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름 앓는 지역사회④> 업종별 위기 제각각, 고양시 기업인들

[고양신문]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침체가 현실로 다가왔다. 고양신문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지역사회의 경제적 충격을 분야별로 점검하고 있다. 이번에는 네 번째 순서로 고양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경제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고양시는 자족기반 미비로 기업이 부족하다고들 하지만 인구 107만이라는 대도시답게 예상보다 꽤나 많은 사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종사자수 5인 이상 사업체는 약 1만3000개, 5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수를 합치면 약 20만 명에 달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무역을 통해 성장하는 기업도 있는 만큼 기업활동은 코로나19의 해외상황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한 국내 초중고 개학연기로 인해 관련 업체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는 경우도 있다. 업종에 따라서는 위기를 기회로 보는 매우 특별한 업종도 있지만, 전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감, 심리적 불안감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시장이 장기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좌담회는 9일 ㈔고양시기업경제인연합회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긴급좌담에 참여한 기업인]

 ▲신영이 ㈜디엔비 대표(식품제조)  ▲정영관 ㈜원마운트 본부장(테마파크)  ▲이나겸 청어람소호비즈센터(사무실 임대업)  ▲최영석 ㈜유엠시사이언스(연구장비 제조·유통)  ▲차은정 아네시 부사장(화장품 수출)  ▲이하경 ㈜처가식품 대표(식품제조). 

 

기약 없는 ‘버티기’ 언제까지
1인 기업인들 포기하기 시작
상춘객 쇼핑으로 연결 안돼
수출길 닫히면서 업무 마비

 

▮ 코로나19로 인해 업체 마다 실제로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들려 달라.

► 이하경 식품업체를 운영한다. 우리는 생산품의 70%를 학교에 납품해왔다. 방학은 재충전의 시간, 학기 중에 벌었던 돈으로 직원들 월급 주고 유지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잠깐의 휴식기가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 동안 급식관련 매출이 전혀 없다. 온라인 판매로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생산라인을 유지하려면 직원들 모두 나와야 한다. 부분휴직이 힘들어 월급은 다 나가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개학시점을 모른다는 것이다.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

▲ 이나겸 청어람소호비즈센터(사무실 임대업)

► 이나겸 1인사무실 임대업을 한다. 저는 그나마 1인 독립실을 주로 운영하기 때문에 피해가 적은 편이지만, 같은 업종의 다른 공유오피스는 거의 텅 비어있는 수준이다. 저희 고객들인 1인기업인들 중에도 그만 두시는 분들이 많다. 3명 나가면 1명 들어오는 수준으로 점점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저희 사무실에 입주해 계시는 분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30~40대 젊은 가장들이 대부분이다. 이분들이 사무실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 정영관 도심형 테마파크, 스포츠클럽(골프연습장), 임대업 등 종합 사업을 하고 있는 원마운트는 모든 분야에서 타격이 심각하다. 성수기가 아니더라도 하루 2000명이 테마파크에 방문했는데, 2월부터 아예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4월 중순부터는 성수기지만 개장준비는 생각도 못하는 실정이다. 실내스포츠도 회원들이 덜 오신다. 원마운트 쇼핑몰 사업자만 300여 명이다. 개별 자영업자 분들은 주말에만 문을 여는 분도 있다. 그만큼 매출감소가 심각하다. 호수공원 상춘객들이 원마운트 쇼핑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 입장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언제까지 시행될지가 가장 중요하다.

▲ 정영관 ㈜원마운트 본부장(테마파크)


► 최영석 온라인마켓, 배달, 손소독제·마스크 업체들은 호황이다. 저는 바이오·제약회사 등에 연구장비를 납품하고 컨설팅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면서 연구장비 수요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회를 잡은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다양한 업종들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곧 도산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다. 밑바닥부터 무너지면서 모두가 위태롭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 전반적으로, 특히나 기업인들 사이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 신영이 이하경 대표처럼 식품(베이커리)제조업을 한다. 저는 학교급식이 전체 매출의 35% 정도다. 급식만 했다면 죽을 상황이었을 것이다. 군부대와 마트에 공급하며 겨우 숨만 쉬고 있다. 개학(급식)을 앞두고 원부자재에 많이 투자했다. 치즈, 소시지 등은 유통기한이 길어야 3주다. 눈물을 흘리며 다 버려야 했다. 마트 매출도 3분의 1로 급감했다. 소비자들이 전부 모바일과 PC로 먹거리를 주문하고 있다. 매출이 일어나는 곳은 온라인뿐이다. 베이커리같은 소비재를 직접 보지 않고 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패턴을 공부하는 계기도 됐다.

