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건강,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나

건강도시 고양을 위한 심층 기획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메르스 사스 코로나19 등 새로운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미래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문제일까요, 이제 나와 이웃, 인류의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지나친 육식위주의 식생활과 과식, 과욕,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식품의 과잉, 약과 항생제의 무분별한 처방 등 그간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비대하게 성장한 시장은 자연의 생태계는 물론 우리 몸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면역력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과학과 의학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지만 인간은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지구와 지구에 공존하는 생명체들의 미래도 점점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터전으로서 땅과 숲, 동물과 식물, 사람의 건강문제까지도 자본의 무한경쟁 시장에 내맡겨진 결과 입니다. 이제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길, 나와 세계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고양신문은 우선 누구에게나 절실한 건강 문제를 주제로 심층보도합니다.

채소와 과일의 면역물질 ‘파이토케미컬’ 사람 몸도 지킨다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급성장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산업입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매출 규모는 2018년 대비 3.5% 성장한 4조6000억원입니다. 코로나19를 겪은 올해 성장률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이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출이 가장 높은 건강기능식품은 인삼류이고, 비타민류와 프로바이오틱스가 2위 3위를 차지합니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능성 식품 매출이 점점 높아집니다. 

20대 건강기능식품 구매율 46.7%로 껑충, 편의점 인기품목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구매 경험률이 78.2%입니다. 100명 중 78명은 1년에 한 번 이상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겁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2030세대의 움직입니다. 2018년 20대의 건강기능식품 구매율은 29.9%, 30대의 구매율은 55.9%였으나, 2019년에는 20대 46.7%, 30대 59.7%로 올랐습니다. 20대는 무려 16.8% 상승했습니다. 50대가 되어야 찾았던 건강기능식품을 이제 20대부터 찾는다는 현실이 그리 반갑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보면 20대부터 어쩐지 건강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건강기능식품의 상품화와 마케팅이 일상을 변화시킬 정도로 극성이라는 말도 됩니다. 이제 홍삼은 먹기 좋은 스틱형 봉지에 담겨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어느새 건강필수품으로 떠오른 프로바이오틱스는 대형마트의 메인 진열대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20대가 콜라를 먹는 것보다 홍삼을 먹는 것이 낫겠지요. 그러나 콜라를 먹고 허해진 몸을 홍삼으로 보충하며 여전히 콜라를 먹는다면 악순환일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채소와 과일 등 자연재료에 함유된 성분 중 특별히 몸에 유용한 성분을 추출해 만든 식품입니다.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고루 담긴 음식을 먹고 있다면 따로 챙겨 먹을 필요가 없는 보충제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여러 가지 생리활성 물질이 고농도로 농축되어 있습니다.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물이니까 무조건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성분을 한꺼번에 먹거나 과다 섭취할 경우 소화 불량, 피부 발진, 가려움증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특히 노인, 임산부, 어린이의 경우에는 적정 섭취량을 넘어서면 안 됩니다. 약처럼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연 추출물보다 완벽한 기능성 식품 ‘채소와 과일’ 

가장 좋은 건강식품은 바로 자연입니다. 자연의 성분 그대로 섭취했을 때 다양한 영양분이 고루 섭취되고, 면역기능도 가장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등 자연 그대로가 아닌 가공식품이 쏟아지는 이면에는 상품과 이윤이 버티고 있습니다.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은 큰돈이 안 되기 때문에 아무도 만들 수 없는 가공된 식품을 만드는데 돈과 인력이 집중 투자되는 것입니다. 특정한 질병에 일부 가공식품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하루 3끼 먹는 밥상에 문제가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밥상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 것입니다. 채소와 과일은 충분히 먹어도 부작용이 없는 자연의 기능성 식품입니다. 특히 채소와 과일의 파이토케미컬은 항암작용은 물론 감염병 등 만병을 막아주는 면역물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뒤늦게 발견돼 5대 영양소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질병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에 제7의 영양소라고 불리지요. 현재까지 확인된 파이토케미컬은 2000여 종이 넘습니다. 대표주자는 흰색 채소에 많은 플라보이드, 노란색 채소에 풍성한 카로티노이드, 콩에 다량 함유된 이소플라본, 브로콜리 등 십자화 채소에 담긴 설포라반 등입니다.
 
