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승현 거룩한빛 광성교회 위임목사

광성교회의 선택은 ‘40대 젊은 리더십’
정체성 계승하며 새로운 시대 비전 제시

스튜디오 만들고 유튜브 40일 예배 진행
기타 치고, 선물로 치킨 쏘는 ‘유튜버 목사’

이제는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삶의 자리에서 빛날 때 거룩할 수 있어”

 

지난해 말 거룩한빛 광성교회 위임목사로 취임한 곽승현 목사. 40대의 패기 넘치는 리더십으로 '제2기 광성교회'의 역사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양신문] 곽승현 목사는 지난해 11월 거룩한빛 광성교회의 위임목사로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에 앞서 1년 동안 전임 정성진 위임목사와 공동사역을 했다. 쉽게 말해 은퇴를 앞둔 선임자와 취임을 준비하는 후임자가 수평적인 인수인계의 시간을 가졌던 것.
일산서구 덕이동에 자리한 거룩한빛 광성교회는 단순히 고양시를 대표하는 대형교회를 넘어, 한국 개신교의 미래를 이끌어갈 영향력 있는 교회로 손꼽힌다. 정년을 5년이나 앞당겨 자진해서 조기 은퇴한 정성진 목사, 교인들에 의해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세워진 후임 곽승현 목사 간의 순조로운 리더십 교체는 또 하나의 바람직한 선례로 평가받는다.
곽승현 위임목사는 4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거룩한빛 광성교회의 위임목사로 취임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의욕적인 목회의 첫 발을 떼자마자 코로나19라는 당혹스러운 사태에 직면했다. 교회 담임목사실에서 곽승현 위임목사를 만나 예배 중단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거룩한빛 광성교회 ‘시즌2’는 어떤 모습일지 들어보았다.  


▶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해달라.
고양신문 독자들에게 주님의 평강을 전한다. 저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해오다 목회자의 소명을 받아 여러 신학 과정을 거쳤다. 젊은 시절 거룩한빛 광성교회에서 파트교역자로 일하며 정성진 목사님의 목회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후 충주의 한 교회를 담임하게 돼 광성교회에서 배운 여러 가지 개혁적인 목회 모델을 적용하며 아주 재미나게 목회를 했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광성교회 담임목사로 위임을 받았다.


▶ 광성교회 후임자로 40대의 젊은 목회자가 부임한 사실이 세간의 화제다. 교인들이 어떤 점을 기대하고 본인을 택했다고 생각하나.

20여 명 교인들로 구성된 청빙위원회의 주도 하에 1년 여 간의 민주적이면서도 투명한 청빙 절차를 거쳐 담임목사로 선택됐다. 아마도 전임 목회자의 목회 철학, 그리고 광성교회의 독특한 성장 과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광성교회의 정체성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개혁하는 교회이고, 다른 하나는 나눔을 실천하는 교회다. 이러한 전통이 안정적으로 이양되기를 기대하셨을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좀 더 활기차고 패기가 넘치는 분위기의 ‘제2기 광성교회’를 기대하면서 젊은 리더십을 선택해주신 것이 아닌 생각한다.


▶ 전임자인 정성진 목사가 남긴 업적을 정리한다면.

광성교회는 우리나라 개신교의 불합리한 관행들을 개혁해 새로운 신앙 표준을 제시하면서도 교회가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특히 정년 단축, 목회자 재신임, 원로목사제 폐지 등을 교회 내규로 명문화해 목회자의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으셨다. 또한 지역사회를 향해서는 ‘섬기는 교회’라는 표어 아래 많은 일들을 펼치셨다. 해피월드 복지재단을 설립해 저소득 취약계층과 위기가정을 돕고 있고, 고양과 파주의 4개 복지관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도 다문화가정과 새터민 지원 등 헤아릴 수 없다. 한 마디로 교단적 차원과 지역사회 차원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동시에, 그것도 정말 교과서처럼 잘 보여주셨다.


▶ 일반적으로 한국 대형교회들이 카리스마를 가진 초대 목회자의 은퇴 이후 이런 저런 내홍을 겪고는 한다. 광성교회 사정은 괜찮은가.

광성교회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이야기다. 대형교회들이 목회자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내홍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전임자가 후임자 선정에 개입을 하고, 은퇴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목사님은 후임자 선택의 모든 과정을 교인들에게 온전히 맡기셨다. 앞서 말했듯이 후임자 청빙 과정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오히려 교인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고, 교회의 미래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기회가 됐다.


