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노래하는 ‘퍼플민’

연습중인 퍼플민 멤버들 (사진=이도영)

[고양신문]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도 즐겨 들었다. 음대를 가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음악을 공부할 수 없었다. 좋아하는 것을 못하니 무엇을 해도 열정이 생기지 않았고 행복하지가 않았다. 살면서 늘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오로지 음악 하는 사람들만이 부러웠다. 이렇게 음악을 짝사랑하면서 지내다 2018년 ‘퍼플민(purple民)’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노래를 만들어 함께 부르는 퍼플민의 대표 이도영 씨의 이야기다.

그는 현재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이사이면서 고양시민회 회원이고, 금정굴평화인권재단의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처음 3명으로 시작한 퍼플민은 이제 7명으로 늘었다.

6년 전 그는 동네에서 악기를 다루는 이들과 함께하는 밴드에 보컬로 참여했다. 그 일을 계기로 정식으로 보컬 레슨을 받으면서 작곡도 하게 됐다. 그러다 사회적으로 미투 사건이 터지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그런데 정작 모임 현장에는 구호만 난무했고, 합창을 할 수 있는 노래가 없었다. 목은 아프고 집회도 생동감이 떨어졌다.

이를 계기로 ‘위드유(with you)’의 마음을 담은 ‘우리 가는 길’과 ‘우리 함께’라는 곡을 만들었다. 그 노래를 좋아하고 같이 부를 이들을 찾아서 2018년 9월 여성들만으로 모임을 꾸렸다. 그해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송년회에서 첫 공연을 한 후, 고양시 유월항쟁 기념문화제, 금정굴 위령제, 천개의 마을꿈 페스티벌 등 다양한 곳에서 노래를 했다.

“그대가 걸어온 길은 외롭고 힘겨웠지만/ 우리 함께 걸어가는 이 길은 이젠 외롭지 않아요 … 우리 모두 같이 이 길을 걸어요/ 손을 잡고 함께 이 길을 걸어요…” ‘우리 가는 길’이라는 곡의 가사는 따듯하고 멜로디도 따라 부르기 쉽다. 공연을 본 이들이 용기와 위안, 희망의 메시지를 줘서 감동적이었다고 말해준 덕분에 노래를 계속할 힘을 얻게 됐다. 지난 1월에는 한국여성민우회가 전년도 동아리 활동을 잘한 단체에게 주는 상도 받았다.

노래하는 동아리 '퍼플민'의 1회 정기공연 모습 (사진=이도영)

보라색을 뜻하는 퍼플은 여성의 색깔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멍을 의미한다. 여기에 착안한 퍼플민은 바로 ‘멍든 사람들’을 상징한다. 무대에 설 때는 보라색 옷을 입고 공연을 한다. 그들의 노래는 여성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더 많은 이들에게 노래를 알리고 싶어서 작년 6월, 3명의 멤버와 ‘우리 가는 길’ 등 2곡을 넣어 앨범도 만들었어요. 힘없는 소수자와 연대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불러도 좋답니다.”

작년 10월에는 첫 번째 정기공연을 했고, 앞으로 매년 공연을 열 계획이다. 이 대표는 노래로 인권운동과 문화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계속 창작곡을 만들 예정이고, 앨범을 더 내기 위해 현재는 편곡작업을 하고 있다. 이 일에 함께할 새로운 멤버도 모집 중이다. 성별 구분 없이 노래를 썩 잘하지 않아도 되고, 음치나 박치만 아니면 된다. 즐겁게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는 이라면 좋다.

윤일희 회원은 “퍼플민을 하며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무대에 서는 일은 희열과 두려움이 상존한다. 중창팀이다보니 하모니를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이것이 팀을 유지하고 완성하는 원천”이라고 전했다. 영상제작과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지연주 회원은 “노래를 참 좋아하지만 직접 부르는 건 별로”라면서 그런 자신처럼 “각자 있는 그대로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즐겁다”고 말했다.

퍼플민의 활동 목적을 요약한 슬로건은 ‘노래한다, 더 이상 멍들지 않는 세상을!’이다. 퍼플민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마다 소외와 고통의 멍자국이 사라지기를 꿈꾸어보자.

퍼플민 멤버들 모습 (사진=이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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