▲ 차은정 아네시 부사장(화장품 수출)

► 차은정  화장품 수출업체다. 제품의 100%를 모두 수출하고 있는데, 비행기가 안 뜨니 매출이 나올 수가 없다. 주로 베트남,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해왔다. 각 나라가 국경을 막고, 그 나라 매장이 폐업하면서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또 저희는 최근 2~3년 사이 매출규모를 2~3배 늘리며 성장하는 시기였다. 그러면서 직원도 2배 정도 늘렸고 부채도 많아졌는데 갑자기 회사업무가 정지됐다. 성장세에 있던 기업은 피해가 더 심각하다. 

 

학교 멈춰도 급식실 계속해야
‘급식도시락’으로 결식아동 살리자
100인 기업까지 지원폭 넓혀야
항공물류비 급등, 수출길 열어달라


▮ 정부 지원대책은 어떤가. 또 어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나.

► 이하경 정부와 지자체가 기업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피부로 와닿는 게 하나도 없다. 오늘도 주거래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을 돌아다녔는데 성과가 전혀 없었다.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그냥 지치기만 한다. 대표이사가 와야 한다고 해서 가보면 다 헛수고다. 회사경영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간만 축내고 있다. 뭔가 좀 확실히 정해놓고 정부가 발표했으면 좋겠다. 25년간 일하면서 식품회사가 돈을 못 벌어도 굶어죽진 않는다는 생각으로 일해 왔는데, 지금은 진짜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됐다.    

▲ 이하경 ㈜처가식품 대표(식품제조)

► 신영이 현재 기업지원금이 고용노동부는 종사자 수 30인 미만, 무급휴직자 생계지원은 50인 미만이다. 50인 이상 기업에 대한 지원이 없다. 종사자 50~100명 기업들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저희 회사처럼 직원이 100명 가까운 회사가 무너지면 직원들도 다 같이 무너진다. 이들을 모두 실직자로 만들 수는 없지 않나. 요즘 단축근무로 해가 있을 때 퇴근시키는데, 걸어가는 직원들 뒷모습 보고 있으면 기업주는 눈물이 난다.

► 신영이 정부와 교육부에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학교가 개학을 연기했지만, 기존 급식 시스템을 그대로 돌려 학교에서 도시락을 생산했으면 한다. 그 도시락을 각 가정에 배달, 또는 찾아가는 시스템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급식과 관련된 식품회사, 유통, 농산물생산자, 급식실 노동자 모두가 살 수 있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도 좋다. 워킹맘의 일손을 덜어주자. 삼시세끼를 고민해야 하는 주부들의 걱정도 덜어주자. 또 우리 주변엔 아직까지도 결식아동이 많다. 끼니를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모든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주자. 무상급식 비용을 1인당 4500원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드는 급식비가 고양시만 5억7000만원이다. 한 달이면 125억원이다. 이 돈이 풀리지 않고 있다. 기업,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급식 도시락’을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 신영이 ㈜디엔비 대표(식품제조)

► 정영관 우리같은 종합회사(원마운트)는 코로나 이후의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쇼핑몰에 가면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 또는 낙인이 찍힐까 두렵다. 지자체와 정부가 이런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어렵게 되면서 최근 사직한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장기적 대책으로 직원 채용 시 ‘교육훈련지원금’을 각 회사에 지원해주면 실업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부가세나 재산세를 유예하는 것도 확대 실시해야 한다.

► 최영석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된다면 정부의 여러 지원책이 별 효과가 없게 될 것이다. 학교도 단계적으로 문을 열었으면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등교하는 게 어떨까 싶다. 일부지역을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지정해서 소비활동을 장려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업소별, 개인별 위생을 더욱 철저히 하고 외부유입요소는 더욱 관리해서 유지해야 할 거다. 돌아다니지 못하는데 재난소득을 어떻게 쓰란 말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최영석 ㈜유엠시사이언스(연구장비 제조·수출입)

► 차은정 정부의 기업 지원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전 최근에 대출을 받았다고 더 이상 대출은 불가하다고 한다. 우리 기업이 당장 힘든데, 지원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답답하다. 이런 비상상황에서는 절차도 단순화하고, 지원대상도 넓혀야 한다. 수출회사를 위한 물류비 지원도 국가에 요청한다. 항공노선이 줄어들면서 물류비가 높아졌다. 물류비는 제품값에 포함된다. 결국 국경이 열리더라도 수출에는 한계가 있다. 수출길을 열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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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고양시기업경제인연합회 회의실에서 고양시 기업경제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인배 고양시기업애로상담지원센터장, 최영석 ㈜유엠시사이언스, 정영관 ㈜원마운트 본부장, 차은정 아네시 부사장, 이나겸 청어람소호비즈센터, 신영이 ㈜디엔비 대표, 이하경 ㈜처가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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