식품영양학과 의학의 혁신, 파이토케미컬의 발견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의학계는 발병한 암에 대한 치료에 집중해 왔다고 합니다. 암을 미리 예방한다는 개념은 1976년 마이클 스폰 교수(미국 다트머스대학교)에 의해 처음 제기됐습니다. 스폰 교수는 식품에 들어 있는 함암성분으로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억제하는 ‘화학적 암예방’이라는 용어를 세상에 처음 내놓았습니다. 

40년 넘게 암 예방을 연구하고 있는 스폰 교수는 식품에 들어 있는 비타민A가 종양발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비타민A 유사물질로 연구를 확대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 스폰 교수는 암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물질, 파이토케미컬을 발견합니다. 파이토케미컬의 항암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파이토케미컬은 몸 안으로 들어온 발암물질을 몸 밖으로 밀어내고 암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차단함으로써 암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암세포를 스스로 죽게 하는 사멸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스폰 박사는 자연식품에서 추출한 항암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더 강력한 암 예방물질을 만들어내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항암치료의 부작용 없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적의 암 백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암의 예방과 치료에 희망을 던져주는 이 파이토케미컬은 바로 우리가 흔히 먹는 채소와 과일에서 나옵니다. 지금 건강하다면 채소와 과일을 잘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식물, 생존을 위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방어물질 생산

과일과 채소, 식물은 땅에 한번 뿌리를 내리면 움직일 수 없습니다. 거센 바람과 비, 곤충과 벌레, 온갖 세균의 침투를 받지만, 사람이나 동물처럼 공간을 이동하며 피하거나 방어할 수 없습니다. 식물은 이 열악한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렇게 식물이 거친 환경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생산하는 물질이 바로 파이토케미컬입니다. 식물이라는 뜻의 파이토(Phyto)와 화학적 물질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이 합성된 파이토케미컬은 ‘식물화합물’입니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약효성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마다 취약한 점이 다르고, 방어해야 하는 대상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이 필요한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을 생산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면역물질입니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아스피린, 말라리아 특효약 퀴닌도 파이토케미컬의 하나입니다. 마늘은 ‘알리신’이라는 파이토케미컬로 강한 냄새를 풍겨 자신을 보호합니다. 녹색채소에 풍부한 ‘클로로필’이나 ‘카로티노이드’도 파이토케미컬입니다. 식물은 햇빛을 받아 이산화탄소를 녹말(전분)로 전환시킨 뒤 영양분으로 사용하지만, 지나치게 강한 햇빛은 식물의 산화작용을 강화시키고, 노화나 질병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만들어냅니다. 사람과 같습니다. 때문에 식물은 햇빛을 이용하면서도 방어해야 합니다. 사람은 햇빛을 피하면 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특수한 색소를 만들어 햇빛을 방어합니다. 녹색채소의 ‘클로로필’과 ‘카로티노이드’는 색소를 이용해 햇빛을 방어하는 파이토케미컬입니다. 식물의 면역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은 고맙게도, 사람의 몸에서도 면역기능을 발휘합니다. 

유방암 실험 쥐, 양배추 브로콜리 투여 3주 후 종양 축소 

한림대 윤정한 교수팀은 실험쥐를 이용해 파이토케미컬 의 항암작용을 연구했습니다. 유방암이 발생한 쥐를 대상으로 한 그룹의 쥐에게는 양배추와 브로콜리의 추출물을 투여하고 다른 한 그룹의 쥐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3주 후 결과를 비교해보니, 추출물을 투여하지 않은 그룹의 쥐는 유방암 덩어리가 크게 자라 있었고, 양배추와 브로콜리 추출물을 투입한 쥐는 암세포 덩어리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습니다. 암은 발암물질이나 활성산소에 의해 세포 속 DNA 가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하는데, 파이토케미컬은 이 돌연변이 세포에서 시작된 악성 종양에 달라붙어 암세포의 성장을 차단하고 암세포가 스스로 죽게 만든답니다. 뿐만 아
니라 다른 부위로의 침범을 막아줌으로써 전이의 위험성도 낮춰줍니다.
 
