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80년대까지만 해도 실업계 고교는 우수한 산업 인력의 공급로 로서 고도 경제성장의 견
인차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지금 그 실업계 고교가 기본적인 존립 마저 위협받고 있다. 경
기도의 경우를 보자. 2004학년도 실업계 고교 전형결과 수원, 부천 등의 몇몇 학교를 제외하
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원 미달현상을 드러냈다. 특히 고양지역은 총 6개 학교중 정원을
못채운 학교가 무려 4개교나 되었다.
이중 2개교는 정원의 ‘반(半)의 반(半)’ 도 못채우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약 300명 정
원인 학교에 50명 정도만 지원했다면, 천재지변 외에 그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금년뿐만 아니고 수년간 누적되어 왔다는 점이다. 물론
3D업종 기피나 대학교육의 보편화라는 사회 전반적인 추세의 탓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고양지역의 실업계 기피가 유독 심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환
경적 요인으로 고양지역은 기능인력의 수요가 적은 서울의 배후도시여서, 공장이나 산업단
지를 가진 다른 지역들과 달리 실업고 출신들을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올해 높은 미달율을 기록한 학교들이 대개 공업기술 계통의 학교들이었음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또 하나는 실업고 자체의 요인으로서 실업교육의 콘텐츠 부족을 지적할 수 있다. 교육과정
이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함으로써 학생들의 새롭고 다양한 진로욕구를 만족시
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교육수준이 비교적 높은 고양시의 경우, 자녀들의 장
래 직업에 대한 주민 기대가 상당히 높다는 점도 이런 문제점을 더욱 크게 부각시키고 있
다.
그러면 지금 고양시가 직면한 “실업고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지역내 실업교육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조속히 해소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실업 계열
별로 면밀한 수요분석을 거친 후 실업계 학교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엔 현재의 실업고 체계를 공급자 위주에서 학생, 학부모, 기업체 등 지역 수요자 중심으
로 재편하는 일대 발상의 전환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학생들의 외면으로 존립 자체가 어
려운 실업계 학교에 대해선 일반계 고교로 전환시켜, 지금 과밀로 몸살중인 일산지역 일반
계 고교의 교육환경 개선을 함께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 실업계 고교의 학과 개
편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디스플레이, 애니메이션, 게임 등 기업체 수요가 늘고 있는
첨단 서비스 분야 또는 지역의 미래산업 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학과는 대폭 확대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전통 학과는 과감히 축소 또는 폐지도 검토하여야 할 것
이다. 보다 집중적인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기존 실업고를 관련 분야의 특성화
고로 전환하거나 소규모의 특성화 실업고를 신설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기피가 두드러지고 있는 공업계 실업고에 대해서는 그 공익적 성격을 감안
하여 장학혜택을 보다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학비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유인책도 마련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년내에 파주 엘지-필립스 LCD공장이 건립이 되면 매년 수천명의
전기?전자계통의 기능 인력수요가 발생되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이들 학교들이 기업체들과의
협력체계를 만들고 ‘주문식 교육과정’ 을 준비해 나간다면 지역의 청년고용 창출과 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사랑받는 실업계 학교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지역의 수요와 학생들의 희망과 상관없이, 학생들을 인위적으로 산업 인력화 하려는
제도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수요측 입장에서 기존 실업교육 체계를 일대 개혁하지 않고서는
우리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실업고 위기’ 는 좀처럼 극복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교육청
은 언제까지 ‘산이 있으니 산에 올라야 한다’ 는 식으로, 억지춘향격으로 학생들을 실업
고로 떠넘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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