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보호종료 청년 돕기 나선 정성진 크로스로드 대표

보호종료 청년 매년 2000명 이상 
홀로 사회 나와 사각지대에 놓여
10년 이상 체계적인 지원 필요해
연승산업과 협약 도움 손길 모아 

 

정성진 목사(크로스로드 대표)는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70세까지 목회를 하는 것은 건강한 교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개척초기부터 원로목사 제도 폐지를 제도화했고 실제로 지난해 각 교회의 담임목사를 청빙해 사역을 인계하며 원래 예정보다도 1년 더 먼저 은퇴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예수님의 길을 따라 가기로 했다”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5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지난해 크로스로드를 설립했고, 그동안 교회 목회에 전념하느라 미처 시도하지 못했던 핵심적인 일들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신문] “19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 자립해야하는 고아 청년들을 돕는 자립관을 세우고 싶었는데,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은퇴 후에 기회가 되면 ‘비빌 언덕’이라는 이름으로 자립관을 세워 고야 청년들의 자립을 도우려고 기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펴낸 『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 자서전에서 정성진 목사(크로스로드 대표)가 기도하고 있다고 밝힌 그 ‘비빌 언덕’ 구상의 첫 시작은 40여 년 만에 만났던 학창시절 동창 때문이었다. 
  
“제가 어릴 때는 고아들이 참 많았습니다. 저희 반의 반장도 고아였는데 똑똑하고 공부도 아주 잘했어요. 그런데 학교 졸업 후 40여 년 만에 우연히 만난 그 친구로부터 19세에 보육원을 떠나 사회로 떠밀려 나와 홀로 힘들고 외롭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친구와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청년들에게 ‘비빌 언덕’을 만들어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실 4살이나 많은 형이었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게 됐죠.” 

정 목사가 1997년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철학으로 일산에서 열 가정이 모여 예배를 드리며 개척한 거룩한빛광성교회는 6년마다 담임목사 신임투표제, 담임목사와 장로 65세 정년제, 가용 예산의 51%를 구제와 선교에 사용, 헌금명세서와 회계보고서 공개 등 한국 교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개혁모델을 제시하며 건강한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그 개혁 조치들이 어느날 갑자기 나오게 된 것은 아니었다. 1990년 『삶의 자리』라는 신학대학원 동기회 소식지에 기고한 글에서 정 목사는 ‘작금의 한국사회의 현실은 대소용돌이에 휘말려 아우성인데 교회는 구원의 생명줄을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진작부터 한국 교회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창했다. 
      
“원래 약속했던 것보다 1년 빨리 은퇴하고 지난해에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플랫폼이 되고자 크로스로드 선교회를 시작했습니다. 목회자들이 광야와 같은 세상을 향해 담대하게 나아가도록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다윗의 물맷돌’ 사역, 통일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통일기도의 집’ 사역, 그리고 보호종료 청년들을 돕는 ‘비빌 언덕’ 사역을 주로 하고 있죠. ‘비빌 언덕’ 사역은 시급하고 중요한 분야이니만큼 여러 사람의 뜻과 정성을 모아 제대로 된 운영 체계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19세가 되면 보육원을 떠나야만 하는 보호종료 청년들은 매년 2000명이 넘는다. 자립정착금(500만원)과 LH등 공공기관으로부터 주거에 필요한 금융지원 등 몇몇 지원책들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 준비없이 세상 밖으로 혼자 나오다 보니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 본인 자신이 범죄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국회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보육원을 나오고 5년 정도 지나면 약 40%이상의 청년들은 거주했던 보육원과 연락이 두절된다. 고아권익연대의 전윤환 대표가 “보육원 출신들은 돈이 떨어지면 남자의 경우 범죄자나 노숙자로 전락하고, 여자는 유흥업소에 빠지게 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3일 연승산업과 크로스로드는 자원순환과 나눔문화를 위한 상호협력 MOU를 체결하고 ‘비빌 언덕’을 사역을 활성화로 보육원 출소 후 자립 및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을 위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기로 했다.

 

요즘은 ‘비빌 언덕’이 펼치려고 하는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개인적으로 후원하거나 혹은 사업제안을 해오는 곳도 생기고 있다. 크로스로드는 23일 중고의류와 생활 잡화를 방문 수거해 재사용하는 자원순환경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연승산업(대표 송연섭)과 업무제휴를 맺었다. 연승산업은 수거과정에서 소비자가 물품대금을 수령하는 대신 ‘비빌 언덕’에 기부를 원하면 그 금액을 모아 크로스로드에 전달할 예정이다. 

송연섭 연승산업 대표는 “중고의류를 재활용해 수출하는 사업을 펼쳐가던 중 기부에 대한 시민의식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 것을 목격하고 크로스로드에 업무제휴를 제안했다”며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보호종료 청년들에게 힘이 되도록 부지런히 움직이겠다”고 했다. 

1983년 폐광촌 전도사로 목회활동을 시작했던 정성진 목사는 목회자들이 은퇴 후에도 원로목사로 교회에 남지 않고도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위해 또 교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지난해 자신이 개척한 교회에 담임목사를 청빙해 사역을 인계하고 물러나면서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을 펼쳐갈 생각에 늘 마음이 설렜다.  

“기존에 교회에서 보호종료 청년들과 봉사자가 1대1 매칭을 맺고, 반찬배달, 용돈제공 등을  했었지만 아이들이 마음을 잘 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비빌 언덕’ 사역을 통해 보육원에 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시설에서 나온 이후에도 멘토링, 상담, 장학금 지원, 여행 등 문화생활 지원 등은 물론 직업교육 등 최소 10년 이상은 꾸준히 지원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아이들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일하고 생활하며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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