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재난지원금 카드 효과 얼마나 체감되나

전통시장도 대형쇼핑몰도 매출 상승
잠들었던 소비 깨우는 ‘마중물’ 역할

[고양신문] 모처럼 소상공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 전통시장의 건어물점포 사장은 “오랜만에 손님 구경을 하니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고, 대형쇼핑몰의 커피전문점 사장도 “이제야 봄이 오는 기분”이라며 어깨를 폈다.

고양시가 14일부터 코로나19 위기극복지원금 선불카드 발급을 시작했다. 일종의 재난기본소득인 셈이다. 금액은 1인당 5만원. 적다면 적을 수도 있는 액수지만 소비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컸다. 지난 주말부터 매출이 눈에 띄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카드의 사용처 기준이 연매출 10억 원 미만이라 대부분의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고, 8월 31일까지는 모두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산전통시장 상인회에서 배부한 안내장.

오래간만에 활력 되찾은 일산시장
점포마다 ‘재난지원카드 환영’

고양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중 한 곳인 일산시장에서는 점포마다 ‘재난지원금 카드, 지역화폐, 아이돌봄카드 모두 사용 가능’을 알리는 안내문이 매장마다 부착돼 있었다. 안내문은 일산전통시장 상인회가 제작해 140여 개 점포에 일괄 배포했다. 상인회측은 시장 입구에 홍보 현수막도 부착한다는 계획이다. 재난지원금 카드 고객을 최대한 유치하려는 기대감이 전해졌다.

반응이 가장 빨리 온 분야는 식료품점이나 외식업소다. 떡집 사장은 “어제 하루 동안 10명도 넘는 손님들이 재난지원금 카드로 결제를 했다”면서 “가뭄에 단비처럼 고맙다”고 말했다. 정육점 사장은 “오래간만에 고기 사 먹으러 왔다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일종의 공돈이 생긴 거니까 손님들도 기분 좋게 소비를 하고 간다”고 말했다.

일산전통시장상인회 조희순 매니저는 “지난 주말 시장 전체 매출이 30% 정도 상승했는데, 이번 주에는 50% 정도 상승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산시장의 건어물가게, 반찬가게, 두부가게 사장님이 '코로나 위기극복'을 힘차게 외치고 있다.


소비위축 직격탄 맞은 원마운트
유동인구 늘며 매출상승 기대

도심형 테마파크와 쇼핑몰, 스포츠센터가 집합된 원마운트도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워터파크와 스노우파크가 영업을 잠정 중단하며 쇼핑몰까지 매출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곳에서도 재난지원금 선불카드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디야커피 원마운트점을 운영하는 박세신 점주는 “하루에 6~7건 정도 고양시 재난지원금 카드로 결제한다”면서 “그동안 집에만 있던 소비자들이 재난지원금 카드 덕분에 외출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마운트 쇼핑몰운영사무소 이재현 팀장은 “봄날씨를 즐기러 호수공원을 찾는 나들이객들의 증가와 재난지원금 선불카드 발급이 맞물려 내방객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일부터 워터파크와 스노우파크를 재개장하면 상가도 더욱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이디야커피 원마운트점의 박세신 점주.


재난지원금 ‘이왕이면 우리 가게에서…’
상권·점포마다 고객유치 홍보 열중

고양시 재난지원금이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며 20일부터 발급을 시작한 경기도 재난지원금(1인당 10만원)과 한창 논의가 진행 중인 정부 재난지원금에 대한 기대감도 켜지고 있다. 아울러 각각의 상권과 점포마다 재난지원금 소비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도 경쟁적으로 펼쳐질 조짐이다. 조희순 일산시장상인회 매니저는 “이왕이면 재난지원금 선불카드를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전통시장에서 소비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시장 상인들에게는 정말 절박한 기회”라고 호소했다. 이재현 원마운트 팀장도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원마운트에서 오래간만에 친구, 또는 가족들과 나들이를 즐겨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별 점포들도 나름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풍동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재난지원금 카드를 가지고 오면 음료나 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문자를 고객들에게 부지런히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두동의 한 베이커리카페는 재난지원금 카드로 고객회원이 커피 10잔 값을 선결제하면 쿠폰 12장을 주는 방식으로 단골을 유치하고 있다.


차칫 경각심 늦춰서는 곤란
적절한 소비-긴장의 균형 찾아야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이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경각심마저 희석시키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규발생환자 숫자가 열흘 가까이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싱가포르나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집단감염이 재발할 우려는 여전히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부 완화한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긴장을 풀지 말고 생활 속 방역지침을 유지해달라”고 강조한 이유다. 소비의 활성화와 감염병 차단을 위한 인내심 유지 사이에서 소비자들도 소상공인들도 적절한 균형과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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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인쇄물을 코팅해 붙이고, 누군가는 과일상자에 매직으로 손글씨를 썼고, 누군가는 아예 현수막을 내걸었다. 고양시와 경기도의 재난지원금 카드를 환영한다는 매장 입구의 안내문이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코로나19의 위기가 끝나고 경기가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를 바 없다. 거리에서 만난 안내문들 속에 담긴 자영업자들의 간절함을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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