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호수공원에 몰려든 탐조사진작가들

여름철새 후투티 둥지 사진 찍으러
호수공원 회화나무에 탐조인들 몰려

과도한 간섭으로 번식 방해될까 우려
“생태 존중하는 탐조문화 아쉬워…”

호수공원 회화나무 광장에 모여든 탐조사진작가들. 후투티가 둥지에서 모습을 드러내면 수많은 카메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셔터를 누른다.

[고양신문] 한여름처럼 햇살이 뜨거웠던 6일 한낮, 일산 호수공원을 대표하는 아름드리 보호수가 서 있는 회화나무 광장에 카메라맨들이 빼곡히 몰려있다. 어림잡아도 40명이 넘는다. 회화나무 중간의 구멍을 조준한 카메라마다 소위 ‘대포’라고 불리는 초대형 망원렌즈가 장착됐다. 지루한 침묵이 지속되다가 구멍 속에서 새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자 동시다발적으로 셔터 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인디언 추장 깃을 머리에 단 우아한 새 한 마리가 선명한 무늬의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오른다. 구멍 속 주인공은 바로 여름철새 후투티다.

호수공원 회화나무 나무구멍에 후투티가 둥지를 튼 것이 알려지며 전국의 탐조사진작가들이 호수공원에 모여들고 있다. 지난 연휴 기간에는 하루 100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후투티의 인기가 이렇게 높은 까닭은 아무래도 후투티의 빼어난 맵씨 때문이다. 날개와 꽁지의 검정색과 흰색 줄무늬, 자유롭게 펼치거나 오므릴 수 있는 머리꼭대기 깃털 왕관은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동남아에서 겨울을 나고 초여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번식을 하는 후투티는 딱따구리 등이 만들어놓은 빈 둥지에 알을 낳고 새끼들을 키워낸다. 산란부터 육아까지, 한번 둥지를 삼으면 두어 달을 머무는 셈이다. 이렇게 멋진 새가 사방이 탁 트인 광장 한가운데 노거수에 둥지를 틀었으니, 탐조사진작가들의 발길을 모을 만도 하다.

탐조사진작가들이 들고 온 카메라에는 대부분 '대포' 망원렌즈가 장착돼 있다.

하지만 생태전문가들은 탐조인들의 과도한 관심과 열정에 우려를 표했다. 새들에게 번식기는 가장 안정적인 환경이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호수공원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온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는 “사람들의 간섭이 도를 넘어서면, 후투티가 위협을 느껴 중도에 알품기나 육아를 포기하고 떠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탐조문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자연에 대한 동경에 기반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감수성이 탐조행위에 동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동욱 이사는 “새들의 번식둥지 주변에서는 소음을 내지 말아야 하고, 가급적 몸을 은신해야 한다는 기본적 사항조차 숙지하지 못한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면서 “실제로 파주에서는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둥지에 탐조인들이 과도하게 몰려 고발조치를 당하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한동욱 이사는 “후투티가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한여름에 우리나라를 찾는 진객임에 틀림없다. 생명에 대한 예의를 갖춰, 가능하면 무관심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올바른 탐조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수준의 계도와 제한은 필요해 보인다. 고양시 공원관리과 호수공원팀 관계자는 “늦었지만 후투티 둥지에 몰리는 탐조인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호수공원 회화나무의 새 둥지 구멍.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멋진 깃털왕관과 줄무늬 날개를 가진 여름철새 후투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