파이토케미컬은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식물일수록 더 풍부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하우스에서 재배한 채소보다는 노지에서 재배한 채소에 더 많이 들어 있고, 화학농법으로 재배한 채소보다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채소에 더 풍부합니다. 스스로 해충을 견뎌내야 하는 환경에서 더 많은 파이토케미컬을 생산되는 겁니다. 제초제로 땅의 미생물을 죽이고, 살충제와 화학비료로 식물 고유의 미생물까지 제거하면 식물은 스스로를 방어할 파이토케미컬을 생산하지 않아도 생존에 지장이 없습니다. 병균에 취약하고, 영양분이 부실한 채소로 자랍니다.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 십자화 채소에 면역물질 풍부

채소 중에서도 파이토케미컬이 더 풍부한 채소가 있습니다.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 케일 등 십자화 채소입니다. 십자화 채소는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한 만큼 항암효과도 탁월합니다. 브로콜리에 함유된 ‘설포라펜’은 간에서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제2상 효소’를 활성화시켜 체내에 발암물질이 들어왔을 때 간에서 분해되고 제거됩니다. 케일과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 등 대부분의 십자화 채소에 있는 ‘인돌3 카비놀’과 ‘이소시오시아에이트’ ‘엘그라산’ 등의 파이토케미컬은 담배연기 등에 있는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김치로 매일 섭취하는 배추의 ‘베타시토스테롤’과 무의 ‘캠페롤’은 항암·항비만 효과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장수 분야 과학자 박상철 전 서울대 교수가 건강음식으로 강조하는 들깻잎도 훌륭한 파이토케미컬을 가지고 있습니다. 들깻잎에 풍부한 ‘파이톨’은 암세포만 찾아가서 제거하는 자연살해세포의 활성을 높이고, 대식세포 기능을 활성화 시켜 병원성 대장균이나 다른 병원균을 제거합니다. 항암·면역기능이 탁월한 것입니다. 박상철 교수팀이 100세 이상 장수노인들이 모여사는 지역을 조사한 결과 가장 즐겨 먹는 채소가 들깻잎이었다고 합니다. 

채소에 들어있는 여러 비타민 중 비타민C는 열에 약합니다. 가열하면 파괴됩니다. 비타민 A는 열에 강한 편이지만 너무 오래 가열하면 파이토케미컬 ‘카로티노이드’ 함량이 줄어듭니다. 엽록소 또한 열에 약합니다. 채소는 가능하면 생채소를 먹는 것이 좋습니다. 채소를 먹는 다는 것은 채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효능을 우리 몸으로 들여오는 것입니다. 채소는 특히 껍질 부분에 영양분이 풍부합니다. 이왕이면 껍질째 먹고, 즙을 내어 음료수처럼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자연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고추의 빨간색, 가지의 보라색, 브로콜리의 녹색 등 모든 컬러에 파이토케미컬이 담겨 있습니다. 컬러뿐만 아닙니다. 마늘과 파의 매운 맛, 고추의 톡 쏘는 맛, 귤의 신맛과 생각의 향기, 허브의 향기도 면역기능을 합니다. 컬러와 맛, 향에 따라 건강을 돕는 기능도 다릅니다. 자연식품의 기능을 잘 알고 먹으면 값비싼 기능성식품보다 더 풍성하게, 더 맛있게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자연의 무한한 힘은 아마 과학과 의학의 힘으로 다 밝힐 수 없을 것입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몇 가지 비타민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인식하던 때도 있었지만 파이토케미컬과 같은 새로운 성분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사과 한 알에 수도 셀 수 없는 다양한 화합물이 담겨 있습니다. 식물과 사람은 같은 유전자 DNA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생명체라는 의미입니다. 자연화합물이 아닌 인공화합물이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소화를 못하고, 질서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 뭔가 추출해 더 확실한 기능성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자연의 완벽한 조화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겁니
다. 자연의 일부로서 내 몸을 지키는 일은 자연의 힘을 믿고 의존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시 세끼,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 가장 완벽한 건강식입니다.
 
발행인 이영아
자문 박건영 차의과대학 식품생명공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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