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한동안 고양은 전국 표심의 압축판이라고 할 만큼 평균적인 유권자 성향을 보인 지역으로 알려졌다. 고양시 표심의 향방이 ‘전국 표심의 바로미터’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19대 총선을 기점으로 진보성향으로 미세하게 이동하는 경향을 띠더니 20대와 21대 총선에서는 진보세가 공고화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싹쓸이 한 후 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2석, 새누리당 1석, 정의당 1석으로 뒤바뀐 후, 20대와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3석, 정의당 1석으로 지역표심이 나타났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지지정당을 찾지 못했던 중도층에 있는 고양 유권자들이 보수정당에 대한 거부감으로 진 보성향으로 조금씩 바뀌었거나, 2010년 중반 이후 삼송·원흥지구를 비롯해 탄현지구, 킨텍스 지구 등 새로 유입되는 젊은층이 진보정당 혹은 민주당에 표를 줌으로써 정치적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심상정 후보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유일하게 당선된 정의당 후보라는 점은 고양지역의 표심이 진보적 색채 를띤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19~21대 총선을 바탕으로 고양시 4개 지역구별로 좀 더 자세하게 지역표심을 살펴보았다.  

고양시갑 삼송·원흥 젊은층 입주 
심상정 탄탄한 지역활동, 정의당 강세 
 

고양시갑 선거구는 2010년대 중반 삼송·원흥지구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점차 정의당·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모는 삼송·원흥지구 입주가 본격화되기 전과 후의 각 후 보 득표율을 비교해보면 확연해진다. 입주 본격화 전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당시 통합진보당 심상정 후보와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의 표차는 거의 없다. 심 후보는 4만3928표, 손 후보는 4만3758표를 획득해 심 후보가 불과 170표 차이로 신승했다. 170표는 19대 총선에서 전국 최소 표차였다. 그러다가 입주 본격화, 특히 2014년 원흥 도래울마을의 젊은층 입주가 시 작되면서 흥도동의 선거인수가 급증하게 된다. 흥도동의 선거인수를 보면 19대 때 2773명이던 것이 20대 때에는 2만2849로 8배 이상 증가했다. 삼송지구에 포함되는 원신동의 선거인수 역시 19대 때 1660명이던 것이 20대 때에는 1만2112명으로 7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단순히 ‘삼송·원흥지구 입 주=진보성향 표 증가’라고만 볼 수 없다. 심상정 대표 개인의 역량을 빼놓고 고양시갑 지역의 정의당 선전을 말할 수 없다. 고양에서 치른 첫 번째 선 거인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19대에서 야권 단일화에 따른 전국 최소 표차 승리, 20대에서 16.2%p라는 큰 표차이로 승리에 이어, 21대에서 진보 표심 분열을 낳은 3자 구도라는 악조건에서 승리를 지켰다. 이렇게 고양시갑에서 3번 연속 총선 승리의 배경에는 심 대표가 기존 보수당의 후보가 우세했던 농촌 지역들에서조차 승기를 잡을 만큼 지역 의정활동에 공을 들였던 점이 작용했다. 지역 밑바닥을 훑으며 구석구석의 민심을 차곡차곡 얻어낸 결과이지 단순히 진보정당 간판스타라는 이미지에 의존한 승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보수정당(새누리당·미래통 합당) 후보의 득표율은 42.9%(19대)·36.8%(20대)·32.7%(21대)로 감소하고 있다. 이 득표율 감소 추세는 매우 완강하다. 20대 총선에선 심 대표로 몰렸던 진보 표심을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꽤 흡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는 점은 미래통합 당의 향후 총선 전망을 어둡게 한다.   

고양시을 도농복합지역, 가장 경합 
창릉신도시 영향, 민주당 지지 강해 

19대와 20대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고양시을 지역구는 고양시 4개 선거구 중에서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인 지역구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김태원 후보가 민주통합당 송두영 민주통합당 후보를 불과 226표차의 초박빙 접전 끝에 이겼다. 20대 총선 에서도 개표 마감 직전까지 표차가 1% 내외의 초박빙 접전을 보여준 지역구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후보가 새누리당 김태원 후보에게 900표 차로 승리했다. 그만큼 고양시을 지역구는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경합세를 이루는 곳이다. 


고양시을 지역구에 포함된 10개 동 중에서 행신1~3동 3개 동과 이를 제외한 나머지 8개 동의 표심은 뚜렷이 구분된다. 19대뿐만 아니라 20대 총선 역시 새누리당 후보가 나머지 8개 동에서 모두 이겼지만 행신1~3동에서 지는 바람에 결국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행신1~3동의 경우 고양시을 선거구 내에서 단독 생활권으로는 최대의 인구 분포를 자랑하는 곳이다. 고양시을 지역구에 포함된 10개 동 중에서 행신1~3동의 선거인수는 고양시을 전체 선거인수의 50%(약8만 4000명)를 상회한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는 행신동과 나머지 동이라는 이분법이 해체된다. 21대 총선에서 처음 얼굴을 알린 정치신인들끼리의 싸움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후보가 미래통합당 함경우 후보를 16.7%p차로 낙승했다. 한준호 후보는 대덕동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동에서 모두 승리했다. 고양시을 지역구는 고양시병에서 넘어온 백석동 지역을 제외하면 창릉신도시 개발로 인 해 반사이익을 얻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또한 유일한 일산신도시 지역인 백석동의 여당 지지도도 비교적 높은편이기 때문에 21대 총선에서 고양시 4개 선거구 중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 세가 가장 강력하게 나타났다.

