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39개동 전반에 드러난 표심 분석 

[고양신문] 심상정 후보의 4선 도전은 먹구름이 끼이는 것처럼 보였다. 두 번까지는 밀어준다고 하더라도 세 번 연속 소수정당 후보에 대한 덕양구 주민의 지지는 버거워보였다. 여기에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서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 정서가 강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으로 진보 표심이 양분되면서 심 후보로서는 고전이 예상됐었다. 

일산동·서구에서는 반민주당 정서가 떠들썩하게 표출됐다. 반민주당 정서의 핵심은 ‘창릉 신도시 때문에 일산이 죽는다’였다. 지난해 5월부터 수개월 간 진행된 ‘3기 신도시 반대’ 주말 촛불집회가 이 정서를 잘 대변한다. 부동산정책에 뿔난 민심에 올라탄 통합당 후보들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를 방어해내야 하는 민주당 후보들에게는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모든 예상은 빗나갔다. 덕양구 표심의 밑바닥에는 ‘인물론’으로 따지면 심상정 후보만한 이가 없다는 평가가 흐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창릉 신도시가 표심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창릉 신도시 반대 목소리는 높았지만 확산성이 없었다. 막상 투표장에서 정치적 지향을 바꿀 만큼 창릉 신도시는 폭발력이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다만 조용했을 뿐이었다.  

 6개동 제외한 33개동 당선인이 승리 
 고양시 39개동 중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동은 27개동, 미래통합당 후보가 승리한 동은 6개동, 정의당 후보가 승리한 동은 6개동으로 나타났다. 동별 분석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정의당의 선전이 드러난다. 심상정·한준호·홍정민·이용우 등 4명의 당선인들은 어느 한 지역의 몰표로 당선되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다. 당선인들의 표가 고양시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고르게 분포했다는 의미다. 고양시 39개동 중에서 당선인이 승리한 동은 33개동, 당선인이 패배한 동은 총 6개동(주교동·관산동·화정1동·대덕동·마두2동·장항1동)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3개동(주교동·관산동·화정1동)에서 통합당 이경환 후보에게 패배했고, 민주당 한준호 후보가 1개동(대덕동)에서 통합당 함경우 후보에 졌으며, 민주당 홍정민 후보가 2개동(마두2동·장항1동)에서 통합당 김영환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대덕동은 유권자가 3978명뿐이라는 점에서, 마두2동과 주교동은 당선인과 2위의 표차가 겨우 각각 4표, 36표라는 점에서 당선인 패배의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 고양시정에서는 8개동 모두 민주당 이용우 후보가 통합당 김현아 후보에게 이겼다. 

 이처럼 한 지역에서 몰표가 나오지 않고 고르다는 것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총선 후보자들이 지역개발 공약 등을 남발하며 표심을 자극했지만 실상은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나아가 지역개발 공약보다는 후보가 속한 정당에 대한 평가가 표심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도 볼 수 있다. 

 행신3동은 최대 4508 표 차이, 마두 2동은 불과 4표차  
 고양시 39개동 중 1위와 2위의 표차가 가장 크게 났던 동은 행신3동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한준호 후보가 1만2928표(53.3%)를 획득한데 비해 통합당 함경우 후보는 8420표(34.7%)에 그쳐 두 후보의 표 차이는 4508표나 벌어졌다. 행신3동은 지난 2018년 고양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이재준 후보에게 63%의 득표율로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준 동이었다. 이번 총선으로 행신3동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가장 탄탄한 동으로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이에 반해 1위와 2위의 표차가 가장 적었던 동은 마두 2동으로 나타났다. 마두 2동은 장항1동과 함께 고양시병 선거구에서 통합당 김영환 후보가 당선인인 민주당 홍정민 후보에게 승리한 ‘유이한’ 동이었다. 김 후보가 홍 후보에 불과 4표 차이로 승리한 동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양시 39개동 중 1위와 2위의 득표율에서 가장 차이가 많았던 동은 화전동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한준호 후보가 54.5%(5446표)를 획득한 데 비해 통합당 함경우 후보는 31.9%(3193표)에 그쳐 그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22,6%포인트였다. 

 김현아 공들인 탄현동, 결과는 이용우 승리   
  고양시 39개동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득표율이 가장 높은 상위 3개 동은 ▲풍산동(57.0%) ▲탄현동(54.8%) ▲화전동(54.5%)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탄현동은 득표율로 따지자면 일산서구 8개 동 중에서 이용우 후보가 김현아 후보에게 가장 크게 이긴 동이다. 이 후보의 득표율이 54.8%, 김 후보의 득표율이 42.6%로 집계되어 12.2%포인트 차가 났던 곳이다. 사실 김 후보가 ‘탄현 공공주택지구 지정 철회’와 함께 ‘공원묘지 조성 저지’를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선거운동 기간 동안 탄현동에 꽤 공을 들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아이러니한 결과다. 금정굴 유족회 측에서는 ‘공원묘지’가 아니라 ‘평화시설’이라고 항변했고 이용우 후보 역시 ‘공원묘지 조성’을 가짜뉴스라고 맞받아쳤다. 

반면 통합당 후보에 대한 득표율이 가장 높은 상위 3개 동은 ▲장항1동(58.2%) ▲마두2동(49.5%) ▲주엽2동(48.0%)으로 나타났다. 

 창릉 신도시 폭발력 그렇게 크지 않아 
 창릉 신도시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고 서울 출퇴근이 어려워지는 것을 우려하는 마음이 뚜렷하게 표심으로 연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1기 신도시의 주축을 이루는 동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 동에서 민주당 후보와 통합당 후보 간 득표율 차이를 보면, 백석1동 11.1%포인트, 백석2동 16.1%포인트, 장항2동 6.7%포인트, 정발산동 11.1%포인트, 주엽1동 2.8%포인트, 주엽2동 1.5%포인트, 대화동 8.9%포인트 등으로 나타났다. 주엽1·2동이 그나마 3기 신도시 재검토를 당론으로 내세운 통합당이 선전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번 4·15 총선에서 나타난 고양시 39개동의 표심을 분석해보면, 고양시 유권자들은 전반적으로 정치적·사회경제적 외부 요인에 의해 정치적 지향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혹은 유권자 본인이 가진 정치적 지향을 바꿀 만큼 정치적·사회경제적 외부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농촌지역은 보수 색채, 도시지역은 진보 색채라는 이분법도 고양시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창릉 신도시, 자영업의 어려움, 교통 불편 등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하는 외부 요인이 막상 투표장에서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좀 더 과감하게 말하자면 ‘설사 집값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차마 박근혜 탄핵의 원인제공을 했던 거대 보수당에 표를 줄 수 없다’는 표심이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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