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윤관우의 천체이야기> 3. 달 뒤에 숨은 태양, 일식

태양 가리는 정도 따라 개기-금환-부분일식
지구와 달 공전궤도 차이로 ‘어쩌다 한번’
직접 목격하면 스펙터클한 감동 잊지 못해
한반도 35년 개기일식, 41년 금환일식 관찰 가능

[고양신문] 필자 윤관우는 아마추어 천체사진작가로서, 정발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고양의 이웃입니다. 계절과 별자리, 혜성과 유성우, 성운과 성단, 그리고 블랙홀까지 밤하늘을 관측하며 건져낸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매달 한 꼭지씩 들려줍니다. <편집자 주>

 

윤관우 아마추어 천체사진작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지만, 우리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습니다. 보통 행성들은 위성을 거느리기 마련인데, 지구도 행성이다 보니 위성이 있습니다. 바로 달입니다. 지구는 이 달이라는 위성을 데리고 다니면서 태양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그 셋은 일정한 시기에 따라서 서로 다양하게 배열됩니다. 셋이 모두 일직선으로 늘어서게 되면 지구에서는 보름달 아니면 그믐달로 보이게 됩니다. 보름일 때는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늘어서게 되고, 그믐일 때는 태양-달-지구의 순서가 됩니다.

이때 달이 태양을 가리게 되는 천문현상을 일식이라고 합니다. 즉 지구가 태양 주변을 공전하고 있고 달이 지구 주변을 항상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 달, 지구의 순서로 배열이 되는 그믐달에는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달이 공전하는 궤도가 지구가 공전하는 궤도보다 5도 정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그믐마다 늘 일식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지구 전체의 사건으로 보면, 최소한 1년에 2회 이상은 지구 어딘가에서 일식(개기, 금환, 부분일식)이 일어나고 있고 그 중 개기일식은 2회를 넘지 않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1935년에는 한 해 동안 5번의 일식이 일어났으며 이후 2206년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월식은 어떤 것일까요? 지구는 태양을 돌고,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합니다. 그러다보면 가끔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이 어쩌다 일직선상에 서 있게 됩니다. 이때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현상을 월식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월식도 일식처럼 여러 가지 형태를 띠게 됩니다. 월식은 달 전체가 가려지는 개기월식과 일부만을 가리게 되는 부분월식, 그리고 반영월식이 있습니다. 반영월식은 달이 지구의 본 그림자(Umbra)가 아닌 반 그림자(Penumbra)로 지나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태양 때문에 지구가 이 드넓은 우주에 만들어낸 그림자를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스치기만 할뿐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현상을 말합니다. 요약하자면, 달이 본 그림자를 관통하면 개기월식, 태양과 지구와 달이 완전히 정렬되지 않아서 지구의 그림자가 달에서 한 입 베어 문 애플로고처럼 보이면 부분월식이 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다음 개기월식은 2021년 5월 26일이라고 하니 이 아찔한 구경거리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월식은 천문학 연구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월식 때 태양 복사가 차단되어 달 표면 물질의 반응을 연구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달 토양의 구성과 열전도율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기월식의 경우에는 달이 만드는 그림자에 비해 지구가 만드는 그림자가 훨씬 크기 때문에 지구 여기저기서 관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개기일식은 매우 한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합니다. 즉 지구와 달은 태양 자전축을 중심으로 돌기 때문에 일식이나 월식의 그림자들은 대부분 지구나 달을 가로방향으로 가로지르면서 진행됩니다.

윤관우 작가가 그린 '일식 모아보기' (iPad pro, procreate, 2020)

그럼 일식과 월식은 왜 매달 일어나지 않을까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일 년 동안 달은 그믐과 보름을 반복하므로, 대략 24번 정도 서로 일직선으로 늘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지구가 돌고 있는 공전궤도면과 달이 공전하는 궤도면의 각도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항상 세 천체가 한 평면에 있지 못합니다. 덕분에 일식과 월식은 귀한 현상이 됩니다. 특히나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없는 일식은 매우 귀하며, 그마저도 지구와 달이 지닌 고유한 궤도 특성으로 인해 특정지역에서 더 자주 일어나게 됩니다.

