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일 논의 온라인 밴드 운영, “마을 미관 살리기 협조 아쉬워”

이승희 통장의 인생은 영화 <건축학 개론>의 여주인공과 많이 닮았다. 제주도 출생, 혼자 올라와 서울의 음대 진학, 외동딸,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것 등이 그렇다. 자라온 환경은 가수 수지이고 살아온 환경은 배우 한가인 이다. 그의 인생필름은 봉사학개론이자 나눔학개론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승희 통장에게 봉사와 나눔은 동의어다..

이승희 장항2동 19통장. 소위 말하는 스펙이 화려하다. 제주도 서귀포가 고향인 그는 84년 12월 대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혼자 서울로 올라왔다. 이듬해 숙명여대 관현악과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해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유럽으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초·중·고·대학에서 교사와 강사, 지휘자와 연주자로 음악과 함께 30여 년을 보냈다. 바쁘게 움직인 젊은 시절에도 꾸준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공생과 헌신을 배웠다. 그러다 큰 슬픔을 만났다. 
15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011년부터 장항동에서 같이 사시던 아버지가 3년 전 어머니 곁으로 가셨다. 가장 의지하고 사랑한 아버지이기에 허전함과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 헛헛함을 채워준 게 봉사활동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고아원과 군부 대, 지체장애인시설 등에 봉사활동을 다녔다. 봉사로 배운 것이 더 많았다는 그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그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것뿐이다. 그분들로 인해 오히려 내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봉사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무언의 소통이자 마음 나눔이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더 고맙다”라고 말했다.

재능기부 외에도 여름에는 선풍기와 시원한 물품, 겨울에는 내복과 장갑, 방한용품, 초코파이 등을 사비를 들여 전달했다. 지역봉사도 이어갔다. 그는 일주일에 평균 3~4회 동행정복지센터에 간다. 민과 관의 가교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활동과 동사무소에서의 안내와 홍보활동을 꾸준히 했다. 시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현장 안내 지원도 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자발적 참여다.
2011년 장항2동으로 이사 온 그는 ‘장항문화축제와 경로잔치’, ‘호수노루목축제 및 효잔치’의 주민노래자랑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걸 계기로 장항2동 호수공원 인근 삼성 메르헨하우스 관리단장과 삼성 라끄빌 운영위원회 감사직도 맡고 있다. 지역에서의 소소한 봉사와 이력 덕분에 2018년 7월 장항2동 19통장을 맡았다. 지난해 3월엔 동통장회장, 지난해 12월에는 일산동구통장협의회 부회장이란 명함도 생겼다.

그에게 작은 헌신은 나눔과 봉사다.

“장항2동은 서울로 치면 명동과 종로일 겁니다. 법원과 검찰청이 있고 등기소, 관공서가 많아요. 라페스타와 웨스턴돔이라는 젊음의 거리와 쇼핑센터, 먹자골목도 있구요. 명동과 종로보다 좋은 것은 호수공원이 있다는 겁니다. 행정과 문화와 소비가 있는 장항2동입니다”라며 한껏 마을을 자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호수공원 꽃박람회장에 대형 도서관이 생겼고 지난해에는 법원연수원에 법원도서관이 개관했다. 행정과 문화의 중심이라는 자랑이 있을 만했다. 그런 지역 특성을 살려 각 공공기관과 단체,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맺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그가 한국마사회 일산지사 지역상생위원과 마두지구대 생활안전위원회 법무부위원으로 활동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에 더 관심을 갖고 지역의 기업, 소상공인들과의 소통이 있다면 공생과 상생의 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양시 통장 워크숍에서 장항2동을 대표해 연주를 하고 있는 이승희 통장. 그는 관악기 전문가다.

“일도 많고 탈도 많은 동네예요. 라페스타 인근에 오시는 분들이 특히 담배꽁초를 아무 곳에나 버리고 있어, 화재 위험성이 크고 도시미관과 위생상에도 너무 안 좋습니다. 일산신도시를 들어오면서 첫인상이 시작되는 곳인데 안타깝습니다”라며 쇼핑몰과 먹자골목 인근의 도시미관을 살리는데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항2동은 온라인 소통공간 ‘장항 2동 소통할 고양’이라는 밴드가 있다. 장항2동 통장 35명과 행정복지센터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네트워크의 장이다. 이곳은 장항2동의 모든 공적 일정, 회의 자료를 공유하며 마을의 개선 사항을 결정하는 연속적인 온라인 공간이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만남은 연기됐지만 밴드는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지난 5월 27일 오랜만에 첫 오프라인 회의를 했어요. 다들 반가워 하시더라구요. 활발한 논의도 펼쳤구요. 지난 100여 일의 온라인 밴드 소통은 통장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라인 마을’이 될 수 있었어요. 밴드라는 소통의 공간에서 활발한 논의를 해 주신 김동원 동장님과 많은 공무원, 통장, 직능단체, 시민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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