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텃밭·마을숲과 연결된 행신동 마을습지
시민 모니터링으로 두꺼비 짝짓기터 지켜
토지주 협조로 산란 적지로 탈바꿈
'공동체기반 생태관리'의 모범적 사례 

두꺼비 암컷 등에 수컷이 포접한 모습. <사진=에코코리아>

[고양신문] 두꺼비는 마을동물이다. 옛사람들이 ‘떡두꺼비같은 아들’ 낳기를 바랬던 이유를 미루어 짐작컨대 몸이 시루떡같이 넓적한 암컷이 작은 수컷을 애기같이 업고 오는 모습을 보며 그랬을 게다. 사람들에게 친근했던 마을동물 두꺼비들은 그러나 마을습지가 사라지면 더 이상 우리곁에 머물지 못한다. 고양시를 통틀어 두꺼비 짝짓기터는 사유지로 남은 행신동습지 한 곳이 유일하다. 고양시에 두꺼비 짝짓기터가 얼마나 있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신도시 개발이후 살이터인 텃밭과 마을숲, 짝짓기터인 마을습지가 온전하게 연결되어 남아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그나마 다행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이곳이 사유지라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산란시기에 맞추어 시와 시민단체가 보전 조치를 취하려하지만 지하수를 끌어올려 물이 대는 것 외에는 달리 묘수가 없다. 토지가격이 높아 공공용으로 매입하기도 쉽지 않고 서울문산도로와 창릉신도시 예정까지 개발압력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두꺼비들이 산란하는 연못. <사진=에코코리아>

우선 시급한 것은 이곳 두꺼비집단이 얼마나 크며 개체수가 유지되고 있는지 아는 것이 급했다. 3년을 두고 시민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두꺼비가 숲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를 알기 위해서 봄볕이 따듯하다 싶으면 일단 나가서 농수로를 훑었다. 두꺼비는 평균 260마리 정도였고 수컷이 암컷보다 30%정도 많았다. 이곳 두꺼비가 숲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는 날은 전날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일 때였다. 산란지 연못은 큰 연못 1개와 작은 연못 7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봄철은 가물어서 이 시기에는 물을 미리 대어야 했다. 토지주를 설득해서 지하수를 끌어 올려 물을 채우면 시에서 도움을 주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 많은 연못들 중에 유독 두꺼비가 알을 많이 낳는 연못이 두 곳이 있었다. 무슨 연유인지 찾아보고자 수온과 산도, 물깊이, 수생식물, 포식자 등 다양한 환경요인을 조사해보았다.

그 결과 퍼올려진 지하수가 햇볕을 받아 데워지는데, 가장 높은 수온을 가진 연못이 선택된다는 것을 알았다. 위치에 따라 햇볕을 받는 시간이 다르고 연못 내부의 수생식물 종류가 수온 상승을 방해하여 온도차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두꺼비들은 수온이 15도 이상 되는 연못을 선택해서 알을 낳았다. 그리고 수중에 부들이 있으면 산란을 꺼렸고 연꽃 대가 많은 곳이 선택되었다. 두꺼비들이 헤엄을 치면서 기다랗게 알을 낳고 알주머니를 식물대에 걸쳐놓는 습성이 있어 빽빽한 부들밭보다는 연꽃밭을 선호했다. 이렇게 선택된 연못에서 깨어난 올챙이들은 일찍 낳은 알이든 나중에 낳은 알이든 변태하는 시기도 거의 같았다. 아무리 알을 일찍 낳더라도 물의 온도가 높지 않으면 성장이 더디고, 늦게 낳은 알이라도 물 온도가 높으면 금세 쑥쑥 자라서 새끼두꺼비가 되어 이동할 때는 한날한시에 함께 이동하는 신공(!)을 보여주었다.

<사진=에코코리아>
힘겹게 석벽을 오르는 두꺼비 암컷. <사진=에코코리아>

또 다른 문제로 두꺼비들이 살이터인 숲에서 짝짓기터인 습지까지 오가는 길목엔 온갖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암컷이 짝짓기터로 오는 도중 깊은 석벽 수로를 올라야 하는데, 뱃속에 알을 가득 담고 수컷까지 등에 업은 채 90도의 직벽을 기어오르기에는 무리였다. 보다 못해 3년 동안 이들을 들어 올려주는 구조 활동을 병행했다. 또한 두꺼비의 길죽음(로드킬)도 문제였다. 이동로 주변은 포장도로가 있어 자전거와 차들이 자주 다니고 고양누리길이 연결되어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기저기 압사한 흔적들이 보였다. 우선 급한 대로 현수막을 붙이고 두꺼비가 이동하고 있으니 조심해달라는 글귀를 남겼다. 다행히 길죽음 숫자는 20여 마리에서 3분의 1로 줄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포식자였다. 간혹 발가락이 없는 두꺼비들이 보이더니 앞·뒷다리 잘리고 길가 여기 저기 죽은 두꺼비들이 보였다. 분명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은 흔적이었는데 쪼인 상처로 보아 새 종류였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 몰려드는 까치들이 두꺼비를 공격해서 독이 있는 피부껍질을 벗기고 살을 쪼아 먹었다. 두꺼비는 독이 있어 천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까치가 공격자라니…. 간혹 그 댓가로 목숨을 잃은 까치도 보였지만 말이다. 두꺼비 올챙이들도 흰뺨검둥오리에게 먹히기도 했으나 이들 포식자들을 막을 묘안이 없었다.

그런데 올봄 습지를 다시 찾았을 때는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다. 연못마다 물이 그득하고 조류방지망이 쳐져 있으며 부들이 모두 뽑혀져 있고 연꽃대가 연못마다 수북하다. 지난해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토지주에게 알려주기는 했지만 이리도 잘 관리가 되어 있을 줄이야. 두꺼비도 살리고 소득도 올리는 방법으로 연꽃을 재배하고 미꾸라지를 사육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덕분에 일찌감치 신방을 차린 두꺼비들이 주인에게 고맙다고 연신 ‘껍껍껍’ 외쳐되고 있었다.

두꺼비 습지에 조류 방지망이 처진 모습. <사진=에코코리아>

자연자원 특히 생물자원을 관리하는 방법은 위에서 아래로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규제해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보다는 자연자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직접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식, 소위 상향식(bottom-up) 방식이 주효하다. 생태계관리를 이렇게 지역공동체가 스스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로 관리하는 방식을 공동체기반 생태계관리(CBM)라 부른다. 생태자산과 같은 공유재 관리를 주민참여형으로 제도화하고 공동체 내부의 관계망을 통해 관리하는 방법이다. 고양시 행신동의 두꺼비산란지 습지관리는 이러한 CBM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시민모니터링의 결과를 토지주가 수용하였으니 이제 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두꺼비사다리를 놓아주는 고양형 자연공생 협업모델을 기대한다.

 

 

산란을 하고 있는 두꺼비 암수. <사진=에코코리아>

 

직각으로 막힌 높은 석벽. <사진=에코코리아>

 

포접한 두꺼비 한쌍이 길죽음(로드킬)을 당한 모습. <사진=에코코리아>

 

조류방지그물에 걸린 새 깃털. <사진=에코코리아>

 

부들이 우점하고 있는 연못들. <사진=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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