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파주 하니랜드

놀이기구 옹기종기 모인 작은 놀이동산
탁 트인 저수지 바라보며 여유로운 피크닉
아이와 함께 소박한 나들이 ‘딱 좋아’

[고양신문] 코로나19 시국에도 기자는 나들이 기사를 써야 한다. 봄볕 따스한 5월, 추천하고픈 행선지야 많지만, 사람이 몰릴 염려가 있는 곳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미덕이다. 찾는 이가 적어 저절로 생활 속 거리두기가 될 것 같은, 그러면서도 뜻밖의 재미가 있는 나들이 코스 어디 없을까. 파주 공릉관광지 하니랜드가 떠올랐다. 몇 해 전 파주 삼릉을 찾아가다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하니랜드 입구까지 갔다가 목격한, 축구장보다 넓은 주차장에 서너 대의 차만이 덩그러니 서 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변두리 놀이동산 어느 구석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한가롭고 소소한 낭만을 찾아 떠나보자.

 

귀여운 꿀벌이 반겨주는 정문을 지나면 하니랜드로 입장~!


바쁠 것 없이 움직이는 놀이기구들

통일로를 달리다가 고양시 경계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돼 ‘공릉관광지’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 하니랜드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달랑 1000원, 주차비도 일일 1000원이다. 마스코트인 귀여운 꿀벌이 반기는 정문을 통과해 놀이동산에 입장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평일 오후라지만 하니랜드를 찾은 이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은 가족 서넛, 그리고 레트로 감성의 사진을 찍으러 온 듯한 젊은 연인 한 쌍이 전부였다. 조끼를 입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시설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입장객보다 더 많을 듯했다.

파주 공릉관광지에 자리한 하니랜드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놀이동산이다. 풍선타기, 회전목마, 범퍼카 등 놀이동산의 기본 구색은 물론 바이킹, 크레이지버스, 점핑스타 등 액티비티 기구도 만날 수 있다. 그뿐인가. 카트라이드와 우주비행선, 꼬마기차와 하늘열차까지 여러 가지 탈 것들이 지상과 공중을 골고루 누비고 있다. 개별 티켓을 살 수도 있지만, 놀이기구 5가지를 골라 탈 수 있는 ‘빅5이용권’을 구매하면 보다 저렴하다. 성인은 1만5000원, 아이는 1만2000원이다.

하지만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처럼 스펙터클한 어드벤처를 기대해선 곤란하다. 하나같이 ‘어린이 놀이동산’에 어울리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페밀리자동차도 팡팡코끼리도 아찔함과는 거리가 먼 속도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하니랜드의 놀이기구들은 하나같이 쾌감과 스릴 대신 느긋한 여유를 선물하는 게 사명인 것처럼 보인다.

어릴적 추억을 샘솟게 하는 풍선 비행기.


두 명만 타도 출발합니다~!

평일에 하니랜드를 찾으면 다른 놀이동산에선 꿈꿀 수 없는 ‘놀이기구 전세내기’가 가능하다. 탑승인원을 채워야 출발하는 테마파크의 놀이기구와 달리, 단 두 명만 입장해도 놀이기구가 움직인다. 보호자 없이 꼬마들 단둘이 바이킹을 타도 문제없다. 무섭다고 소리 지르면 곧바로 운전하는 아저씨가 스윙 각도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개의 입장객들은 애들끼리만, 또는 아빠 혼자 아이 손을 잡고 놀이기구에 올라간다. 이용요금을 아낀 어른들은 놀이기구를 전세 낸 아이들 사진을 쉴 새 없이 찍어댄다.

손님을 태우고 높이 나는 코끼리가 부럽기만 한 동료 코끼리들.

물론 단점도 없지 않다. 서너 명의 직원이 열 몇 대의 놀이기구를 가동하기 때문에, 인기가 적은 놀이기구를 타려면 탑승구 앞에서 ‘아저씨~!’하고 부른 후 한참 기다리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놀이동산에 동물들이 없으면 섭섭하다. 하니랜드에서도 엄연히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종류는 달랑 둘. 앙증맞은 토끼들과 꼬꼬닭 두 마리 뿐이다. 하염없이 심심한 구성이지만, 토끼에게 먹이를 주는 재미에 빠진 꼬마손님은 연신 신이 난 표정이다. 커피와 컵라면을 파는 매점에서 토끼에게 줄 채소를 역시나 단돈 1000원에 판다.

놀이공원의 심볼인 회전목마. 모녀의 행복한 순간을 아빠가 사진 속에 담고 있다.


오리배가 떠 있는 넓은 호수

놀이기구 탑승에 관심 없는 연인들은 역시나 셀카봉을 들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진찍기 삼매경에 빠졌다. 움직이는 것보다 서 있는 놀이기구가 더 많으니 이보다 좋은 포토존이 없다. 입장객들의 즐거운 표정을 포착하려던 기자 역시 ‘놀이기구 동물들’로 사진찍기 테마를 바꿔본다. 코끼리와 말과 사슴까지, 제법 많은 동물들이 모델이 돼 준다. 스위치가 올라가면 하늘을 날고, 춤을 추며 달리고, 점핑을 할 녀석들이 가만히 멈춰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표정은 어딘지 무료하고 심심해 보이다.

맑은 눈망울을 반짝이는 루돌프 한 쌍.

놀이기구 10여 종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놀이동산을 벗어나 보트장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가니 탁 트인 풍경이 나타난다. 공릉저수지다. 12만 평의 드넓은 호수를 품고 있으니 하니랜드를 좁다 말해선 안 되겠다. 주말에만 운영하는지, 하얀 오리배들이 옹기종기 모여 봄 햇살을 쬐고 있다. 어쩌면 오리배는 직접 타는 것보다 그냥 바라보는 게 더 행복한 놀이기구인지도 모른다. 호수 주변은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산책로와 등나무 그늘, 곳곳의 벤치도 텅텅 비어 있다. 찻길도, 사람 사는 마을도 숲과 호수 너머 멀찍이 있기에 사방은 더없이 심심하고 조용하다. 김밥과 돗자리만 챙겨오면 이 한가한 풍경을 느긋하게 독점할 수 있을 듯하다.

다시 말하지만, 강렬한 쾌감이나 짜릿한 스릴을 바란다면 하니랜드를 찾아선 안 된다. 대신 바쁠 것 없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거기에 있다. 별 것 아닌 일상에 집중하며 의미와 매력을 찾아내는 감각,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나들이꾼의 전략이 아닐까.
 

파주 하니랜드
파주시 조리읍 장곡로 218
031-945-2250
 

공릉저수지에 떠 있는 오리배. 손님을 기다리는 오리들의 표정이 새침하다.

 

하늘을 나는 시간보다 손님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은 코끼리.

 

울타리 너머 꽃밭으로 달려가고픈 말.

 

공릉저수지 사이로 난 산책로.

 

놀이동산보다 넓은 뒤뜰은 돗자리 펼치고 피크닉을 즐기기에 좋은 쉼터다.

 

시원하게 비어 있는 주차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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