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깃든 땅이 자연과 사람을 살린다

건강도시 고양을 위한 심층 기획 / 생명이 깃든 땅이 자연과 사람을 살린다

<1> 땅과 생명의 순환원리

생명의 근원, 땅을 살려야 식물이 살고 사람도 산다 
화학비료와 농약사용량 줄여야 생태계 복원

[고양신문]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행성인 지구는 태양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공급받습니다. 태양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중력이 작용하는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대기권은 방사선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하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해줍니다. 하나의 위성인 달은 밀물과 썰물을 일으켜 용존산소량과 오염원을 정화합니다. 생물이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겁니다. 또 태양에너지는 물과 대지의 비중 차이로 만들어진 바람을 확산시키고 이동시키며 생명력을 유지시킵니다. 지구 자전축은 23.5도 기울어져 사계절을 만들고, 다채로운 생명력을 유지하고 번식시킵니다. 온 우주가 지구의 생명체를 위해 아주 질서정연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우주의 정교한 질서 속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지구가 생명력을 가진 이유,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생태계 
지구에 존재하는 같은 생명체인 식물과 동물, 인간은 모두 질소로 채워진 유한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 생명체들은 공통적으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생태계를 이루며 생존합니다. 어느 하나의 생태계가 무너지면 다른 생태계도 위협받게 되기 때문에, 식물과 동물, 인간은 서로의 생태계를 유지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인간은 이 생태계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때문에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지구의 생명체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인간사회는 다른 식물과 동물세계에 없는 특성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나와 가족이 아닌 타인을 위하여, 명예와 가치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특별한 헌신과 희생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생존과 관계없는 어떤 가치를 위해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특성은 인간사회가 끊임없이 진화할 수 있었던 동력이기도 합니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이 공존할 수 있는 가치에 귀 기울이고 투자할 수 있을 때, 식물과 동물의 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고, 인간 역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습니다. 오직 인간만을 위해 다른 생명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그 파괴의 재앙은 인간사회로 고스란히 되돌아올 것입니다. 땅은 생명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땅이 죽으면 모든 생명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땅을 살리는 일은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땅은 생명의 근원인 질소 화합물, 생명순환은 질소의 순환
땅은 모든 생명의 근원인 질소(N)의 화합물입니다. 물과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 화합물인 생명체는 태양에너지로 성장합니다. 행성의 생물체 탐사 시 제일먼저 찾는 것은 물입니다. 생물체는 질소의 화합물이고, 질소는 물에 녹아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식물이 질소를 먹기 위해서는 흙이 물을 품어야 합니다. 인간 역시 식물과 동물을 통해 농축된 질소 화합물을 먹고, 그것을 에너지원으로 살아갑니다. 인간이 죽으면 미생물은 인간의 몸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고, 이 물과 질소는 다시 흙과 공기를 이룹니다. 생명체의 순환은 크게 질소의 순환일 수 있습니다. 질소화합물은 우리가 볼 수 있고,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입니다. 석유화학제품도 모두 질소의 화합물이며, 모든 동식물은 역시 질소의 화합물입니다. 

지구에서 먹을 수 있는 물은 3% 내외에 불과, 치수가 중요 
물은 3가지 모습으로 바뀌며 순환합니다. 액체인 물과 기체인 수증기, 고체인 얼음입니다. 예로부터 임금의 덕목중 하나가 치산치수였던 이유는 물을 잘못 다스리면 재앙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태양의 고도가 높고 가까운 여름은 지표면도 뜨겁지만 해수면 온도도 올라갑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많은 양의 바닷물이 회오리치면서 중심부의 기압이 낮아집니다. 

때때로 엄청난 수증기를 머금은 구름이 기압 높은 육지 쪽으로 다가오면서 바람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태풍입니다. 열대저기압이 육지의 고기압을 만나면 세력이 약화되면서 구름은 비로 변합니다. 지표면의 비는 강을 거치면서 모든 생물에게 질소를 공급하고, 바다로 환원되며 열평형을 맞춥니다.
 
물은 느림의 미학입니다. 물은 서로 잡아당기는 힘, 즉 표면 장력이 커서 잘 뭉칩니다. 주전자의 물을 따를 때 우리의 눈에는 주전자의 물이 마치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실로스코프로 보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유리구슬이 연이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물이 구 형태며 구의 형태로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물이 빨리 이동하면 주변의 물체에 부딪혀 충격을 줍니다. 이동하는 물의 규모가 클수록 충격도 커집니다. 폭우와 홍수의 피해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물은 천천히 적은 양을 이동시키며 이용해야 합니다. 치수의 원리입니다. 

지구에서 이용가능한 음용수는 전체 지표수의 3%내외입니다. 물을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심민보 대표는 “식물은 일정기간의 온도와 습도의 변화, 낮시간의 변화 등을 고려해 생존 전략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고추나무는 100여 개까지 열매를 맺지만 환경이 열악하면 단 한 개의 고추만 열린다.

