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강중구 일산차병원장

산과·부인과 강점을 기반으로  
암·일반질환 진료영역 확대 
수련전문병원 지정도 추진
“의료의 공공역할 다 할 것” 

 

강중구 일산차병원 원장은 “경성제국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고향인 김천에서 선업을 이어받아 인선병원을 운영하며 돈이 없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나중에 벌어서 천천히 갚으라며 인술을 베풀었던 강중구(姜重求) 박사처럼 되라며 부모님이 한자까지 똑같은 이름을 지어주셨다”며 “차병원도 지역에서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고통을 겪으며 의료혜택을 받기 쉽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 돌보는 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펼쳐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신문] “외과의사는 크게 두 부류로 분류됩니다. 수술을 오로지 일로서만 하는 사람과 수술을 재미로 대하는 사람. 저는 수술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며 즐기는 사람입니다. 피를 봐야 삶의 활력이 솟구치니 말이죠(웃음). 그동안 한 달에 100명 정도 수술을 해왔으니까 고양시에서 저에게 수술받은 사람이 아마도 만 명은 넘을 겁니다. 제가 하는 수술 방법이 관련 학회나 동료 의사들로부터 객관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도 계속해야 하죠.”

강중구 일산차병원 원장은 연세대학교 의대출신으로 대한대장항문학회 회장, 대한수술감염학회 회장, 대한외과학회 건강보험위원장 등으로 활발한 학회 활동을 이어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건립추진본부 개원준비 팀장으로서 일산병원의 개원을 주도했고, 천직인 외과전문의로서뿐 아니라 적정진료실장, 교육연구부장, 진료부원장과 병원장을 거치며 오늘날과 같은 일산병원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그런 그가 새로 문을 연 일산차병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지역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4년째 고양시에서 일해 오며 그 누구보다도 지역의 의료현황과 환경변화를 정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4일 오후 병원장실에서 강 원장을 만나 차병원에 합류하게 된 계기, 향후 계획과 비전 등에 대해 직접 이야기 들었다.  
 
1960년 차산부인과 의원으로 처음 문을 연 이후 1984년 강남차병원 개원, 1997년 포천중문의과대학교(현 차의과대학교) 개교, 2014년 차바이오콤플렉스 오픈, 2019년 글로벌 의료네트워크 확대 등 차병원은 쉼 없이 60년을 달려왔다. 차병원이 추구하는 의료철학은 무엇인가. 
차(CHA)병원은 창업자인 차경섭 원장이 Christianity(기독교적 이웃사랑의 정신), Humanism(인간 존중의 정신), Academia(연구와 탐구의 정신)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차병원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강남차병원, 분당차병원, 구미차병원 등 종합병원을 비롯해 국내 8개 병원을 구축하며 대한민국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차병원이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된 차별화된 요소는 무엇이고 차병원 그룹의 전략방향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차병원은 1986년 국내 민간병원 최초로 시험관아기를 탄생시켰고 같은해 세계 최초로 나팔관 인공수정 아기 출산에 성공하는 등 생식의학분야에 큰 성과를 거뒀다. 차병원은 이런 난임생식의학 기술을 기반으로 난치병 치료제와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 초일류 글로벌 의료기관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차병원그룹은 당초 지난해 말 일산차병원의 개원을 앞두고 ‘최고 수준의 여성아동병원’을 표방하며 ‘의료관광의 새로운 헤드쿼터’를 만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그런데 원장으로 취임하며 500병상으로 늘려 ‘지역 내 최고수준의 종합병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전략과 방향을 바꾼 것인가.
차병원의 강점인 여성전문 특화진료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본래의 강점인 산과·부인과·난임·여성암 등의 진료에 더해, 심장·소화·신장 등 내과 영역의 진료능력을 갖춘 지역 내 최고 수준의 종합병원, 최고의 의료진으로부터 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는 수련병원 지정 등의 필요성에 대해 차병원 그룹 관계자가 흔쾌히 동의해주었기 때문에 합류를 결심하게 됐다. 일산병원 건립 준비부터 개원 그리고 성장까지를 이끌어왔던 경험을 녹여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당분간 해외로부터의 의료관광 유치는 어렵겠지만 우선 2~3년 내에 종합병원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다져놓고 바이러스가 진정되고 나면 인천공항, 김포공항과 가까운 최적의 입지 조건을 살려 해외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본다.

