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노래극 <기다림>

故 김용균씨 기리는 낭독과 노래
노래극단기다림 & 룰루랄라 주최
고양시노동권익센터에서 공연

고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  낭독극 <기다림>이  고양시노동권익센터 강의실에서 진행됐다.
[고양신문] 빙 둘러 놓은 의자가 하나 둘 채워지자, 조명이 어두워지고 잔잔한 음악이 깔린다. 강당 바닥 한가운데 환하게 웃고 있는 한 청년의 사진이 비친다. 2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모습이다.
배역을 맡은 이들이 마이크를 잡고 각자의 이야기를 낭독한다. 아들의 첫 취직을 기뻐하는 어머니, 용균을 기다리다 사고 소식을 들은 동료, 그리고 남겨진 어머니를 찾아온 용균의 영혼…. 한 파트 낭독이 끝날 때마다 깊은 울림을 담은 노래들이 불리고 관객들은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공감의 박수를 보내며 한 청년의 떠나감, 그리고 한 어머니의 끝나지 않을 ‘기다림’에 동참했다.

고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죽음,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그린 낭독노래극 <기다림>이 20일 고양시노동권익센터 대강당에서 공연됐다.

한 시간을 조금 넘는 길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작품이 품은 무게는 묵직했다. 꿈 많고 순수했던 청년 노동자를 사망으로 내몬 열악한 노동 환경, 원청과 하청으로 복잡하게 얽힌 부조리한 구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자본의 탐욕 등이 적나라하게 표현됐고, 슬픔을 넘어 새로운 희망의 세상을 열어가려는 어머니 김미숙씨의 숭고한 용기가 그려졌다.

낭독극에 참여한 고양시 노동자 이야기모임 '룰루랄라' 회원들.

형식면에서도 이번 공연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낭독에 참여한 출연자들은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은 극적 긴장과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노래극단 '기다림' 대표인 강찬영(어거스틴 강) 작곡가가 직접 창작한 10여 곡의 노래들은 작은 뮤지컬 작품을 보는 듯 정서적 몰입감을 극대화시켰다. 이날 불린 ‘아이를 보내면서’와 ‘혼자 남겨진 삶’, ‘꽃보다 이쁜 용균이’는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직접 작사한 노래들이다. 그밖에 ‘비가 오시네’와 ‘개나리꽃’은 강이경 시인이 노랫말을 썼다.

고 김용균씨의 사진과 어머니 김미숙씨의 모습이 공연장 바닥과 스크린에 나란히 투영된 모습.

또한 전면 스크린을 통해 고 김용균씨의 죽음과 장례, 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찍은 다큐멘터리 사진들은 낭독극이 전하는 울림을 사회적 각성으로 견인했다.

김용균 기림 활동을 펼치고 있는 ‘노래극단 기다림’과 고양시노동권익센터 노동자 동아리 ‘룰루랄라 이야기모임’이 함께 만든 이번 공연은 고양시노동권익센터와 김용균재단이 후원했다.

강찬영 노래극단 기다림 대표는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만나 고인의 죽음을 기리는 무대를 함께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6월 대학로에서 낭독노래극 <기다림> 첫 무대를 올렸었다.
“첫 공연 때 어머니 김미숙씨가 직접 어머니 역을 연기하셨지요. 주위에서는 심리적으로 너무 힘겨워 하실까봐 만류도 했지만,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냐며 직접 마이크를 잡으셨습니다. 상상 못할 고통을 겪으면서도 더 많은 아들들의 희생을 막는 일에 나서신, 정말 대단한 분이시지요.”

김용균씨의 사진 앞에 한 송이 장미꽃을 헌화하며 낭독극이 마무리됐다.

낭독노래극 <기다림>은 올해 본격적인 공연을 펼칠 예정이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일정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가 고양시 노동자동아리 룰루랄라 모임과 인연이 돼 공연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강찬영 대표는 “룰루랄라 멤버들이 하나같이 재능이 뛰어나셔서 깜짝 놀랐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이분들과 함께 더 많은 곳을 찾아가,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뜻 깊은 무대를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은 낭독과 노래가 번갈아 교차하며 진행됐다.

 

고 김용균씨 배역을 맡은 낭독 연기자.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희생을 추모하는 몸짓.

 

낭독극 <기다림>을 함께 만든 노래극단 기다림과 룰루랄라 이야기모임 멤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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