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이후 마을 공동체 가꾸는 능곡3구역 주민이야기

능곡3구역 뉴타운 해제를 주도했던 주민들이 조직한 ‘토당골 공동체학교’의 얼굴들.

[고양신문] 35년 경력의 현직 방송작가부터 전직 미대사관 근무자, 직업상담사 등등. 서로 다른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마을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과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았다. 이름 하여 ‘토당골 공동체학교’. 작년 능곡3구역 뉴타운 해제를 주도했던 주민들이 마을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준비 중인 마을학교 프로그램이다. 선생님도 학생도 모두 주민들로 구성돼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는 기획이 매우 인상적이다.

지난 20일 토당골 공동체학교 첫 수업을 앞두고 기획회의가 한창인 능곡3구역 주민들을 찾았다. 학습공간으로 마련된 능곡고 옆 건물 4층은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 된 상태였다. 빔프로젝트, 와이파이수신기, 책상, 의자 등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들은 모두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후원금과 기증 등을 통해 마련했다고 한다. 마을모임의 대표격을 맡고 있는 박경희(57세)씨는 “처음에는 공간만 덩그러니 남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하나둘 채워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능곡3구역 주민모임 결성은 뉴타운 해제운동이 한창이었던 작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제동의안 제출을 주도했던 3구역 주민들이 조합추진위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 선임 비용 모금활동이 이뤄졌다. 다행히 고발건은 무혐의로 마무리 됐지만 남은 모금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기왕 남은 돈인데 마을발전을 위해 쓰자는 의견으로 모아졌어요. 해제운동을 시작하면서 공동체나 도시재생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런 방향으로 가려면 계속 모이고 소통하고 노력해야 하더라구요. 그래서 뉴타운 해제에 함께했던 주민들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준비모임을 시작했죠.”

마을의 새로운 변화움직임이 일자 후원의 손길도 이어졌다. 능곡3구역의 한 건물주는 마을모임을 위해 무상으로 공간을 내어줬다. 동네발전을 위한 활동에 기여하라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내린 결정이었다. 모임에 직접적인 참여가 어려운 주민들은 저마다 후원금을 조금씩 보탰다.

주민들의 노력에 공공에서도 호응했다. 고양도시재생센터는 작년 10월 도시재생 사전 기반구축을 위한 Go-우리사업 대상지로 능곡3구역을 선정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능곡3구역 주민들은 공간 리모델링과 주민활동에 대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토당동 공동체 학교도 이러한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주민들이 서로를 가르치고 배운다는 어찌보면 단순한 기획이지만 참여하는 면면은 범상치 않았다. 마을학교 공동교장을 맡는 박경희 씨는 35년 방송작가 경력을 활용해 ‘인생이야기와 일기쓰기’라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파독간호사 출신인 김신자(78세)씨는 저학년을 대상으로 구연동화 프로그램을, 미대사관에서 40년 근무했던 임희재(65세)씨는 기초영어회화 교육을, 서양화가인 윤병천 씨는 그림교실을 각각 맡아 운영한다. 모두 능곡3구역에 사는 주민들로 마을을 위한 활동에 기꺼이 참여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주민모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정현채 씨(58세)는 “같은 공동체에 있는 분들이 서로의 역량을 나눠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학교 형태를 통해 주민간의 소통과 화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주민 임희재 씨는 “그전까지는 동네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대표를 맡으신 분이 마을 청사진을 너무 멋지게 제시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에 호감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며 “막상 모임에 몸담아 보니 주민들의 호응도 너무 좋고 다들 친절하고 살고 싶은 동네라는 만족감이 든다”며 토당동을 가장 좋은 동네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박경희 씨는 “마을학교를 시작으로 마을공방이나 바자회 등 세상과 소통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며 “주민들의 능력을 하나씩 모으고 동네를 바꿔간다면 토당동을 외국 유명도시에 버금가는 재생사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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