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깃든 땅이 자연과 사람을 살린다

건강도시 고양을 위한 심층 기획 
생명이 깃든 땅이 자연과 사람을 살린다

<3> 식물의 성장원리와 건강한 먹거리

미생물 살아있는 땅에서 스스로 자란 제철 농산물
면역력 높여주고 영양분도 풍성하게 채워준다

[고양신문] 불교에서 행복은 욕구와 욕망이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평정한 상태, 좋은 감정을 기반으로 다다를 수 있는 이성적 경지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행복은 객관적인 면도 있지만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 행복합니다. 가족과 함께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사랑을 느낄 때 행복합니다. 행복관은 인생관과 통합니다. 

이제는 대학생이 된 아들에 대한 기억 중 생생하게 남아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제가 멋진 아들 밥먹자~불렀을 때,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들은 “아빠, 자동차는 건전지가 없으면 못 가, 그래서 아빠 나도 밥 잘 먹을게. 밥이 건전지야 그렇지 아빠?” 라고 말했었습니다. 참 단순하고도 정확한 표현이라,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 같습니다. 
 
“별 탈 없이 배부르고 등 따시면 됐지 무엇을 더 바라” 어른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 건넸던 이 말처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생존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음식은 우리 몸이 움직일 수 있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의 근원입니다. 음식은 거의 질소화합물로 이뤄져 있습니다.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가져온 악순환 ‘병주고 약주고’ 
오늘날 유럽 문명은 여유 있는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중국의 목화와 영국의 증기기관, 화학비료의 개발로 추위를 피할 수 있게 되고, 먹거리 걱정이 해결되면서 인구가 급증했고, 도시도 형성되었습니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다량의 질소가 포함된 화학비료와 물을 공급하며 대량생산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그 결과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식생활이 곡류 중심에서 육류 중심의 소비로 전환되면서 드넓은 초지가 필요해지고, 겨울에는 가축의 먹이인 건초를 위해 모든 유기물을 회수하게 되었습니다. 화학비료 농사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토양은 유기물이 부족해지고 물리적 성질이 나빠졌습니다. 식물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무너져 버린 것입니다.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식물은 웃자라면서 조직이 연약해지고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됐습니다. 병해충 발생이 급증했고, 결국 화학적 방법의 농사가 확산될 수 없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제초제와 살충제, 농약과 화학비료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변했고, 안타깝게도 병 주고 약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육류 중심의 식생활이 준 변화와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토착미생물의 방어력, 살충제보다 더 강하다
인간은 영리하지만 자연의 생명 순환원리를 거스르며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슬로우푸드와 패스트푸드의 차이는 첨가물의 차이입니다. 패스트푸드는 조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1, 2차 가공과정에 각종 첨가물을 넣고 보존제 처리도 합니다. 편리함을 선택할 것인가, 건강을 선택할 것인가는 소비자의 몫입니다. 인간은 적정한 채식을 해야만 살 수 있습니다. 육류소비를 조금만 낮춰도 심혈관질환을 낮출 수 있고, 가축의 먹이로 거둬지는 식물을 조금만 덜 회수해도 식물이 자라는 땅의 환경을 바꿀 수 있습니다. 토양이 적정한 유기물 함량을 유지하면 식물은 안정적으로 균형을 맞추며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식물이 생산한 유기물을 모두 빼앗지 말고 일부를 반드시 돌려줘야 더 많이, 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곡류 수확 후 잔존물은 방치하거나 소각하지 말고 일부라도 반드시 환원하여 퇴비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 퇴비는 천연유기질비료가 되어 토양의 양분이 되고, 식물의 양분이 됩니다. 퇴비장에는 천연유기물을 분해하는, 그 지역에서 수 만 년 동안 살아남은 안정된 토착미생물이 서식합니다. 이 토착미생물은 외부의 미생물 공격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형성해 살균제나 미생물제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식물이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천연 비료로 토양의 물리적 성질을 개선하는 노력을 선행한다면 제초제 살균제 화학비료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습니다. 
 
