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류연일 한글서예가 ‘감돌글씨전’

김훈의 『칼의 노래』를 감동깊게 읽은 류연일 서예가가 충무공의 고뇌를 생각하며 쓴 작품.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류연일 서예가와 신월숙 명창의 시조창 콜라보 무대를 숨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
시조창을 선보인 신월숙 명창.
시조창에 맞춰 작품을 쓰고 있는 류연일 서예가.
대형 글씨 작품 '광화문' 앞에 선 류연일 서예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감돌글씨전'을 열고 있는 류연일 서예가.
서예전을 찾은 동료 작가와 지인들.

형식과 소재 넘나드는 작품 ‘흥미진진’
서예-시조창 ‘콜라보 퍼포먼스’ 박수갈채

고양문화원 사무국장 역임한 문화 일꾼
“일상에서 사랑받는 생활서예 펼치고파”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감돌글씨전'을 열고 있는 류연일 서예가.

[고양신문] 한글 서예가 감돌(玄石) 류연일씨가 18일부터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감돌글씨전’을 열고 있다. 류연일 서예가의 세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선 글자 한 자의 크기가 1m에 달하는 대형 한글작품 ‘광화문’을 비롯해 작가 특유의 솜씨와 흥미진진한 실험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35점이 내걸렸다.

고양과 인연이 깊은 송강 정철의 송강가사 4편(관동별곡·성산별곡·사미인곡·속미인곡) 전문을 각각 쓴 작품들은 가로 길이가 무려 3.5m~5.5m에 이르는 대작이라 관람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반대로 작고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소품들도 전시장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은분을 칠하고 먹물로 배경을 채운 작품, 금분에 먹물을 섞어 테두리 효과를 구현한 작품 등 형식면에서도 다채로운 시도들을 펼쳤다.

대형 글씨 작품 '광화문' 앞에 선 류연일 서예가.

글로 옮긴 내용 역시 다양하다. 가사와 시조 등 고전 작품에서부터 정호승·이해인 등 현대 시인의 시, 익숙한 동요 가사, 마음을 다독이는 성경 구절까지 동서고금은 물론 사상과 신앙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류연일 서예가는 “전문가의 높은 식견이 아니라 일반 관람객의 시선보다 딱 한발 앞선, 아니 반 뼘 정도만 높은 시각에서 한글서예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본인의 수준이 딱 거기까지”라고 겸양을 표하지만, 글의 내용과 분량에 걸맞게 자신만의 ‘감돌체’를 비롯한 다양한 글씨체와 기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솜씨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대한민국 서예대전 특선을 비롯해 다수의 서예전 수상 경력을 가진 류연일 서예가는 오랫동안 고양문화원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다양한 사업들을 기획하고 고양의 문화예술인들과 폭넓은 교류를 했다.

시조창에 맞춰 작품을 쓰고 있는 류연일 서예가.

그의 창의적인 기획력은 전시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20일에 시조창과 서예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 고양시를 대표하는 국악인 중 한 명인 신월숙 명창이 부르는 ‘동창이 밝았느냐’와 ‘청산리 벽계수야’의 가사를 류 작가가 즉석에서 실시간으로 서예작품으로 구현했고, 일필휘지로 화선지를 흐르는 글씨를 촬영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시장 벽면에 투영됐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동료 서예가들과 관람객들은 서예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흥미진진한 시도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전시에 앞서 자신의 작업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던 류연일 작가는 서예가 점점 소수의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장르가 돼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저는 서예가보다 일반인들에게 사랑 받고, 일상 속에서 활용되는 생활서예를 창작하고 싶습니다. 제 전시를 보고 거실에 서예작품 하나쯤 걸어볼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감동깊게 읽은 류연일 서예가가 충무공의 고뇌를 생각하며 쓴 작품.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시조창을 선보인 신월숙 명창.
류연일 서예가와 신월숙 명창의 시조창 콜라보 무대를 숨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
서예전을 찾은 동료 작가와 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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