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의료인 - 허영호 허영호치과 원장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 김현태,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중에서

 

 

젊은 시절 빠진 인문학 지금도 큰 힘
책 좋아하는 의사 닮은 아늑한 공간
환자들의 가족같은 주치의로 살아와
“참여민주주의 실천하는 삶 늘 고민”

 

허영호치과의 환자 대기실은 서재처럼 아늑한 느낌을 준다. 책꽂이에는 허 원장이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들을 비치했다.

 

[고양신문] 치료를 받기 위한 병원에 들어선 것인지 어느 가정집의 서재에 들어온 것인지 순간적으로 헷갈렸다. 진료중인 허영호 원장을 기다리면서 편안하고 아늑하면서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환자 대기실을 둘러보다가 작고 귀여운 오두막집을 발견했다. 그 속에 감춰진 듯 놓여있는 김현태 작가의 글에서 한동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의대시절 일상 탈출구로 인문학과 문화에 심취
전액 장학생으로 경희대 치과대학에 입학한 허영호 원장은 전두환 정권에서 시행된 졸업정원제의 첫 적용 세대였다. 예과를 마치고 본과로 올라가면서 몇몇 동기들이 실제로 제적되는 모습을 보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치의학 공부에 숨 막히고 치이면서 점점 심신이 피폐해져갔다. 

틈나는 대로 문학작품이나 인문학 책을 찾아 읽었고,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마치 삶의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것처럼 허구한 날 종로 인사동을 쏘다니게 된 이유다. 그 때부터 책, 미술 등 문화를 접해온 인연이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과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허 원장이 직접 구입해 원내에 비치한 신석기시대 우리문화 출토품.

 

허영호 치과에서 치과 특유의 냄새나 병원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실내 곳곳에 허브와 같은 다양한 식물을 비치했기때문"이라는 것이 허 원장의 설명이다.

환자들과의 오랜 인연 늘 소중히 간직 
“허영호 원장님께. 선생님! 저 OO이에요. 중3 때부터 교정을 시작했으니 쌤을 알고 지낸 것도 어언 5년이 넘어가네요. 교정할 때도 맨~날 교정기 붙인 거 떨어져서 오구, 다하고 나서도 철사 끊어졌다고 오구, 저 참 귀찮은 환자죠. 헤헤~^^ 그런데도 한 번도 싫은 표정없이 딸처럼 살뜰히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저 미국 가서 또 씩씩하게 보내고 내년에는 철사 안 끊어진 채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OO올림. P.S. 사탕은 진료하시다 피곤하실 때 드세요~^^” 

병원 로비에는 OO양처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해온 수많은 환자들의 카드와 엽서, 사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실 허 원장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환자들 그리고 사람들과의 인연이다. 

“치과라는 특성상 치료 기간이 긴 경우가 많아요. 특히 교정치료는 몇 년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마치 의사와 환자가 아니라 마치 가족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한명이 치료하고 나면 온 가족이 모두 와서 치료를 받기도 하구요. 심지어 예전에 전주 예수병원에서 근무할 때 치료받았던 분이 일산까지 일부러 찾아오시는 경우까지도 있었죠. 그럴 때마다 의사로서의 소명의식은 물론이고 인연의 소중함과 의미에 대해 되새겨보곤 합니다.”

 

허영호 치과의 엘리베이터 앞에 게시된 추천 전시회와 추천도서. 허영호 원장은 매월 자신이 읽은 책과 문화행사를 선별해 고객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는 치아 교정치료는 ‘자신의 몸을, 새롭게 하며, 스스로에 대한 굳은 믿음(自身, 自新, 自信)을 찾아가는 아름답고 소중한 여행’이라 믿으며 환자들을 맞는다. 오랜 시간동안 같은 곳을 바라보며 믿음을 공유하면서 환자들의 가족 같은 주치의로 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허영호치과에 첫걸음 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소개나 추천을 받아서 온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민주주의의 뿌리와 싹 키우는 데도 앞장
허영호 원장은 치과전문의로서 뿐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는 일에도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해왔고, 또 지금도 늘 함께 하고 있다. 엄혹했던 전두환 군사정부 하에서 학업에 치중하느라 학생운동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던 마음의 빚 때문일지도 모른다.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출마했던 문국현 후보의 팬클럽으로 시작해 한때는 200명 가까이 모여 신나게 활동했던 사람들과 ‘좋은사회고양’이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10여년이 넘도록 회원들과 함께 책모임과 명사초청포럼을 이어가며 사회변화와 진정한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뜻을 모아왔고, 2008년 광우병촛불시위 이후 2016년 촛불혁명까지 늘 역사의 현장을 지켰다. 허 원장은 고양평화누리의 초창기 멤버로서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허영호 원장은 환자들로부터 ‘날개달린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임플란트나 교정 등 치료를 할 때 환자들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귀띔이다. 다른 치과에서 치료받다가 통증으로 고생하며 트라우마를 갖게 된 환자들이 허영호치과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치과 치료는 굉장히 정직한 치료입니다. 의사의 역량이 드러나며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20년 이상 쌓아온 경험과 연륜에만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우리가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촛불항쟁에서 보았듯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노력한 만큼 그 변화는 역사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습니다. 시간은 좀 더디더라도 말이죠. 지역사회에서 사람들과 함께 한 시민으로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며, 참여 민주주의의 뿌리와 싹이 ‘조금씩’ 그리고 ‘더’ 자랄 수 있도록, 열심히 진료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공부하고 행동하며 인연을 맺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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