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분구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승인 일정 쫓겨 졸속 추진
형식적 설문조사·주민설명회
삼송지구서 신원마을만 제외
“생활권 맞게 구역조정부터”


[고양신문] 작년부터 논의가 진행되어온 덕양구 분구안이 이달 말 확정돼 경기도와 행안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현재 46만 명이 넘는 덕양구를 가칭 덕양북구와 덕양남구라는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나누고 이에 따른 공무원 확충 등을 통해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추진목적이다.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졸속적으로 진행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해당 지역의 주민생활권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분구계획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양시가 내부적으로 확정한 덕양구 분구 계획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구 46만6157명(2019년 12월 기준)의 덕양구를 가칭 덕양북구(24만9814명)와 덕양남구(21만6343명)로 분구하고 남구에는 신규 구청사가 들어선다. 행정구역이 구분됨에 따라 공무원 또한 145명을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공무원 충원과 신규 구청사에 따른 소요예산은 약 195억원으로 예상된다. 시는  ▲삼송·원흥·향동·지축 등 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한 덕양구 인구 급증 ▲행정수요 급증에 따른 공무원들의 업무과다 ▲이에 따른 행정서비스 질 하락 등의 문제를 들어 현재 덕양구 분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분구 경계선이다. 고양시 분구 계획안에 따르면 기존 덕양구 19개 행정동은 덕양북구 10개 동, 덕양남구 9개 동으로 각각 나뉜다. 이중 시청이 위치한 주교동을 비롯해 원신동, 성사1·2동, 고양동, 관산동, 능곡동, 화정1·2동, 행주동은 덕양북구에 편입되며 흥도동, 효자동, 삼송동, 창릉동, 행신1·2·3동, 화전동, 대덕동은 덕양남구에 편입된다. 박성식 주민자치과장은 “작년에 진행한 타당성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인구, 면적, 행정동 수 등을 적정하게 반영해 분구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분구안의 세부내용이 공개되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송택지지구 내 신원마을 아파트 단지다. 행정구역상 원신동에 속해있는 이곳은 시가 제출한 분구안에 따르면 삼송지구 아파트 단지 중 유일하게 덕양북구로 편입하게 된다. 이번 분구계획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신원마을은 같은 삼송택지지구임에도 행정적·생활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삼송지구 신원마을 연합대표회 김주연 사무총장은 “삼송지구는 모두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있는데 시의 계획대로라면 우리 신원마을만 홀로 떨어져 나가게 되는 꼴 아니냐”며 “실제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인구수만 가지고 무 자르듯 행정구역을 나누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해당 지역구의 박한기 시의원 또한 “현재 삼송택지지구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4개 동(원신·흥도·삼송·창릉)으로 갈라져 있는 현 행정구역을 생활권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행정구역 조정을 마친 뒤에 분구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순서상 맞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나타냈다. 

분구계획안 추진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양시는 이번 분구계획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진행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의견수렴 절차는 작년 9월 고양시민 3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올해 2월 덕양구 19개 동 직능단체원 9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이 전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내용 또한 분구에 대한 찬반여부와 분구명칭에 대한 견해를 묻는 정도였다. 구체적인 분구계획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는 지난 5월 15일 단 한 차례 진행됐는데 그마저도 덕양구 주민자치위원, 통장 등 122명이 참석했을 뿐이었다. 2004년 일산동서구 분구결정을 앞두고 1년이 넘는 주민의견 수렴기간을 거쳤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재필 자치행정국장은 4일 시의회 상임위 질의에서 “코로나19 사태와 총선 등의 문제로 공청회 자리를 많이 마련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행정안전부에 분구계획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까지 분구승인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고 답변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화성시와 용인시의 경우 작년과 올해 각각 행안부에 분구안을 제출했으며 고양시 또한 행안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 시점에 신청서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양시의 분구신청이 실제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제도과 담당자는 “(분구신청과 관련해) 고양시와 사전 협의된 내용은 전혀 없다”면서 “최근 10여 년간 지자체 분구신청을 승인한 사례가 없다. 분구에 따른 구청 신청사 비용문제, 공무원 정수 문제, 행정비용 비효율성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고양시가 올해 안에 분구 승인신청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실제 승인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분구계획을 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다양한 대안을 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채우석 시의원은 “이번 국회에서 특례시 관련 법안 통과가 유력한데 특례시가 도입될 경우 기존에 비해 행정조직 개편 자율성이 높아지게 된다”며 “분구논의를 다급하게 진행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충분한 의견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