로서 손혜원 의원, 정봉주 전 의원이 중심이다. 당연히 외부에서 바라보는 눈길은 곱지 않다. 플랫폼 정당 국면에서 지분과 역할을 노리려는 의도로 창당한 제2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열린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에 합류를 시도하며 창당에 먼저 동참한 4개 소수정당을 또 한 번 기만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정의당, 진보지지층 전략적 투표 기대
민생당, 독자적 정당득표 기대하기 힘들어
국민의당, 지지율 안철수 개인기에 의존


정의당도 뒤숭숭하다.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을 디딤돌 삼아 선명한 정책대결을 펼쳐 정당투표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기대감으로 21대 총선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거대 비례정당이 두 개나 생기며 선거가 또다시 양자택일의 프레임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범 진보진영 플랫폼 정당 합류문제도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법 개정의 취지를 배반하는 비례정당참여는 유권자들의 혹독한 평가로 돌아올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며 진보층 지지자들의 전략적 투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외형적으로 정책공조를 유지해왔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진보진영의 대동단결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가 하면, 당원들 사이에서도 “처음부터 비례정당 참여를 타진하며 실리를 챙겼어야 한다”는 내부요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별 입장에서 차이가 나는 민생당 역시 혼돈의 도가니다. 당 지지도를 고려할 때 독자적 정당득표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 그룹은 더불어시민당 참여를 주장하는 반면, 바른미래당계는 독자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계파별로 당선 유불리, 비례순번 지분, 총선 이후의 행보 등에서 입장이 갈리기 때문에 당론 통합에 난관이 예상된다. 독자적 정당득표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일까. 민생당은 아직도 당의 주요 정책조차 정비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을 20명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원내 3당이 어떤 정책을 표방하는지 유권자는 알 길이 없다. 대한민국 국회, 그리고 총선의 현주소다.

안철수 1인 정당에 가까운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정당투표에 올인하기로 일찌감치 전략을 정했다. 안철수 대표의 인기에 의존하는 당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선택이다. 안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로 내려가 보름간 의료봉사활동을 펼쳐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4월 15일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그 사이에 또 다른 개인기를 보여줄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민중당·노동당, 정치 지형의 가장 왼편 지켜
녹색당·미래당, 차별화된 의제 제시
자유공화당·친박신당, 여전히 박근혜 마케팅


민중당과 노동당은 우리나라 정치 지형의 가장 왼쪽 자리를 지켜왔다. 녹색당과 미래당은 기존의 패러다임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의제를 정치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소수정당들의 정치적 지향점과 주요 공약들을 제대로 한번 검토해 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하지만 거대양당이 공생 노하우로 선택한 양자택일 프레임 정치의 틈에서 이들 소수정당들의 생존여부는 여전히 난감해 보인다.

반대로 자유공화당과 친박신당은 정치 지형의 가장 오른쪽 자리에 포진해 있다. 한마디로 이 두 정당은 박근혜 정권 탄핵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그룹이다. 조원진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행보를 같이하며 태극기집회를 주도해왔고, 홍문종 의원은 아예 당명을 ‘친박신당’이라 지으며 몰락한 권력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된 TK 정치인들이 결집해 다시 한 번 노골적인 박근혜 마케팅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선의 판단은 여전히 유권자의 몫

선거제도는 복잡하게 바뀌고 당은 이름이 헷갈릴 정도로 많아졌다. 하지만 정치세력이 분화됐다고 해서 정치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정치수준이 진전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선거가 다가올수록 21대 총선에 걸었던 기대가 체념, 또는 정치혐오로 추락할 조짐도 보인다.

하지만 꼼수와 반칙이 권력의 생리라면, 진흙탕 속에서도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유권자의 몫이다. 두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명단이 어떻게 정해질지, 그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는 과연 지켜질지, 소수정당들은 어떤 차별화된 공약을 보여줄지, 선거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선관위는 거대 양당의 탈법을 끝까지 모른 척 할 것인지,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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