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자가 돌아본 21대 총선> 김영환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 21대 총선 고양병(일산동구)에 출마해 낙선한 김영환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낙선자가 돌아본 21대 총선> 김영환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일산은 새 터전, 여생 이곳에서
정치 파트너 김현아와 공조할 것
통합당, 재창당 수준 환골탈태 필요
보수 아닌 중도기반으로 전환해야


[고양신문] 치과의사이자 4선의 국회의원, 김대중 정부 최연소 과학기술부장관을 지낸 김영환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진보에서 보수로 변신을 통해 재기를 도모하려 했지만, 정치신인 더불어민주당 홍정민에게 패하고 말았다. 득표율은 약 10% 차이었다. 정계 입문 이후 경기 안산이 정치적 고향이었던 그가 일산동구(고양병)에 공천이 확정된 것은 투표일을 40여 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이사도 급하게 왔고, 지역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선거 패배 이후 다시 안산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그는 “일산에서 여생을 보내고, 정치활동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21일 일산동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9.5%의 득표차로 낙선했다. 이번 총선결과 어떻게 받아들이나.

질 수 없는 선거라고 봤기 때문에 결과가 더욱 충격적이다. 모두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전략들이 코로나로 인해 무력화됐으며, 막말로 인해 이탈표가 발생했다. 정부심판이 아닌 야당심판이 되고 말았다. 전체적인 선거판이 내가 이기기 어려운 상황으로 간 것은 사실이다. 너무 늦게 일산에 왔고 한 달 만에 선거가 치러졌다. ‘원외’당협위원장이 있었던 지역구의 한계도 컸다. 조직이 전무한 상태였다. 권리당원이 150명 정도밖에 없었다. 조직과 당원 없이 선거를 치르다보니 역부족이었다.

 

경기 안산에서 4선을 했고, 일산에선 낙선했다. 일산에 남는 것인가.

선거기간 약속한대로 여생을 일산에서 보낼 것이다. 일산에서 살다가 세상을 뜰 것이다. 일산호수공원을 거닐고, 북한산을 오르며, 한강변을 산책하는 노후를 보내고 싶다. 정치의 승패를 떠나 이것을 약속하고 식사동에 집을 장만했다. 안산에서 10년 넘게 운영 중인 병원(치과)을 일산으로 옮겨오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정치활동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일산서구에서 낙선한 김현아 의원과 함께 지역의 발전방안을 여러 가지 구상 중이다. 김 의원과 함께 가칭 ‘일산발전연구소’를 만들어 이번 선거에서 약속했던 것들을 실현시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가겠다.

 

선거운동기간 느꼈던 소감은.

국회의원 선거만 이번이 8번째다(네 번 당선, 네 번 낙선). 지금까지 경험했던 선거 중 이번이 가장 발랄했고, 행복했고, 반응도 좋았다. 토론, 유세, 순방, 영상 등 모든 면에서 상대후보를 압도했으며 선거를 주도해나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좋은 선거 캠페인이 결과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이번 선거는 역사에 남을 만한 명백한 부정선거였다고 생각한다. 합법적인 부정선거였다. 코로나를 빙자해 관권과 금권이 동원됐다. 대통령, 도지사, 시장까지 선거를 앞두고 돈을 주겠다고 매일 문자를 보냈다. 특히 고양시는 선거일 전날부터 돈을 주기 시작했다. 돈이 살포되는 선거를 어떻게 이길 수 있나. 정부와 지자체가 보낸 재난문자에 묻혀 여당후보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대부분이었다. 정당만 보고 찍는 선거였다. 인물, 공약, 토론 등의 선거운동이 필요 없는 선거였다. 역사상 야당을 심판하는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막말 한번 했다고 야당을 이렇게 압살시키는 선거가 정당한가, 과도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
 

▲ 21대 총선 고양병(일산동구)에 출마해 낙선한 김영환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미래통합당에 대한 민심은 냉혹했다. 당 최고위원으로서 앞으로 당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나.

이런 정도의 심판이라면 재창당에 준하는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선거결과에 모든 것이 나와 있다. 철저한 성찰이 필요하다. 영남에서만 이겼다. 보수의 응집만 있었을 뿐 확장이 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은 보수기반이 아닌 중도기반으로 가야한다. 중도를 세우고 보수가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 또한 서민층과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한다.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이 돼야한다. ▲중도 ▲서민 ▲젊은층 ▲대안제시 이렇게 4개의 기둥이 모두 필요하다.

 

이제는 대선 국면이다. 당이 어떤 체제로 가야하나.

우선 총선 실패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고 냉정해야 한다. ‘개표결과가 조작됐다’는 말은 당이 객관적 증거도 없이 전면화해선 안 된다. 핵심은 코로나 정국에 따른 돈살포다. 이것만은 문제 삼을 만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이 빅데이터를 전면적으로 이용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적법했는가는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여당이 통신사와 독점적으로 계약해 개인정보를 활용한 선거라면 쟁점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대선에서도 빅데이터 활용 문제는 지적된 바 있다.

 

대선 후보로 적합한 당내 인사가 있나.

냉정히 말해 홍준표를 포함, 현재까지 거론되는 분들 중에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호감을 얻는 분은 없다. 대선 후보는 여러 명이 필요하지 않다. 1명이면 된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새로운 인물이 나오길 기대해야겠다.

 

앞으로는 지역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어떤 목소리를 낼 생각인가.

정당의 형태도 변했고, 당원의 의식도 변했다. 이번 선거는 중도의 확장 없이 수도권 선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의 어법을 빌리자면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창조적 정치활동을 보여드리겠다.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