벌레먹은 사과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만드는 선순환 
‘벌레 먹은 사과가 맛있다’는 말은 맛있고 안전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만약 사과에 유해성분이 있었다면 벌레가 먹었을까요. 벌레는 사과를 핥는 순간, 한입도 못 먹고 죽었을 것입니다. 벌레의 흔적은 안전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소비자가 벌레 먹은 사과처럼, 투박하고 소박한 농산물을 선택해 준다면 화학농업 중심의 농업을 친환경 농업으로 바꿀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농약사용을 줄이면 환경이 복원되고, 농민은 비용을 절감하여 생산단가를 낮추고 소비자는 보다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요. 생산자와 소비자, 자연과 사람의 상생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못 알아주면 매우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환경친화적인 과정을 거쳐 생산된 농산물일지라도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생산이 중단됩니다. 생산자는 화학제품 사용을 자제하고 친환경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노력하고, 소비자는 보다 안전한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속가능한 선순환의 틀이 형성되어야만 좋은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고 우리의 자녀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지구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분석하고 살길 선택하는 똑똑한 식물
식물의 씨앗은 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뿌리를 내리고 잎을 펼칩니다. 식물은 대부분 수용성인 질소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씨앗이 흙에 뿌려지면 씨앗은 정보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식물은 낮시간의 변화를 감지하여 계절을 인식합니다. 점점 길어지면 봄으로, 점점 짧아지면 가을로 감지하고 발아를 시작할 지 말 지를 결정합니다. 땅속과 공기 중의 온도 변화와 습도 변화, 영양 상태의 변화를 융합적으로 고려하고 이 정보를 일정 주기로 다시 분석하여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가장 적합한 살길을 선택합니다. 환경이 좋으면 크게 성장하여 많은 열매를 맺고, 환경이 안 좋으면 최소한의 열매만을 맺어 씨앗을 여물게 합니다. 종족 번식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죽는 것입니다. 식물은 재배과정에서 일시적인 악조건에 처하면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 번식의 과정을 유보합니다. 어느 정도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야만 꽃을 피울 지, 씨를 맺을 지 의사를 결정합니다. 섣부르게 판단하면 씨앗이 여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는 잘 활용하면, 개화시기나 수확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습니다. 시장 가격을 지켜보고 출하시기를 조절한다면 수익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노지 농산물이 좋은 이유 ‘함수율 적고 영양분 촘촘’ 
위 사진은 당근의 물관과 체관을 분리한 것입니다. 유기물은 뿌리를 통해서 물관으로 올라가고, 물관에서 다시 체관으로 공급됩니다. 뿌리 근처의 물과 유기물은 햇빛을 이용해 양분을 만드는 과정, 즉 광합성을 통하여 농도가 짙어지는데, 뿌리 부위와의 농도 차이로 인해 삼투압이 발생합니다. 체관 사이에는 뿌리와 연결된 작은 관인 모세관이 있습니다. 이 모세관을 통해 정제된 질소와 유기물이 물에 녹아 물관으로 들어갑니다. 밤이 되면 영양분은 체관으로 이동해 줄기와 잎을 키우고 열매를 맺게 됩니다. 

영 맛이 물탱이야, 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물을 많이 함유하여 맛과 향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이런 물탱이 식물의 조직구조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섬유질 구조가 엉성합니다. 영양분이 적고 물을 많이 함유하면 수분에 의한 세균감염으로 저장성도 낮습니다. 그렇다면 함수율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함수율은 작물 주위의 온도와 질소 농도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사람도 더우면 물을 많이 마시듯 식물도 여름엔 물을 많이 먹고, 노지보다는 온도가 높은 하우스 안에서 물을 많이 먹습니다. 그래서 하우스 식물은 함수율이 높고, 더 빨리 자랍니다. 노지에서 자라는 제철 채소와 과일은 함수율이 낮아 조직이 단단하고 맛과 향이 짙습니다. 노지 농산물은 영양면에서도 우수하지만, 성장 속도가 느리고 기상변화 등 외부요인이 재배에 영향을 미처 농작이 쉽지는 않습니다. 