▶ 곽승현 위임목사 시대의 거룩한빛 광성교회는 어떤 점이 달라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 목사님이 다져놓은 사역의 방향은 일관되게 지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며 느슨해진 부분들도 있다. 보다 효율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목회적 측면에서는 당분간 외부 사역보다는 교인들의 마음을 다시 건강하게 세우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그동안 정목사님이 아버지의 역할을 보여주셨으니, 저는 교인들의 마음에 좀 더 따뜻하게 다가가는 어머니와 같은 목회자가 되고 싶다.


▶ 코로나19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광성교회는 어떻게 대처했나.

초기에는 모두가 당황했다. 교회에서 예배 중단을 선택해야 하는 게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긴급하게 의료진들과 부목사들로 구성된 코로나 대응팀을 구성했고, 매주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의료적 관점에서 그리고 목회적 관점에서 대응지침을 마련해 교인들에게 알렸다. 감사하게도 교인들도 지침을 잘 따라주셔서 큰 혼란 없이 모범적인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조심스럽게 제한적 예배를 재개했는데, 유동적인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목회자실 바로 옆방에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유튜브 동영상 녹화를 한다는 곽승현 위임목사. "권위적인 목회자가 아닌, 친근한 영적 멘토로 교인들의 마음에 다가가려 합니다."


▶ 담임목사가 유튜버로 변신했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코로나가 나를 이렇게 만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웃음). 의욕적인 목회를 시작하는 시점에 예배중단 사태를 맞게 돼 너무도 막막했다. 교인들과의 소통 방법을 고민하다가 담임목사실 바로 옆방을 작은 스튜디오로 꾸미고, 교회 유튜브 채널에 40일 특별 영상 가정예배를 매일 진행했다. 근엄한 정장을 던져버리고 셔츠 차림에 기타를 들고 직접 찬양도 불렀다. 비록 영상을 통해서지만, 성도들의 가정마다 제가 초대를 받아 함께 작은 예배를 드린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40일 동안 가장 집중했던 주제는 바로 ‘가정’이었다. 가정은 신앙적으로 하나님의 소중한 선물이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관계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교인들의 호응은 놀라웠다. 조회수가 수 천 건씩 올라갔다. 주말에는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해 행운을 차지한 가정에 아이스크림이나 치킨을 선물하기도 했다. 부목사님들이 택배기사로 출동해주셨다(웃음). 이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지회별 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교인들을 초청해 화상 심방을 진행하기도 한다. 내친 김에 ‘코로나가 유튜버 목사를 만들었다’는 제목의 책을 쓸까 궁리중이다(웃음).


▶ 새로운 소통방식이 단순한 응급처치로 들리지는 않는다.

맞다. 뜻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의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내가 이 교회에 온 소명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유튜브 예배 실험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마치 민방위 훈련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사회와 교회에 닥친 생소한 상황에 잘 훈련하고 대처해야 더 큰 변화를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요즘 ‘흩어진 교회’라는 신학적 개념을 자주 묵상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건물만이 교회가 아니고, 사람들이 함께 모여야만 예배가 아니다. 성경 안에서도 흩어진 교회, 흩어진 예배의 역사는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각자가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이든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한다면 그게 바로 가장 거룩한 예배가 될 수 있다. 사막에 떨어져도 하나님과 만나고, 소망을 잃지 않고 선하게 인내하다보면 다시 기쁜 마음으로 함께 모이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 보다 거시적으로 한국 교회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지금 한국교회의 전망이 무척 어둡다. 코로나 이전에도 교세의 위축은 감지됐지만, 코로나로 인해 하락세가 확연해졌다. 많은 교회 미래학자들은 10년 내에 기독교인 숫자가 반 토막이 날 것이라 예견한다. 심지어 현재 5만 5000개에 이르는 한국교회가 1만개 교회로 통합되거나 조정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시스템과 제도의 과감한 변화가 없으면 사회로부터 도태될지도 모른다.
코로나를 맞아 교회는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을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상식을 배반하는 전근대적인 관행들이 종교의 특수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당신들이나 잘 하시라’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무작정 성장만을 외치던 시절의 영성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교회는 물질을 초월해 인간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가장 귀한 선물을 주는 곳인데, 선물을 주는 사람의 태도와 방식이 잘못됐다면 누가 그 가치를 귀하게 받겠는가. 교회가 스스로를 성찰하며 사회적 역할을 다시 회복하려고 노력할 때 새로운 출구가 보이지 않겠는가.

한국교회를 개혁하면서도 성장하는 롤모델을 보여준 거룩한빛 광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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