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의 호수공원 통신>

엽축에 좁은 날개가 나타나는 붉나무. 옛 사람들은 소금나무인 붉나무 열매를 소금 대용으로 썼다. <사진=김윤용>

[고양신문] 2016년 만든 단톡방이 있습니다. 호수공원 나무 강의 뒤에 개설한 온라인 대화방입니다. 제가 온라인에 익숙하지 못해 고양신문 유경종 기자가 방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양시 생활 정보가 올라오기도 하고 개인 생활을 적는 분도 있습니다. 활발하게 움직이진 않습니다. 30여 명이 참여해 들왔다 나갔다 하는데요. 활동하는 분 가운데 박 아무개 고양시 나눔 기자가 있습니다. 이 분 고향이 신안이어서 가끔 신안 소식을 듣습니다.

신안은 ‘천사의 섬’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유인도와 무인도를 합쳐 800여 개 섬을 ‘1004개 섬’으로 홍보한 덕분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인공지능과 바둑을 둔 이세돌 프로기사는 이곳이 고향이기도 합니다. 싱싱한 해산물, 특히 홍어는 꽤 소문났습니다. 또 천연 염전에서 채취한 천일염도 자랑으로 삼고 있습니다.

소금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식품입니다. 동물에게도 소금 섭취는 생명과 관련해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소금을 찾아 핥는 동물을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았을 겁니다. 그래선가 옛 왕조는 소금을 국가 전매 사업으로 만들었고 개인이 채염하는 걸 불법화했습니다. 염세를 걷어 국가 곳간을 채웠겠지요. 영국 식민지 시절 마하트마 간디가 염세에 저항해 인도인들과 함께했던 ‘소금행진’은 인도 독립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저는 천일염이 우리나라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식품 취급을 받은 줄 알았습니다. 우연히 살펴봤더니 2008년 3월에 와서야 천일염을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었군요. 1963년에 염관리법을 제정하면서 천일염을 식품으로 사용할 수 없었고, 천일염은 석탄이나 석유처럼 광물 취급을 받았습니다. 2007년 11월에 염관리법을 개정하고, 지식경제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천일염 관리를 이전했습니다.

붉나무 새순. 단풍이 붉게 물든다 해서 불나무였다가 붉나무란 이름이 왔다고 추정한다. <사진=김윤용>

소금이 귀했던 시절 소금 대용으로 썼던 나무 열매가 있습니다. 바로 붉나무 열매입니다. 열매에 소금 성분이 있어 붉나무를 소금나무, 짠나무라고도 불렀습니다. 옛 사람들은 이 열매를 채취해서 소금 대신 쓰거나 두부를 만드는 간수로 썼다고 합니다. 붉나무는 잎이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불나무였다가 붉나무란 이름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가을철 단풍이 들면 단풍나뭇과 나무보다 잎이 붉습니다. 키가 7미터까지 자라는 중간키나무라는데 우리 주변에서 보는 붉나무는 대개 작은키나무로 자라고 있습니다. 깃꼴겹잎인 붉나무는 엽축에 좁은 날개가 나타납니다. 지금 호수공원과 정발산 붉나무는 잎줄기 날개를 서서히 키우며 자신의 비밀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습니다. 8월쯤이면 흰색 꽃을 피우고 가을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보면서, 코맥 맥카시 소설이 원작인 영화 <더 로드>(The Road)를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영화는 온통 잿빛으로 변한 지구를 보여줍니다. 지구 종말을 그린 영화, 아들과 함께 남쪽으로 탈출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결국 아들을 지켜내고 아버지는 죽습니다. 아들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 남쪽으로 떠납니다. 식인과 식량을 위한 싸움. 지구 종말로 말살된 인간성 등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마음의 불씨’를 간직하라고 말합니다. 희망을 위한 불씨겠지요.

코로나19 재난 속에서도 자연은 제 시간에 맞춰 철따라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녹음도 제법 짙어졌습니다. 얼마 뒤면 호수공원 연보랏빛 자귀나무 꽃, 모감주나무 황금빛 꽃도 피겠지요. 코로나19 시대 지치고 힘들 때 조용한 가운데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나무를 보며 희망을 품을 때입니다.

호수공원 2018년 초여름 풍경.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철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을 통해 재난을 극복하는 희망을 품는다.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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