 

500병상으로 확대예정인 일산차병원 전경. [사진=일산차병원]

      

현재 진료중인 진료과와 진료센터도 앞으로 변화가 예상되는데. 
일산차병원은 모든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기존의 진료과와 센터를 재구성할 계획이다. 현재 13개로 구성된 진료과를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등 20여 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대장암센터, 소화기병센터, 인공신장실, 혈관촬영실, 심도자실, 집중치료실 등 시설도 확장할 예정이다. 

80여 명 수준인 의료진 또한 200명(수련의 포함)까지 확충하고 다학제 진료를 활성화해 중증질환 치료를 위한 기틀도 마련할 방침이다. 그리고 현재 300병상 규모인 입원실도 500병상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고령화 추세에 맞추어 척추·관절 등 외과 진료도 추가할 계획도 갖고 있다. 명실상부한 지역의 최고 종합병원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임할 작정이다. 

일산테크노밸리에 국립 암센터 일부 시설의 확장·이전이 추진되는 등 고양시를 의료·바이오산업으로 특화된 자족도시로 만들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차병원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고양시의 특성상 굴뚝산업이 들어올 수는 없을 것이니 첨단 바이오·메디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집적해 산업화하며 자족도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차병원이 진행한 생식, 유전체의학, 줄기세포, 바이오 의약품과 합성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과 기술 상용화, 시장진입 및 확대의 노하우가 접목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킨텍스라는 대형 전시컨벤션 센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호텔 등 숙박 시설을 갖춘다면 대규모 국제학회나 행사 유치에도 유리할 것이다. 또한 고양시에 있는 기업으로 출퇴근하고, 고양시에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여건만 더 개선된다면 충분히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바라보면서 의료인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러한 감염병에 대해 잘 대처하고 극복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격상되고 보건복지부에 보건을 전담하는 차관을 두는 복수차관제 도입 등 여러 가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염병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적인 담당부서가 전문가들과 논의해 평소에 인력, 교육, 장비, 검진과 진료 체계 등 시스템적인 준비를 잘 해놓는 것이다. 그리고 발병 시에는 담당자들이 정치적 고려나 감염병 대처 외의 사항으로 인해 눈치를 보는 일없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평소 우리가 공공의료가 강하다고 생각했던 나라들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에 헌신적인 우리나라 의료인들의 자세에서 보듯이 사명감도 남다르고, 의료수준도 세계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한국적 의료협력과 방역모델을 구축해 새로운 세계적인 표준으로 만드는 계기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중구 일산차병원 원장
강중구 일산차병원 원장

지역사회에서 의료기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차병원이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의료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민들에게 최상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기울일 작정이다. 

12일에 코로나19로 인해 미루어왔던 개원 기념식을 100%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인데, 이를 기념해 사회공헌사업으로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취약계층 30명에게 종합건강검진서비스(총 20여종)를 무료로 지원한다. 

일산병원에서 일할 때도 그랬지만 차병원도 지역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의료혜택을 받기 쉽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 돌보는 공공적 역할도 다양하게 펼쳐갈 계획이다. 

삶의 격언으로 삼는 문구가 있는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다. 평소에 늘 이 말을 마음에 담고 진료하고 수술에 임한다. 외과의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치료를 하고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자세로 살아왔다. 그래서 내가 빈둥거리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보질 못한다(웃음). 

이제 막 새롭게 시작한 일산차병원의 모든 임직원들도 역시 진인사대천명의 자세와 마음으로 일하다보면 하늘이 알아주고 시민들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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