보통 지구에서 보는 태양의 크기는 거의 고정되어 있지만, 달의 경우에는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공전궤도상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울 때와 멀 때의 크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이 때문에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게 되더라도 그 정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지구상의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태양이 가려지는 정도가 다른데, 태양이 달에 의해 완전히 가려지고, 지구에 달그림자가 어둡게 생기는 것을 ‘개기일식’이라고 합니다. 이때는 낮에 일식이 발생해도 한밤중처럼 캄캄해집니다.

개기일식과는 달리 태양의 시직경이 달의 시직경보다 클 때는 달이 태양의 안쪽으로 쏙 들어가서 가리게 됩니다. 그 모습이 마치 금반지와 같다고 해서 금환일식이라고 합니다. 평균 각지름이 달보다 태양이 약간 크기 때문에 개기일식보다는 금환일식의 발생 빈도수가 조금 더 높습니다. 2020년 6월 21이는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금환일식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50%정도 가려지는 부분일식으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가장 최근인 작년 12월 26일 괌에서 이 금환일식의 전 과정을 또렷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발생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광경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금환일식의 전체 과정. 2019년 12월 16일 괌의 솔레다드 요새 근처에서 촬영. 

하이브리드일식 또는 금환개기일식이라는 명칭도 있는데, 태양의 시직경과 달의 시직경이 같거나 비슷할 때, 어떤 지역에서는 금환일식으로 보이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개기일식으로 보이기도 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 2013년 11월 4일에 하이브리드 일식이 있었으며 2023년 4월 20일에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달이 태양의 부분만을 가리는 경우를 부분일식이라고 합니다. 비교적 가장 흔하게 관측할 수 있는 일식입니다. 부분일식은 부분일식만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개기일식이나 금환일식이 일어나는 주변 지역에서 관측되며 개기일식과 금환일식이 일어나기 전후에도 부분일식의 형태로 관측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개기일식은 약 18개월을 주기로 한 번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장소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통계상 약 370년에 한 번 꼴로 개기일식이 발생한다고 하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면 정말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24년인 1887년 8월 19일에 함경북도 두만강 인근에서 개기일식이 관측됐지만 서울에선 여전히 부분일식으로만 기록됐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볼 수 있었던 마지막 개기일식은 조선 철종 3년인 양력 1852년 12월 11일에 일어났습니다. 또한 1948년 5월 9일에 마지막 금환일식이 관측됐습니다만, 일부에서는 개기일식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최대식분이 99.99%인 금환일식이어서 고리는 가늘어서 거의 보이지 않고 순간적으로 거의 개기일식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태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개기일식은 한반도에서 2035년 9월 2일 북한 평양과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볼 수 있고 2041년 10월 25일에는 독도에서 금환일식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35년과 41년에 일어날 한반도 최대의 우주이벤트를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때면 저도 30대가 될 텐데 무슨 일이 있어도 본방사수 해야겠습니다.

2017년 보스턴에서 개기일식을 본 이후, 2년 6개월 만에 미국령 괌에서 금환일식을 관측했습니다.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좋았어요. 금환일식 자체는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말로는 다하지 못할 감동을 주었습니다. 2020년 12월 14일 개기일식도 꼭 봐야겠습니다. 파타고니아가 좀 멀긴 합니다만~^^. 

 

※ 축! 윤관우 작가 천체사진공모전 수상
필자인 윤관우 작가가 한국천문연구원이 주최하는 제28회 천체사진공모전에서 태양계분야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바로 위 사진 ‘금환일식 2019’ 작품을 출품해 얻은 쾌거입니다. 청소년 작가에게 주어지는 꿈나무상도 함께 받았습니다.
윤 작가는 “고양신문에 원고와 사진을 보낸 날 수상 소식을 통보받아 정말 신기하고 기뻤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고양신문도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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