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동준 동명테크 대표 · JB시스템 정병락 이사

말로 켜고 끄는 ‘음성인식 LED전등’ 보급
장애인 보조기기 등록됐지만 국가 지원 부족
고령 어르신 가정, 체험홈 등에 기부 실천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행복한 도시 꿈꿔”

 

장애인 보조기기로 등록된 음성인식 전등을 소개하고 있는 동명테크 정동준 대표(오른쪽). 왼쪽은 음성인식 비상벨을 보급하고 있는 JB시스템 정병락 이사.

“나래야, 불 켜”, “나래야, 불 꺼”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자, 신기하게도 거실 천장에 달린 전등에 불이 들어오고 꺼진다. 스위치를 대신해 말로 전등을 온·오프할 수 있는, (주)보임이 생산하는 음성인식 LED램프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도 편리해 보이지만, 사실 이 제품은 지체장애인과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 보조기기’로 특별히 개발된 제품이다.

보임 음성인식 조명기기를 보급하는 동명테크 정동준 대표는 제품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지체장애인, 특히 거동이 불편한 뇌병변장애인이나 시각능력이 아주 낮은 약시 장애인에게는 전등 스위치 하나를 켜고 끄는 것도 커다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전등을 켜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낙상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장애인들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드리고자 성능이 우수한 음성인식 전등을 다양하게 생산·보급하고 있습니다.”

동명테크에서 보급하는 보임 음성인식 전등은 원형 방등, 사각 거실등, 사가 주방등 등 3종류다. IoT기반의 복잡한 구조가 아니라, 단독센서가 장착된 단순한 구조라 누구나 사용하기 편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제품들은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장애인 보조기기’ 인증을 받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사업을 통해 보급을 시작했다.

1992년 법제화된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사업은 장애인들의 생활을 돕는 보조기기 구매 비용을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지도도 미미하고, 무엇보다도 사업 예산이 턱없이 모자란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 보조기기는 31종에 이르는데, 지원예산의 규모를 보면 그림의 떡이다. 고양시의 국비 예산이 연간 1800여 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동준 대표는 “고양시 장애인 숫자가 약 3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며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제품을 보급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답답한 상황을 보다 못한 정 대표는 제품이 꼭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자사 제품을 기부하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 보조기기 접수를 못 하고 발길을 돌리는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던 정 대표는 고양시시각장애인협회(회장 박찬식)의 주선으로 90대 약시 장애인 어르신 댁에 전등을 달아드렸다.

“어르신께서 ‘내가 너무 오래 살다 보니 정말 좋은 제품을 다 사용해본다’며 고마움을 표하시더라구요. 사업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된 분들을 위해 작게나마 기여한다는 소명감이 듭니다.”

그뿐 아니라 최근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미선 소장의 주선으로 장애인 사회적응 체험홈에 전등을 기부하기도 했다.

한편, 동명테크의 협업사인 JB시스템은 음성인식 안심벨과 비상벨을 보급하고 있다. 동명테크의 음성인식 전등과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제품이다. JB시스템 정병락 이사는 음성인식 비상벨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목소리를 인식해 작동하는 비상벨은 손으로 눌러야 하는 비상벨에 비해 위급상황에서 훨씬 빠르고 편리하게 작동합니다. 때문에 여자화장실이나 병원 응급실, 금융기관, 지하주차장 등 활용 범위가 무척 넓습니다.”

정동준 대표와 정병락 이사는 고양의 토박이 가문 일가친척이다. 두 사람은 "고향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업을 운영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정동준 대표와 정병락 이사는 고양시에서 대대손손 살고 있는 토박이 가문 출신의 일가친척이다.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고양시에서 나온 두 사람은 고향에서 열심히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한 모습처럼 닮았다.

정동준 대표는 음성인식 전등 2세대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을 비롯해, 혼자 사는 독거인의 고독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음성인식 점등램프를 이 문제와 접목해 일정 시간 점등되지 않으면 119나 지자체 복지담당자에게 자동으로 비상연락이 전달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착한 기술, 착한 제품’을 생산·보급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정동준 대표의 꿈은 개인과 회사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향하고 있었다.

“고양시가 105만 대도시로 성장했지만, 장애인의 복지가 함께 성장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도시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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