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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별나고 신기한 맹꽁이들의 사생활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 승인 2020.06.24 20:36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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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 생태계를 대표하는 맹꽁이
반지하 쪽방생활하는 바닥살이 취약종
맨홀이나 배수로를 ‘울림통’으로 활용
도시민과 함께 공생할 묘안 필요

맹꽁이는 수컷이 배쪽에 끈끈한 액체를 내어 암컷등에 달라붙는다. 대신 손가락에 발달하는 포접용 육괴는 없다. <사진=에코코리아>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고양신문] 장마라지만 날씨가 하수상하다. 오락가락하는 비에 기상청 원망도 해보지만 사실 더욱 난감한 종은 맹꽁이다. 내내 흙속에 살다가 장마 때 일시적으로 생긴 물웅덩이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맹꽁이는 왜 보잘 것 없는 웅덩이같은 곳을 좋아할까. 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하는 깃대종(flagship species) 맹꽁이를 그러나 우리는 잘 모른다.


수컷은 ‘맹’ 암컷은 ‘꽁’한다?

요즘 생태운동가들 입에서는 “육지는 맹꽁이가 지킨다”는 얘기가 나온다. 개발이 예정됐던 곳에 장맛비가 온 다음날 맹꽁이들이 울어 공사를 중지시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양시에도 맹꽁이 덕에 야생생물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습지가 있다. 영주산습지다. 시민생태모니터링을 통해 맹꽁이서식지가 기록되고 이 결과를 시가 적극적으로 받아서 2019년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시민생태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매립도 막아내고, 불법 설치된 통발에 갇혀 죽어가는 맹꽁이 올챙이들을 살려내고 인근 군부대의 협력도 이끌어 내는 등 시민들의 관찰이 이루어낸 결과였다. 이곳에서 처음 맹꽁이 소리가 들린다는 제보를 받은 지 10년 만이다.

장마철 물이 고이고 30쌍정도가 알을 낳은 영주산습지. <사진=에코코리아>

처음 영주산습지를 찾았을 때 조그만 숲 가장자리 습지에 맹꽁이 수십 마리가 열차소리 정도로 ‘떼창’을 하고 있어 깜짝 놀랐었다. 우선 몇 마리인지 세는 것이 필요했다. 소리를 저장해서 맹꽁이 특유의 저음과 외마디 통성을 구분하니 15쌍 정도가 ‘맹’ ‘꽁’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그래서 이곳 ‘개체군수는 30마리정도’라고 보고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맹꽁이 수가 평가절하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맹꽁이는 암수가 번갈아가면서 소리를 낸다고들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맹꽁이 수컷만 운다. 집단번식지에서 수컷들이 경쟁자를 제압하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내는 소리인 것이다. 수컷들이 함께 소리를 내는 것은 암컷들을 유인하는 데 좀 더 많은 소리가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맹꽁이는 암컷들이 수컷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수컷들이 좀 더 크고 매력적인 암컷을 선택한다. 이러한 성 선택 전략은 맹꽁이과 무리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러니 맹꽁이 공동산란장에는 수컷 수보다 암컷이 더 많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실제로 낙동강하구습지에서 연구된 결과를 보면 산란장주변에 수컷보다 암컷이 1.5배가량 많았다. 그러니 당시 영주산습지에는 수컷 맹꽁이 외에 암컷이 최소 45마리정도는 더 있었을 것으로 본다.

영주산습지의 맹꽁이 알. 부들로 감추어진 얕은 연못에 산란했다. <사진=에코코리아>

맹꽁이는 큰집보다 작은 집을 좋아한다?

맹꽁이는 드넓고 먹을거리 많은 호수나 연못을 좋아하지 않는다. 호수공원에서 맹꽁이를 처음 만난 것은 2000년대 중반이었다. 그런데 늘 물이 마르지 않고 물풀이 빼곡하며 수서곤충들이 바글거리는 3만 평이나 되는 자연습지에는 알을 낳지 않았다. 맹꽁이가 알을 낳은 곳은 오히려 소나무가 죽어서 뿌리째 뽑힌 뒤 방치된 물 괸 웅덩이나 도로를 내고 남은 자투리 물골이었다. 
왜 맹꽁이들은 이리도 옹색한 곳을 선택했을까. 어류 포식자가 적은 곳을 선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이들의 번식행동 연구에서도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맹꽁이 수컷들은 굵고 무거운 베이스음으로 암컷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이 막힌 웅덩이처럼 소리를 공명시킬 수 있고 증폭되어 나갈 수 있는 지형을 좋아한다. 또한 암컷을 유인할 때 수컷들은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게 텃세권을 형성한다. 몸을 떨어 물을 진동시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데 물이 얕고 움푹 팬 웅덩이가 진동에는 효과적이다.