고양시병 상대적으로 많던 중도성향 
19대 총선 기점으로 민주당 지지 선회  

 고양시을(일산지역) 지역구가 16대 때부터 고양시병과 고양시정 지역구로 분리된 뒤, 고양시병 지역구는 19대까지 단 한 번도 재선을 허락하지 않은 지역이다. 정범구 전 의원이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16대 총선(2000년)에 처음 당선된 이후,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순조롭게 당선됐고,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백성운 후보가 현역인 한명숙 후보와 접전 끝에 당선됐으며, 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유은혜 후보가 새누리당 강현석 후보를 5.5%p 차로 누르고 원내에 입성했다. 그만큼 고양시병 지역구는 어떤 정당에 투표 할지 정하지 않은 이념적으로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19대 총선을 기점으로 민주당 강세가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19~21대 총선 동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미래통합당(옛 새누리당)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19대 때 5.5%p 차였다가, 20대 때 11.3%p 차로 크게 벌어진 이후, 21때 때 9.5%p 차로 비슷한 격차를 유지했다. 19대 총선에서 고양시을 11개 동에서 새누리당이 이긴 동은 보수성향이 다소 강한 마두2동, 장항1동, 고봉동 등 3개 동이었다. 그런데 20대 총선에서는 마두2동마저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는 등 당시 고양시 민심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등 돌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물론 고양 시정 선거구의 김현미 장관과 함께 유은혜 장관은 지역구 관리를 탄탄하게 한 면도 작용했다. 또한 선거구개편에 따라 식사동이 고양시갑에 편입되고 일산2동이 고양시병에 포함됨에 따라 유 장관에게 다소 유리했던 면도 있었다.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정치신인에 가까운 장석환 국민의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지역기반이 약한 가운데 15.9%의 득표율을 획득했다. 고양시병 지역구는 21대 총선의 표심이 20대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18대 이전까지 지역구 주민들은 중도성향의 유권자가 많았지만 보수정당에 호의적이었고, 19대부터 중도성향의 표심이 조금씩 민주당 쪽으로 기운 감이 있다.
  
고양시정 여성 정치인 강세 지역 
16년 만에 처음 남성 당선자 나와  

고양시정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여성의원이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17대·18대 총선에서는 김영선 전 의원 이, 19대·20대에서는 김현미 장관이 당선됐다. 그런데 이번 21대 총선에서 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남성인 더불어 민주당 이용우 당선자가 배지를 달게 됐다. 이 지역구는 19~21대 총선에서 내 리 3번 승리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 게 나타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패 배한 당시 통합민주당 소속의 김현미 장관은 19대 총선에서 득표율 50.6% 를 얻어 46.1%를 얻은 새누리당 김영 선 전 의원에 신승했다. 20대 총선에서도 김현미 장관이 49.2%를 확보해 36.7%를 얻는 데 그친 김영선 전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20대 총선 당시 보수성향의 길종성 후보가 국민의당 후보로 선거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보수표심이 갈라졌다고 볼 수 있다.  

김현미·김영선, 두 여성 정치인의 맞대결은 18대, 19대, 20대 총선까지 세 번 연속 이어졌는데, 결과는 김현미 장관이 2승1패로 앞섰다. 21대 총선에서 는 두 여성후보에서 물갈이된 새 인물로 맞붙었다. 민주당의 이용우 후보는 통합당의 김현아 후보를 상대로 선거일투표에서는 약 3000여 표차로 뒤졌 지만, 사전투표함에서 몰표를 확보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전체 사전투표에서 이용우 후보는 김현아 후보를 무려 2만표가 넘는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리면서 전체선거 결과도 이용우 후보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19~21대 총선 동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미래통합당(옛 새누리당)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19대 때 4.5%p 차로 비교적 경합을 펼쳤다가, 20대 때 12.5%p 차로 크게 벌어진 이후, 21 대 때 다시 8.6%p 차로 좁혀졌다. 20 대에 비해 21대 때 표차가 줄어들었지만 그다지 크게 줄지는 않았다. 이는 창릉신도시에 대한 반대 민심이 미래통합당 표로 반드시 이어지진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20대와 21대 사이, 고양시정 지역구 8개 동 중에서 유독 주엽1동(9.0%p→2.8%p), 주엽2동 (6.5%p→1.5%p)의 득표율 차가 크게 줄어들었을 뿐 다른 6개 동의 득표율 차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19대 때는 송포동을 제외한 나머지 7개 동에서, 20대·21대에서는 8개 모든 동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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