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생협력기구 고양시 아파트노동자네트워크

[고양신문] 최근 경비노동자 인권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지역 내 아파트노동자 당사자가 중심이 된 상생협력기구인 ‘아파트노동자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비원뿐만 아니라 관리소장, 미화원, 행정 및 시설관리직원 등 아파트 내 다양한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단체는 그동안 노동환경 개선과 인권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나아가 아파트 공동체성 강화와 상생협력을 위한 방안들도 함께 모색 중이다.

고양시 아파트노동자네트워크는 2017년 당시 경비인권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네트워크 모임을 주도한 손용선 고양비정규노동자지원센터장은 “2016년부터 경비노동자들의 근로·휴게시간 준수 등 인권보장을 위한 사업을 펼치던 중 당사자모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뜻이 맞는 몇몇 분들과 함께 경비인권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상생협력기구를 조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가 출범한 2017년은 고양시 내에 경비원 대량해고 바람이 불던 시기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절감이 주요 이유였다. 때문에 경비인권네트워크의 첫 번째 활동 또한 이러한 해고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중 대표적이었던 것이 그해 10월 킨텍스에서 개최됐던 경비인권정책 토론회였다. 토론회의 주요 내용은 고용불안문제 해소를 위한 법제도 마련, 처우개선 방안, 경비노동자와 주민 간의 아파트상생협력 모델제시 등이었다.

2018년 경비인권네트워크는 아파트노동자네트워크라는 새 이름으로 개명했다. 아파트경비원 뿐만 아니라 미화원, 시설 및 관리직 등 다양한 종사자들을 모두 포괄하기 위함이었다. 활동반경도 점차 넓어졌다. 아파트 관리종사자 상생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해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에 배포했으며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해고움직임을 막기 위해 정부 ‘일자리안정자금’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활동도 펼쳐왔다.

2018년에는 고양시에서 처음으로 경비노동자 근무환경과 고용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총 657명의 경비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아파트경비원 10명중 1명은 위탁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11.3%)했으며 78.7%가 직접고용이 아닌 용역형태로 근무하고 있다고 답하는 등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조건 또한 열악했다. 별도의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절반에 육박(42.8%)했으며 64.7%는 근무지 내에 냉방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고용·산재보험에 가입되어있지 않다는 응답도 4.3%에 달했으며 응답자 중 17.8%는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아파트노동자네트워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아파트 내 입주민-노동자 간의 상생협력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는 고양시 노사민정위원회에 제안해 매년 4개 단지를 ‘노사상생 모범단지’로 선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정조건은 아파트 경비노동자 복지와 고용유지, 휴게 시설 마련여부 등이다. 손용선 센터장은 “상생단지 선정사업을 3년째 진행하다보니 나름 아파트 간에 경쟁 심리도 생겨서 아파트노동자 노동인권 개선에 관심이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재작년 모범단지로 선정된 단지에는 시의장님과 시의원들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에는 경기도 공모사업을 통해 2750만원의 예산을 받아 7~8개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 단지 내 노동자 휴게실 리모델링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파트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문제 해결을 위한 법 개정 활동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강석주 아파트노동자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을 통해 현재 아파트경비원을 아파트관리원으로 전환하고 아파트관리규약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하는 등 경비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향상시키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마침 고양시와 경기도에서도 관련 조례가 논의되는 만큼 네트워크 차원에서 적극 결합해 당사자 목소리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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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노동자 상생 위해 아파트관리원 제도 도입되야”

<인터뷰> 강석주 아파트노동자네트워크 대표


고양시 아파트노동자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강석주<사진>씨는 관리소장으로 23년간 근무해온 현장출신 전문가다. 주택관리사협회 회장, 공동주택기금 심사위원, 시설안전관리공단 주택법 강사 등 10여년 간 활동해오며 아파트노동자 노동인권개선을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는 그는 현재 네트워크 대표로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공론화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 원당지역 아파트단지 관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강 대표를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파트노동자네트워크 대표로 나서게 된 계기는

2017년 당시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해고사태가 발생하면서 누군가 이 문제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던 손용선 센터장이 찾아왔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대가 형성됐고 함께 당사자 모임을 만들어보기로 의기투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처음에는 경비원 감원움직임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활동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경비원 뿐만 아니라 미화원, 시설직 등 아파트노동자 전체 문제로 점차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아파트경비원을 (가칭)아파트관리원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동안 주택관리사협회 회장도 맡고 주택법 강의도 오랫동안 해오면서 아파트노동자 노동인권문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아파트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관할하는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정작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인권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다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현재 아파트경비원이 경비업 법에 적용받고 있는데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노동조건이나 임금은 경비원에 맞춰 책정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경비업무 외에 택배, 분리수거 등 다양한 관리업무를 맡고 있지 않나. 현실에 맞게 이제는 아파트관리원이라는 직책을 법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상당수 아파트가 무인화 경비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파트경비원을 해고하고 무인시스템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정작 관리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비용문제로만 접근할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아파트경비원들의 업무범위는 단순히 자동화 기계화로 채워질 수 없는 영역도 존재한다. 아파트관리원이라는 직종이 생기면 입주민의 생활개선을 위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구성원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다.

 

관리소장 입장에서 이렇게 아파트노동자 문제에 나서는 이유는

23년 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나름대로 직업적 자부심이 크다. 적어도 내가 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민과 종사자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규약에도 근로자들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입대위는 노동자 인권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과거 관리소장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도 소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종사자들의 노동인권보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몇 년 전 백마지역 한 아파트단지에 근무할 때는 입대위에서 결정된 경비원 50%감원계획을 재심신청까지 거쳐 막아내기도 했다.

 

네트워크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신정현 도의원이 준비중인 경기도 아파트노동자 관련 지원조례에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국토부 차원에서 경비원을 관리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에서부터 공론화 할 예정이다. 특히 고양시는 아파트가 대다수인 지역인 만큼 아파트관리원 제도를 먼저 도입해보는 실험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경비원과 입주민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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