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윤관우의 천체이야기> 4. 불꽃놀이 은하와 초신성

밤하늘 관찰하던 아마추어 별지기
‘불꽃놀이’ 은하에서 초신성 발견
영예로운 발견자 목록에 이름 올려
“언젠가 나도 초신성 목격했으면”

 

[고양신문] 필자 윤관우는 아마추어 천체사진작가로서, 정발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고양의 이웃입니다. 계절과 별자리, 혜성과 유성우, 성운과 성단, 그리고 블랙홀까지 밤하늘을 관측하며 건져낸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매달 한 꼭지씩 들려줍니다. <편집자 주>

 

윤관우 아마추어 천체사진작가.

얼마 전 처녀자리에 위치한 M61에서 초신성이 폭발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초신성 폭발이란 거대한 별이 폭발을 일으키는 바람에 갑자기 밝아졌다가 점차 어두워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초신성 폭발은 아주 무거운 별, 또는 탄소나 산소가 많은 백색왜성의 표면에서의 폭발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신기한 점은 우주에 존재하는 무거운 원소의 대부분이 초신성 폭발 때 만들어진다니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밤하늘의 별은 마지막 순간에 가장 환한 빛을 냅니다. 즉 내부의 모든 물질을 다 태우고 나서야 비로소 초신성(supernova)이 되어 서서히 사라지는 것입니다. 서서히 숨을 거두면서 유유히 이 우주에서 사라지는 셈입니다.

태양은 물론이고 항성들은 자기 내부에 있는 수소와 헬륨 등을 태우면서 스스로 빛을 냅니다. 게다가 태양보다 질량이 무거운 별들은 내부 온도가 높아서 수소와 헬륨뿐 아니라 탄소와 질소 산소 그리고 실리콘까지 모두 태워버립니다. 결국 중심부인 핵에는 철만 남게 됩니다. 더 이상 태울 것이 남지 않으면 핵은 충격파를 일으키며 폭발합니다. 이때 원래보다 수천, 수백만 배 밝은 빛을 한꺼번에 내뿜기 때문에 밤하늘에 갑자기 한줄기 빛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초신성은 폭발 뒤 1~2주간 계속 밝아지다가 서서히 빛을 잃으며 사라집니다.

제가 처음 이 초신성의 소식을 접한 것은 2017년 5월, 한 천문잡지를 통해서였습니다. 아마추어 별지기 패트릭 위긴스가 백조자리 나선형 은하 NGC6946에서 관측 가능한 새로운 초신성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이미 2014년에도 초신성을 발견한 위긴스는 백조자리 나선형 은하 NGC6946에서 관측 가능한 새로운 초신성을 발견했습니다. ‘2017 eaw’라 명명된 이 초신성은 지난 100년간 빈번한 폭발로 인해 붙여진 ‘불꽃놀이’ 은하에서 10번째로 발견된 초신성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불꽃놀이라는 은하의 명성을 재확인하는 셈입니다.

백조자리 나선형 은하 NGC6946의 모습 <사진=윤관우>

위긴스는 유타 주의 Erda 근처에서 자신의 반사망원경(구경 350mm에 구경비 5.5)으로 촬영된 CCD 이미지를 지난 몇 년간 찍은 다른 사진들을 비교함으로써 초신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위긴스는 새로운 대상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한 시간 관찰했습니다. 희미한 소행성들이 초신성인 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녀석은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인 지안루카 마시(Gianluca Masi)는 근처에 있는 잘 알려진 소행성들을 서둘러 체크했지만 어떤 것도 목록에 등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 그날 밤 하늘에서 완전히 새로운 별의 폭발을 목격해버린 것입니다.

운도 좋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보람으로 위긴스는 폭발 초기 단계에 있는 별을 포착했습니다. 위긴스는 그것의 광도를 12.8등급으로 추정했습니다. 이후 다른 관측자들이 확인한 결과 그 별의 광도를 6인치 정도 작은 구경의 망원경으로도 확인할 만큼의 밝기인 12.6등급으로 못 박았습니다.

이 초신성은 대상 은하의 중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2분 떨어져 있습니다. 이 은하는 100년간 10번에 걸친 초신성 폭발로 인해 ‘불꽃놀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 어떤 은하에서도 이 불꽃놀이 은하보다 더 많은 초신성이 발견된 적은 없었습니다.

새롭게 관측 가능한 초신성(PSN)은 불꽃 은하의 핵(R.A. 20h 34m 44.24s, Dec. +60° 11′ 35.9″)에서 서경 61도 북경 143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것은 지도상에 표시된 비슷한 밝기의 두 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비록 스펙트럼 상 이 녀석이 타입 la(백색왜성 폭발)인지 아니면 타입 ll(충돌해서 폭발한 거대한 별)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위긴스가 초신성의 폭발 초기에 포착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AT 2017 eaw 초신성은 당시에 꽤나 오랫동안 밝게 빛났습니다.

위긴스는 이제 불꽃은하에서 초신성을 발견한 사람들의 긴 줄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중에는 미국의 천문학자인 조지 리치(George Willis Ritchey, 1864~1945: Ritchey Chrétien방식의 천체망원경의 발명가)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는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 1917년 7월 19일에 이 불꽃은하에서 최초의 초신성(SN 1917A)를 세상에 알렸던 사람입니다. 그 이후로 초신성의 폭발은 계속되어 이번 10번째 초신성을 발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NGC6946 은하는 아마추어 별지기들에게는 아주 잘 알려진 은하입니다. 어마어마한 핀 휠(타입 Sc 나선형)은 우리 지구로부터 22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1798년 윌리엄 허셜(Frederick William Herschel)에 의해서 발견되었습니다. NGC 6946, 지금까지 단일 은하에서 무려 10번이나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서 불꽃놀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은하. 이 은하를 처음 발견한 사람도 윌리엄(Frederick William Herschel)이고 불꽃은하 내에서 일어난 최초의 초신성을 발견한 사람도 윌리스(George Willis Ritchey)입니다. 이 칼럼을 쓰는 필자의 영어이름도 윌리(William Kwanwoo Yoon). 어떻게 해서든지 막 연관 짓고 싶어집니다. 필자도 언젠가 개인천문대를 갖게 될 때 즈음에 어느 은하 한 귀퉁이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초신성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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