일산호수공원 맹꽁이 산란지의 최초 모습. 도로와 산이 접한 가장자리 수로에 산란했다. 그 후 시에서는 물웅덩이와 수로를 정비하여 모양이 다소 변형되었다. <사진=에코코리아>
호수공원 맹꽁이 서식지 수로. <사진=에코코리아>

 

그런데 만약 물웅덩이가 없는 아파트라면 맹꽁이들은 어떤 전략을 쓸까? 어느 비가 내린 여름날 저녁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아파트 맨홀통에 맹꽁이들이 갇혀있으니 구조해달라는 것이었다. 급히 달려가니 빗물받이가 모이는 집수통 안에 맹꽁이 서너 마리가 울고 있었다. 그런데 울음소리가 어찌나 큰지 아파트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였다. 유난히 큰소리다 싶었지만 우선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철제구조물을 열고 서둘러 잡아서 인근 습지로 옮겨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그 집수통에서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시의 맹꽁이들은 콘크리트 맨홀구조물을 이용하여 소리를 증폭시킨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우수관에 물도 있었으니 굳이 맹꽁이들의 짝찾기를 방해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직은 우리 곁에 남아있는 고마운 녀석들

시민모니터링을 통해 관찰된 맹꽁이 올챙이. <사진=에코코리아>

맹꽁이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제적으로는 관심대상종(LC)이다. 널리 분포하면서 개체수도 비교적 많아 보이지만 관심도가 약하니 좀 더 관심을 두라는 뜻이다. 시민생태과학자들의 관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맹꽁이는 왜 멸종 위협에 놓인 것일까? 바로 그들의 살이터가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맹꽁이가 사는 곳은 우거진 숲이나 넓은 호수가 아니라 맨발로 밟을 수 있는 보드라운 흙이 있고 비오면 촉촉하게 물이 고이는 길 가장자리 웅덩이습지다. 온전한 생태계 가운데를 이용하는 종을 내부종이라 한다면 자투리를 이용하는 종을 가장자리종(edge species)이라 한다. 이런 가장자리 생태계는 사람 손을 많이 타기 때문에 늘 취약하다. 서식지가 쉽게 훼손되니 종이 위협에 처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맹꽁이 알은 하루가 지나면 점점 까맣게 변한다. <사진=에코코리아>

다행히 고양시는 도농복합도시고 아직은 맹꽁이가 파고들 논두렁, 밭두렁과 알을 낳을 만한 손바닥 습지가 곳곳에 남아 있다. 덕분에 요즘 여기저기서 맹꽁이 소리가 들린다고들 반가워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 주변에 이 경이롭고 연약한 생명체가 함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마을마다 웅덩이습지를 만들고 맹꽁이가 살도록 배려해 보자. 언제 이들이 은혜 갚는 두꺼비총각이나 우렁각시가 되어 줄지 모를 일이다.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영주산 습지. <사진=에코코리아>
맹꽁이 알은 산란 직후 하얀 식물극과 까만 동물극이 함께 있다. <사진=에코코리아>
개방수면과 얕은 물웅덩이가 있는 영주산습지. <사진=에코코리아>
영주산 습지 물웅덩이. <사진=에코코리아>
부들이 채워진 영주산습지. 고양시에서는 최근 부들을 일부 제거하고 개방된 물웅덩이를 조성하였다. <사진=에코코리아>
수정된 알이 표면에 둥둥 떠 있으면 소금쟁이에 표적이 되기도 하여 모기장을 덮어 보호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알이 올챙이로 변하는 것이 이틀이면 족하다. 올챙이에서 성체가 되는 시기는 21일에서 45일까지 다양하다. (2011년 7월, 일산호수공원) <사진=에코코리아>
호수공원 맹꽁이 서식지 안내판. 한류월드 맹꽁이 서식지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아랫말산과 연결된 가장자리습지이므로 아랫말산습지라고 해야 옳겠다. <사진=에코코리아>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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