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당 대표 인터뷰

[고양신문] 여야 모두 이름만 바꾼 비례 정당을 만들면서 가장 절망한 정치인은 심상정 국회의원이다.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아 선거제도개혁을 위해 전력투구했는데,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심상정 의원 입장에서는 누가 주도하더라도, 선거 승리를 보장받더라도, 선거제도 개혁의 원칙을 벗어난 비례연합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더 불리한 소수정당이 되어버린 정의당의 이름으로 지역구 출마라는 높은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정의당 당 대표이자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인 심상정 의원을 만났다. - 편집자주

이번 총선에서 처음 시행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놓고 각 정당의 이합집산이 반복되고 있다. 선거제도개혁을 주도했던 입장에서 당초 선거법개정안의 취지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위성정당 논란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대의정치의 핵심은 국회를 잘 구성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잘 구성해야 한다. 그중 핵심은 대표성과 책임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단순다수대표제 선거방식은 책임성에 대해서는 확고한 반면 대표성은 매우 취약하다. 1000만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 700만에 달하는 자영업자의 목소리, 장애인 등 소수자의 목소리는 매우 과소 대표되어있다. 때문에 대표성, 비례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인식은 이미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꾸준히 제기해 온 부분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를 실현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한 것이다. 이미 제가 제안하기 이전부터 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고 작년 한해 국회논의과정에서 제도적으로 후퇴한 부분도 있지만 다양성의 정치를 구현하자는 핵심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개정된 선거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양당체제 안에서 과소 대표되는 정의당 같은 제3의 정당이 교섭단체가 되어야 하고 녹색당, 미래당 같은 독자적 가치를 제시하는 소수정당이 원내에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수정당을 위해 마련한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 30석에 대해 미래통합당 측이 먼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의석 도둑질을 꾀하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고뇌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선거제도개혁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는 것이 아니라 꼼수에 꼼수로 맞서는 민주당의 모습 또한 매우 안타깝다.
 

정의당이 연합정당논의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민주당이나 다른 진보개혁정당과의 반목이 아니라 선거제도를 둘러싼 꼼수와 반칙을 거부한 것이다. 그리고 다양성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자 자기정치를 내놓고 평가받고 연정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연합정당은 오히려 다양성의 정치를 봉쇄하는 효과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집권당의 고뇌는 이해하지만 정의당 입장에서는 원칙을 지키는 길에 있어야 하고 정의당만이라도 정치개혁의 길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도 이를 민주세력 간의 반목이 아니라 성장의 길로 바라보고 정의당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으면 좋겠다.
 

진보정당 최초 4선 의원 도전을 선언했다. 어떤 마음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하시게 됐는지.

촛불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소모적인 양당 대결정치를 끝내고 다양한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표하는 정당들이 국회에 들어가 민생협치시대를 여는 것이 이번 선거의 핵심과제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미래통합당으로 얼굴을 바꾼 국정농단세력에게 덕양을 맡길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출마이유다. 그리고 지난 8년간 진행되어 온 덕양의 새로운 변화를 누가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인가가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권여당 타이틀이 덕양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1번지 덕양의 자존감을 지키고 주민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제가 시작한 덕양의 변화를 끝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으로 나서게 됐다.

 

몇 차례 공식선상에서 지역구 주민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후보에게 고양갑은 어떤 존재인가.

덕양 주민은 제 정치적 스승이자 고향이라고 항상 이야기한다. 그동안 정의당은 대중들로부터 노회찬, 심상정 밖에 없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지역구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의원이 두 명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수정당이 거대정당의 벽을 넘기 어렵다.
2008년 선거를 돌이켜보면 제가 의정활동 1등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이 지역에 나섰지만 낙선의 아픔을 겪었다. 그때 고양갑 주민들께서 정치인이 신뢰를 얻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철저히 가르쳐주셨다고 생각한다. 정치라는 것은 좋은 정책도 중요하지만 대중들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일깨움을 알려주셨다. 그 덕분에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최다득표차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고 지난 대선 대통령 후보, 현재 당대표까지 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민들로부터 ‘적어도 심상정은 믿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믿음의 정치인이 되고 싶다.

 

혹자는 ‘지역구 정치’가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인 ‘보편적 가치 추구’와 상충되는 것으로 바라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후보님은 오히려 진보정치인일수록 자기 지역에 기반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나타낸 바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진보정치인은 뚜렷한 신념을 갖고 있지만 대중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해야 하고 그 신뢰가 정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정치인일수록 민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정치적 신념과의 괴리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당심과 민심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대중정당의 역할이자 정치적 리더십이라고 봤을 때 특히 진보정당은 지역구활동을 통해서 민심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 또한 지역주민들과의 끊임없는 소통 속에서 정치적 노선이 오히려 확고해질 수 있었다. 지역구 정치를 통해 책임감이 높일 수 있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보편적 가치를 좀 더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지역입장에서 보면 고양시 4개 선거구 중 유일한 현역의원 후보라는 점에서 역할이 막중할 것 같다. 이번에 공약 발표한 ‘고양 그랜드플랜’ 경우 지역구뿐만 아니라 고양시 전체의 발전방향을 담아낸 부분이 인상적이다.

고양시 전체 발전 방향 속에서 덕양의 발전도 실효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작년 고양시에서 증가한 인구 7만3000명 중 72%가 덕양구 주민들이었다. 즉 덕양의 발전이 고양의 발전을 이끌어 온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의정활동을 통해 국비를 마련했지만 정작 고양시에서 사전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아 반납해야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는 고양시가 자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권한이 부족한 부분과도 연결되는데 그래서 특례시 도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선이 된다면 100만 특례시 법안은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다.
그리고 고양시 비전도 새롭게 업그레이드 될 필요가 있다. 베드타운을 넘어 경제자립도시로의 전망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대곡역 국제터미널 추진이다. 이곳은 단순한 정거장이 아니라 입출국 심사가 가능한 곳으로 작은 공항유치정도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균형발전 문제다. 특히 덕양의 교통격차는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외선 재개통, 고양선·통일로 지하철 개통을 추진하는 한편 도시 내부 교통순환을 위해 8자형 친환경 트램을 통해 순환형, 격자형 교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모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3자 구도로 선거가 진행될 경우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궁금하다.

여론조사 결과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난 총선에서도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상대후보에 8%가량 밀리는 것으로 나왔지만 결과는 수도권 최다 득표차로 승리를 거두지 않았나. 다만 여론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는 많이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거대양당간 진영대결이 격화되면서 지역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저는 지역구 주민분들을 믿는다. 소수정당 정치인을 발탁해 지금의 모습으로 키워주신 곳 아니겠나. 복잡하고 혼탁한 선거 국면이지만 내가 키운 심상정은 지켜줘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리고 심상정이 시작한 덕양의 변화를 끝까지 맡겨야 한다고 판단해 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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