식물의 성장원리 잘 배려해야 튼실한 농산물 생산 
산 계곡 주변에는 잎이 넓고 조직이 무른 나무들이 잘 자라고, 산꼭대기로 갈수록 물을 적게 먹고 적게 방출하는 단단한 조직의 침엽수림이 많습니다. 이 원리는 농사에서도 적용됩니다. 밭이랑의 높이는 잎의 크기와 반비례 합니다. 잎이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식물은 물 공급이 쉽게 이랑을 낮게 하고, 잎이 작은 고추는 이랑을 높게 합니다. 잎이 작고 물을 적게 먹는 고추 등의 식물은 오이 등 잎이 크고 물을 많이 먹는 식물과 거리를 두고 심어야 잘 자랍니다. 

식물을 재배할 때 파종과 이식, 솎아주기는 다 자란 모습을 염두에 두고 적정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다 자란 모습이 크고 실하면 듬성듬성하게 해주고, 가늘고 길쭉길쭉하면 촘촘하게 파종하면 됩니다. 자라면서 서로 붙으면 중간중간 솎아주어 서로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햇빛과 양분을 얻기 위해 경쟁하지 않고. 각자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습니다. 욕심을 부려 촘촘히 두면 식물은 알아서 열매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씨를 맺습니다. 

토마토, 가지, 고추같은 식물은 엄마가 화방 밑의 아들순을 키우고자 합니다. 식물의 아들순은 본잎의 잎자루 바로 위에서 자라는데, 어느 정도 무거워지면 아들순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미리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단, 화방 밑의 아들순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엄마순과의 결속력도 강해 잘 자랍니다. 그래서 엄마순이 키우고 싶어합니다. 잘못해서 아들순을 잘랐을 경우 다음 화방 밑의 아들 순을 키우면 됩니다. 지주세우기는 기존의 하우스 파이프와 클립을 이용해 높이를 조절하고 지지해줍니다. 잎의 크기가 현저히 작아지면서 갈변하는 것은 제거합니다. 잎은 통풍을 위해 제거하지만 너무 일찍 많이 제거하면 광합성 양이 줄어 성장 속도가 늦어지고 마디 순 간격이 커져 형태가 부실해집니다. 
 
식물과 사람 면역력 키워야 바이러스 이길 수 있다
식물은 인간의 눈이 아닌 식물의 눈으로 관찰하고 돌봐야 합니다. 미생물이 살아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듯이, 식물도 미생물이 살아있는 땅에서 자라야 건강하고 열매도 튼실하게 맺습니다. 제초제와 살충제 화학비료는 땅의 미생물과 식물에 함유된 미생물을 몽땅 죽이게 됩니다. 모든 미생물이 제거되면 당장은 빨리 자라고, 생산량도 많아질 수 있겠지만 결국 영양분 적은 물탱이 농산물일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수분 덩어리 사과 10개보다 영양분 촘촘한 사과 1개가 더 효과적입니다. 당장은 자라는 속도도 떨어지고, 생산량도 줄어들지만, 조금만 기다려주면 식물 스스로 보답하는 날이 꼭 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생산자가 친환경농업, 유기농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시장을 움직여 주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몸의 면역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지금도 셀 수 없이 많이 떠돌고 있습니다. 더 골치 아프고 번식력 왕성한 바이러스가 더 자주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를 피하는 길도 있겠지만 우리 몸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워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식물의 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살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건강하게 잘 살 수 있고, 이 힘을 가진 식물을 섭취해야 인간도 스스로 살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자연의 원리를 존중하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글 심민보 청송유기농주말농장 대표 

필진소개

심민보 청송유기농주말농장 대표는 고양에서 27년 동안 유기농 농사를 이어오고 있는 농업인입니다. 이산포 근처의 법곳동 농장의 땅은 고양은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우수한 유기농 환경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할아버지께 배운 실학의 원리를 삶과 일에 적용하고 다시 체득하며, 이 원리가 관통하는 농사를 통해 환경을 살리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심민보 대표는 27년 전 농사를 시작하며 동시에 주말농장을 시작해 도시민들이 농사를 통해 땅과 생명의 원리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주말농장이랍니다. 또 학교와 기관의 환경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심민보 대표의 글은 땅에서 직접 배운 생명의 원리를 체험적으로 풀어냅니다. 이번 건강기획 두 번째 주제 ‘생명이 깃든 땅이 자연과 사람을 살린다’를 3회 연재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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