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혜 기자의 지구생활안내서> (2) 슬기로운 선택, 태양광발전

“나를 이제 소장님이라고 불러줘요.”
(어이없는 표정)“무슨 소장님이십니까?”
“발전소장입니다.”

지난해 9월, 드디어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모듈을 설치하고 가족에게 했던 말이다. 몇 해 전부터 태양광 발전기를 달고 싶었지만 기계비를 회수하려면 10년은 걸린다는 가족들의 만류에 자비 설치는 포기하고 지원금 나오기만 노리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 아파트에 시 지원사업으로 신청세대에는 무료로 설치해준다며 설치업체가 나타났다. 오 예~!. 이웃들에게도 어서 신청하라고 독려하고 한 달쯤 기다린 후 드디어 태양광 모듈을 설치했다. 베란다 창틀에 고정된 우리집 태양광 모듈은 생산해서 바로 쓰는 방식이라고 했다. 태양광 축전지는 비싸서 바로 만들어 바로 쓰는 것이 더 싸다는 설명이었다.
 

무한한 에너지, 태양광으로 전기를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 모듈은 아파트 베란다에도 간단히 설치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기의 구성은 간단했다. 태양전지를 여러 개 연결해서 만든 태양전지판(모듈)을 여러 개 연결하면 가정에서 사용가능할 만큼의 전기가 생산된다. 이 전기는 직류이기 때문에 교류로 바꾸어주는 인버터를 통과시키면 조명이나 가전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 인버터LCD 창에는 지금 발전량, 오늘의 발전량, 누적발전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돼 얼마나 전기를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구름이 지나가면 발전량이 뚝 떨어지고 구름이 걷히면 발전량이 올라가는 것이 숫자로 확인된다.

인버터에서 나온 전선을 베란다의 콘센트에 꽂으면 그 전기를 우선 사용한다. 가정에서 생산한 전기가 쓰고도 남으면 한전으로 가서 전기요금에서 차감해준다. 일반 주택에 설치하는 패널은 용량이 커서 가능하지만, 아파트는 구조상 어렵기도 하거니와 용량이 적어서 한전에 팔 만큼 남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집에 설치한 태양광패널은 공동주택에 보급하는 500W 이하 미니태양광 패널이다. 월 6000원에서 1만원 어치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했다. 남향인 우리집은 하루 종일 볕이 잘 들어 흐리거나 눈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면 전기생산이 원활하다. 지난 2월 우리집의 전기 사용량은 160kwh. 동일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코로나가 보내온 메시지

코로나19의 여파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매일 파란하늘을 볼 수 있다. 베네치아는 물빛이 회복되었고, 주변에는 새들이 늘어났고, 전지구적으로 진동과 소음이 줄었다. 사람들은 코로나 사태는 지구가 보내는 경고였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제 인류는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를 준비해야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우리는 배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회와 산업시스템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리는 현명한 지구인으로서 생활의 소소한 부분부터 바꾸어보면 어떨까.

덜 쓰고 아껴 쓰며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오늘은 ‘발전소 소장으로서’ 전기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10년 후면 석유기반 산업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는 세계적인 추세다. 다음번 갖게 되는 차는 전기차에 자율주행차일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고양시 에너지자립마을의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패널.

이 전기가 어느 집 전기냐

문제는 전기가 어디서 오느냐다. 우리나라 발전량에서 화력발전 의존률은 2015년 기준으로 66%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면 화력발전소가 ‘열일’해야 한다. 화력발전소 굴뚝이 우리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전기를 청정에너지인줄 착각하게 된다는 데 맹점이 있다.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대규모 발전소는 충청도에 밀집해 있다.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53개 중 26기가 충남에 밀집해 있다고 한다. 보령, 서천지역에 가면 하늘이 뿌옇다. 보령발전소 두 곳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시댁이 있다는 지인은 시아버지를 비롯해 그 마을 많은 분들이 폐암에 걸렸다며 분노했다.

전기자동차를 많이 타게 되면 내가 있는 곳의 공기질은 개선되지만 발전소가 있는 마을은 말 그대로 ‘죽어나간다’. 이기적인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공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공평할 것 같다.

가정에 소규모 태양광모듈을 설치해 전기의 일부를 자체 해결하고 건물 옥상, 옥외 주차장 곳곳에서 발전해 에너지 자급자족의 시대를 살아보자.

에너지자립도시 가능할까

10년 전쯤이었을까. 공무원들과 회의하며 제안을 할 기회가 있었다. 킨텍스 외벽에 태양광발전 패널을 붙이고 옥외주차장에도 패널을 설치하면 에너지자립도시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뜬구름 잡는 이상한 아줌마 취급을 받으며 발언은 무시되었다.

지금은 고양시도 예산을 수립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 기후대기과는 올해 신재생에너지 예산을 51억원 투입해 태양광 에너지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사업(523㎾), 미니 태양광 지원 사업(45㎾), 신재생에너지 주택 지원 사업(120㎾) 등 민간지원 사업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이용한 대규모 태양광발전설비를 4곳에 설치(1254k㎾) 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 추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양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2017년 12월 발족해 현재 제2자유로 하부를 통과하는 통로박스 상부에 발전용량 518kw의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완료하고 매년 66만1천7백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태양광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태양광 발전, 에너지 자급자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사는 지구인의 바른 자세가 분명하다.

제2자유로 지하통로 상단에 설치된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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