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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과 헬리콥터 머니<하승수 칼럼>
  •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승인 2020.05.25 16:35
  • 호수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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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변호사

[고양신문] 이노우에 도모히로라는 일본의 경제학자가 쓴 『거품경제라도 괜찮아 : 헬리콥터 머니와 기본소득』(다돌책방)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서문을 보면, 그가 제자로부터 들은 얘기가 나온다. 어떤 제자가 이렇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교수님, 거품경제라도 일어나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는 대학생활을 활기차게 할 수 없습니다.”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보며, 그는 이 제자의 얘기가 엉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제자와 같은 청년들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기존의 정책과는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은 돌아다니는 돈의 양이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보고, 돈의 양을 늘리기 위해 ‘헬리콥터 머니’라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헬리콥터 머니란, 헬리콥터에 돈을 싣고 날아오른 다음, 하늘에서 돈을 뿌리듯이 정부나 중앙은행이 국민에게 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이런 얘기가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경제학자의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헬리콥터 머니와 같은 정책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맞아 사람들의 삶에 숨통을 틔우고 경제의 활력을 살리기 위해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긴급재난지원금이 1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형태가 된다면, 그것은 ‘헬리콥터 머니’같은 정책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리고 경제가 받은 충격이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1회성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지속적인 소득보장 정책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이 정책의 이름을 무엇이라 부를 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기본소득의 일환으로 본다면, ‘재난 기본소득’이나 ‘코로나 기본소득’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 지금 당장 쓸데없는 곳에 낭비되는 모든 정부지출을 중단시킨다면, 몇 십 조원 정도를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뉴딜’ 중에 토건사업에 낭비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뉴딜만 하지 않아도 막대한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공항, 도로, 철도를 대규모로 건설할 이유가 없다. 이미 많은 공항, 도로, 철도가 있지 않은가? 또한 탈세를 막아도 많은 세금이 걷힐 것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공공연한 탈세들이 이뤄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이노우에 도모히로는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중앙은행에 팔고, 중앙은행에서 받은 돈을 시민들에게 나눠주자는 정책도 제안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국가가 국민들에게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주자는 것이다. 황당한 얘기가 아니라, 현행법의 틀 내에서도 가능한 방법이다. 국가채무가 커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할 수 있지만,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를 중앙은행이 인수하면 당장 상환부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발생한다면, 조세정책을 통해 통화를 일정정도 회수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라도 시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이유라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앞으로 시행하게 된다면 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100% 모든 시민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도 70%의 국민들에게만 지급할 것이냐, 100% 국민들에게 다 지급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처럼 소득이 투명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에게만 선별적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불만과 불신을 낳을 수밖에 없다. 100%에게 지급하고,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일부를 환수하는 것이 간단하고 투명한 방식이다.

둘째, 가구별이 아니라 개인별 지급이 되어야 한다.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부모에게 지급하더라도,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개인별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랬다면 세대주가 행방불명이거나 세대주가 가정폭력 가해자인 경우 등이 논란이 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별로 지급하는 것이 ‘모두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한다’는 정신에 맞다.

물론 아직은 이런 얘기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낳은 지금의 현실이 낯설다면, 그에 대한 대응책도 낯선 것이 당연하다. 친숙한 것은 과거의 것이고, 낡은 것이다.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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