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신 인형 작가

꽃도자기 하프돌 레이스돌…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 세계

꽃 도자기와 하프 돌 작품(사진=이민신)

[고양신문] 일반인들에게 ‘하프 돌(Half doll)’은 생소하다. 이름 그대로 ‘절반의 인형‘이라는 뜻으로 상체는 도자기이고, 하체는 치마를 입힌 인형을 말한다. 하프 돌은 장식품으로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램프나 핀 쿠션 등 실용적으로도 쓰인다.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고급 취미로 시작된 하프 돌은 현재 예술품으로서 그 소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엔틱과 잘 어울리는 소품이기도 하다.

일산의 초기 입주민인 이민신 작가는 대학에서 의상학과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서 의류 디자이너로 20년 이상을 일했다. 하프 돌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40대 중반에 선고받은 암 진단 이후부터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항암치료를 하며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하프 돌 제작의 전 단계로 ‘꽃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꽃 도자기란 흙으로 만든 꽃을 고온의 가마에 구워내는 것이다.

당시에는 꽃 도자기를 가르치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강남까지 왕복 3시간 이상이 걸려 배우러 다녔다. 재료는 전부 수입품으로 고가였다. 강의 방식이 폐쇄적이고, 교육 시스템 또한 갖춰져 있지 않아 배우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행복했다. 이렇게 2년 정도 배운 후 혼자 작업을 하던 중 ‘하프 돌’을 접하게 되었다. 흙으로 만든 도자기 얼굴에 표정을 그려 넣으니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느껴졌다.

그 다음 단계로는 전신이 도자기 인형인 ‘레이스 돌’을 알게 됐다. 하프 돌이 입고 있는 하체 의상을 도자기로 만들면 레이스 돌이 된다. 너무 정교해서 흙으로 만든 게 맞나 의문이 들 정도다. 레이스 돌을 직접 본 사람들은 그 섬세함에 감탄한다. 꽃 도자기와 하프 돌 기법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그 결정판인 셈이다.

“작품을 완성한 후 진열을 해 놓고 수시로 들여다보는 그 시간이 즐거워요. 3년 후에는 공방 겸 작업실을 내서,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70대까지 이 일을 계속할 계획이예요.”

하프 돌을 제작중인 이민신 작가(사진=이민신)

지금까지 10년 동안 100여 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동일한 몰드로 찍어 내기 때문에 인형들 얼굴 생김은 같지만, 이 작가는 세필로 각기 다른 표정을 그려 넣어 얼굴이 유난히 예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본 이들은 판매를 권유하기도 하지만,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겼기 때문에 상품화 해본 적은 없다. 이 작업을 통해 항암 치료의 고통과 갱년기 우울감을 이겨냈고, 그 순간에 몰입하며 행복감을 맛보았다.

“장차 나만의 라인을 개발해서 만들고 싶어요. 얼굴을 만드는 몰드를 직접 제작하고 우리의 한복을 입혀 고유의 작품 세계를 추구할 생각이예요.”

이 작가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고양미술협회, 고양여성작가회에 소속되어 일년에 한 작품 이상 출품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행주 미술·공예 디자인 대전에서 꽃 도자기로 ‘특선’을 수상했다. 아람누리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진행된 ‘제22회 고양여성작가회전’에도 참여했다.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적다 보니 그의 작품을 반가워하는 매니아들이 늘고 있다.

이민신 작가의 하프 돌 작품(사진=이민신)

 

이민신 작가의 하프 돌 작품(사진=이민신)
이민신 작가의 하프 돌과 핀 쿠션 작품(사진=이민신)

 

섬세함과 정교함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레이스 돌(사진=이민신)

 

이민신 작가의 꽃 도자기, 하프 돌, 레이스 돌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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