 

 

환경을 데이터로 인식하는 식물의 번식력, 동물보다 강하다
동물은 감각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그래서 사고로 많이 죽습니다. 하지만, 식물은 일정기간동안 온도의 변화, 습도의 변화, 수분의 변화, 낮시간의 변화 등을 융합적으로 고려하여 살길을 선택합니다. 수학적 데이터 분석에 의해 얼마만큼 성장할지, 어느 정도 열매를 맺을지, 언제 열매를 맺을지 등 생존에 대한 의사를 미리 결정하고 행동합니다. 우발적 오류를 범할 확률이 동물에 비해 월등히 낮습니다. 때문에 잘 멸종하지 않고 왕성하게 번식합니다. 

고추나무는 보통 200개 정도의 꽃을 피우고 100여 개의 열매를 맺습니다. 이중 일부가 붉게 익어 씨를 여물게 합니다. 하지만 최악의 환경에서는 단 1개의 고추만 열리고 꽃도 피우지 않습니다. 유기농으로 땅의 생명력이 왕성해지고, 생존 환경이 좋아지면 대부분의 식물은 점점 더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이렇듯 식물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대를 잇기 위해서입니다. 살 곳을 찾아 언제든 자리를 이동할 수 있는 동물이 더 잘 생존하고 번식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식물의 생존과 번식이 더 강력합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나지 않으면 안 되는 식물에게는 환경에 적응하고, 환경을 다스리는 힘이 있습니다. 유기농의 원리는 이 식물의 힘을 인정하고 믿는 것입니다. 

질소 인공화학물 화학비료가 농업 바꾸고 사회구조도 바꿔
비가 오면 식물이 잘 자라는 이유는 식물의 먹이가 되는 공기 중의  질소가 물에 녹아서 비로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농부는 식물에 질소를 공급하는 비가 내리기만을 기원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어느 농부나 생산량이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질소를 인공적으로 포집하여 화학비료를 만들었습니다. 비에 의존하지 않아도 식물을 잘 자라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또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간의 노동력에만 의존하던 농사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학비료와 기계의 발명은 농산물 생산량을 급격하게 증가시켰고, 잉여농산물이 생겨났습니다. 잉여농산물을 거래하는 시장이 생겼고, 많이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더 다양한 화학비료가 만들어졌고, 이제는 땅의 모든 생명체를 아예 싹 죽이고 원하는 식물을 재배하는 화학농이 농사의 흐름이 되었습니다. 

식물은 이제 주어진 환경을 이기며 생존할 수 있는 번식력을 잃어가고 있고, 이 식물을 먹고 생존하는 인간의 몸 역시 점점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질소 화학비료는 이제 지구의 대지를 뒤엎어가며 식물과 동물, 인간사회의 생태계를 모두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화학비료 화석연료… 모든 피해 땅으로 집약, 생태계 파괴  
인간은 본래 자기본의적인 존재로 소유욕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소유인 모든 것은 나의 사라짐과 함께 나의 소유가 아닌 것이 됩니다. 나는 곧 사라질 생명체이니 소유 자체에 집착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땅과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것이 아니므로 내 맘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땅과 환경은 우리 후손의 생존을 위해 잘 쓰고 그대로 물려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잠시 빌려 쓸 뿐입니다. 빌려 쓸 때 망가뜨리면 우리 후손들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땅과 환경, 모든 자연이 오직 나의 소유인 것처럼 마구잡이로 남용합니다. 화학비료로 땅은 죽어가고, 화석연료로 지구 온도는 매년 올라가고 있습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점점 잦아지고, 빙하가 줄어들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수많은 생명체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모든 피해는 생명의 근원인 대지의 피해로 이어져 지구는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인간이 지금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삶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지금 당장 나와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좌우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의 미래까지도 결정하게 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길은 나와 가족, 이웃, 그리고 인류 전체가 생존하는 땅을 살리는 길과 하나입니다. 

글 / 심민보 청송유기농주말농장 대표 

필진소개

심민보 청송유기농주말농장 대표는 고양에서 27년 동안 유기농 농사를 이어오고 있는 농업인입니다. 이산포 근처의 법곳동 농장의 땅은 고양은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우수한 유기농 환경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할아버지께 배운 실학의 원리를 삶과 일에 적용하고 다시 체득하며, 이 원리가 관통하는 농사를 통해 환경을 살리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심민보 대표는 27년 전 농사를 시작하며 동시에 주말농장을 시작해 도시민들이 농사를 통해 땅과 생명의 원리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주말농장이랍니다. 또 학교와 기관의 환경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심민보 대표의 글은 땅에서 직접 배운 생명의 원리를 체험적으로 풀어냅니다. 이번 건강기획 두 번째 주제 ‘생명이 깃든 땅이 자연과 사람을 살린다’를 3회 연재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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