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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귀종의 경제칼럼> 헬스케어 플랫폼과 원격의료<노귀종의 경제칼럼>
  • 노귀종 경제평론가
  • 승인 2020.06.02 14:28
  • 호수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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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 전설적인 명의 편작에게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두 명의 형이 있었다고 한다. 큰 형은 병에 걸리기 전의 사람을 치료하고 작은 형은 초기 단계의 병을 고치는 의사였는데 사람들은 병이 극심하게 진행된 상태의 환자를 고치는 편작만 명의로 떠받들었다. 하지만 편작의 집안에서는 편작을 제일 하수로 취급했다고 한다.

최근 의료 분야에서 편작의 형들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헬스케어 플랫폼이라는 건강관리 시스템을 통해서다. 의료 영역은 크게 예방과 진단·치료, 그리고 사후 모니터링으로 나뉜다. 병원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집중한다면, 헬스케어 플랫폼은 예방 분야에 특화된 의료 서비스로서 의료 면허가 없어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의 몸 상태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적절한 대응 방식을 알려주거나 통원 치료를 권유한다.

오늘날 헬스케어 서비스가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경제적 이유는 명백하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생존 수명은 늘어나는데 반해 건강 수명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개인의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고, 이와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 또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구조적인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예방 의료 분야의 규제완화―예컨대, 의료 면허 없는 헬스케어 플랫폼의 영업범위 확대―가 점점 필요해지고 있다.

현대 질병의 70% 가량이 생활 습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헬스케어 플랫폼이 주목받는 중요 요인이다. 암, 고혈압, 뇌혈관 질환 등은 생활 개선에 의한 치유 효과가 크고, 치료 전 단계에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헬스케어 플랫폼은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 등을 이용해서 개인의 생활 습관과 컨디션을 효과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문제는 헬스케어 플랫폼의 영업 범위가 질병의 예방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플랫폼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또 다른 플랫폼 참여자(서비스 공급자)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효용 증가 및 서비스 비용 감소가 유발되면서 플랫폼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병원의 참여다. 헬스케어 플랫폼이 커지면 서비스 공급자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병원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진료기관인 병원이 예방기관인 헬스케어 플랫폼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플랫폼 내에 잠재적 환자와 데이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참여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는 플랫폼이 내미는 손을 잡게 될 것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플랫폼을 확장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결국엔 헬스케어 플랫폼과 손을 잡는 병원들은 직접적으로든 우회적으로든 사실상 원격의료 행위를 하게 될 것이다.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 정보이동권(right to data portability)이 활성화 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보이동권이란 병원이나 금융회사 등에 산재해 있는 고객의 데이터를 본인이 필요할 때마다 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쉽게 꺼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기업이 아니라 개인 주도로 정보를 관리하고 보호하려는 움직임, 즉 정보 활용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하는 소비자 주권에 관한 권리다. 개인 정보에 관한 소비자 주권의 강화는 빅데이터 분석 능력의 향상과 맞물려 건강을 의사의 의무가 아니라 환자의 책임으로 여기는 경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가까운 병원보다는 원격진단이 가능한 헬스케어 플랫폼부터 찾는 현상도 늘어날 것이다.

의료 면허 없어도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네트워크 효과에 의한 플랫폼의 확장, 개인 주도의 정보관리와 건강관리 추세 등을 감안하면 헬스케어 플랫폼을 통한 원격의료의 도입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지금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원격의료에 적용되는 의료 수가를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시간이 부족한 고연봉자가 주요 수요자가 될 것이다.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같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거나 인공지능(AI)이 도입될 수 있는 병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 점진적인 원격의료 허용을 통해 환자와 병원이 상생하는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한다.

 

노귀종 경제평론가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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