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완의 ‘음악바람’ 세 번째

여름에 주로 듣는 음악은 빠른 템포에 강한 비트의 곡이다. 무더위 속에서 음악마저 늘어진다면 기분 전환보다 짜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추천 음반은 레게음악의 대표적 앨범이다. 레게음악을 듣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렬하는 태양아래 푸른 바다와 산호초에 쌓여 바람 부는 대로 몸을 흔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연상하며 듣는 것이다.
레게리듬을 세계화시킨 아티스트는 ‘밥 멀레이’와 ‘지미 클리프’를 뽑는다. 모두 자메이카 출신이며 자국 내에 머물던 구전 민속음악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데 공헌한 전설적 인물이다.

지미 클리프의 ‘하이어 앤 하이어(Higher & higher·96년)’는 레게음악의 정수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외고집 음악인생을 결산하는 베스트 음반이기도 하다.
자신의 히트곡만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레게로 편곡한 이 앨범은 듣는 이를 압도한다. 첫 곡인 ‘하이어 앤 하이어’(Higher & higher)는 여성가수 리타 쿨리지의 곡으로 클리프는 삶의 여유 그 자체를 리듬 속에 녹아들게 만들었다.

이어서 2000년 인기드라마의 삽입곡이었던 ‘유캔겟잇 이프유리얼리원트(You can get it if you really want)’는시원한 트럼펫 사운드가 좋다. 또 UB40과 해리닐슨이 리메이크해서 유명해진 ‘매니 리버스 투 크로스(Many rivers to cross)’를 라이브로 애절히 표현하고 있으며, 영호 쿨 런닝의 주제곡으로 사용됐던 쟈니내시 운곡의 ‘아이캔씨 클리어리 나우’(I can see clearly now)를 멋진 레게리듬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곡으로 실려있는 ‘더 하더 데이 컴’(The harder they come)은 흑인영화의 대표주자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타이틀곡으로 삽입됐다. 레게음악 주력악기인 오르간의 반복연주로 암울했던 흑인들의 아픔을 가사와 더불어 울림이 큰 음악이다.

한 국가의 구전민요변형이 레게라는 장르로 세계인의 마음에 자리하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음반으로, 레게음악 하면 단연 이 앨범을 독자들에게 추천해본다. 혹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독자라면 매장의 세련된 분위기를 한껏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빅뱅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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