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 경영혁신 승부… 이번엔 사원지주제로 화제

‘사원 모두가 주주가 되어 기업운영을 공동으로 책임지고 이윤을 나눈다’는 새로운 발상으로 율산개발을 신경영의 모델로 떠오르게 한 장본인은 창업주 방규동 회장이다. 관리비 모든 내역을 컴퓨터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네트워크 관리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해 관심을 끌었던 방 회장의 잇따른 ‘클린 히트’ 비결은 무엇일까? 끊임없는 발상의 전환에 몰두하는 2000년대판 ‘율산 신화’의 주인공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사원주주제도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는지요.
“아파트 관리는 서비스사업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 달리 직원들의 오너의식이 절실하지요.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사장처럼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되어 회사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 데서 나온 발상이지요. 주식을 무상으로 줄 수도 있었지만 참여의식을 더 높이기 위해 액면가인 5000원으로 배정했습니다. 물론 주식양도 수익은 전액 회사를 위해 재투자했지요.”
-사원주주제도 운영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회사의 지출을 줄여 돈을 벌면 자신들의 몫도 커진다고 생각하게 된 때문인지 사원들의 근무자세가 전 같지 않게 되더군요. 전화 한 통화, 이면지 한 장 아껴 쓰는 것부터 업무에 임하는 자세까지 사원 각자가 모두 작은 사장이 된 듯한 모습을 보였어요. 업무량이 많다고 직원을 한명이라도 늘려달라고 조르던 중간 간부들도 이제는 일을 분담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보자고 부하들을 독려하고 있지요. 가장 큰 변화는 사원 전체가 고객을 만날 때 더욱 친절해졌고,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방회장의 의사표현은 명료하면서도 종업원들에 대한 애정이 넘쳐 보였다. 지난 94년 행신동 주공아파트 1개 단지 관리를 맡으면서 사업을 시작해 창업 10년만에 130개 단지를 관리하는 경기도 1위 업체로 성장시킨 아이디어와 경영수완이 그의 말속에서도 담겨있다.

-앞으로의 비전은
“경기도 1위를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관리회사로 자리잡는 것입니다. (현재 규모는 전국 6위) 우리회사 임직원들에겐 3년 안에 이 목표를 달성한다는 목표가 확고하지요. 고양시 아파트단지 50%만 점유해도 전국 1위는 문제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기업을 믿어주고 키워주려는 고양시내 아파트주민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합니다.”
-율산개발의 급성장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 결과라고 봅니다. 아파트 건설업체 최초로 순찰차 운행 제도를 도입한 것이 그 시초였지요. 일산신도시 입주가 시작될 무렵 파출소 등 안전관리 기관이 태부족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았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주민들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순찰차를 아예 24시간 가동했지요. 어느 업체가 고객을 위해서 더 봉사적인지 주민들이 먼저 평가해주었고 그것이 성장의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에 결단을 내린 사원주주제도는 사원복리와 경영전략 차원에서 이뤄진 또 다른 발상의 전환입니다.”
-아파트 관리업계 최초로 시작한 네트워크 관리 제도도 같은 맥락인가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이 신뢰를 바탕으로 관리의 효율성을 배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한 것입니다. 말 많고 탈 많은 관리비 문제는 컴퓨터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일체의 잡음이 사라졌지요. 누구든 자신의 동 호수만 누르면 과거 수년 전부터의 모든 관리비가 일목요연하게 검색됩니다. 젊고 똑똑한 주부들일수록 이 제도를 더욱 잘 활용하고 있고 가계운영에도 꼭 필요한 기초 자료가 되고 있지요.” 이렇듯 변화를 거듭한 율산개발이지만 오늘의 성장이 있기까지엔 숱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방회장은 사업을 시작할 때는 아예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지역업체로부터 철저히 따돌림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당시 안파트단지 관리업무는 서울 업체가 거의 독식하고 있었고 지역 주민들도 서울 업체가 아니면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뿌리깊은 불신감을 해소하는 길은 실천으로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관할 단지가 조금씩 늘 때마다 방 회장은 서울업체가 못하는 과감한 관리 제도를 도입하여 차근 차근 신뢰를 쌓았다는 것이다. 얻고 나니 속도가 붙었다.

-기업 경영의 원칙이 있으시다면
긍정적 사고와 투명한 경영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율산은 2,500명에 이르는 관리인력과 수 만 명에 이르는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기업인만큼 사람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필요합니다. 긍정적인 사고가 중심이 되지 않으면 시작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또 수 만 세대의 가구에서 매일 매일 쓰는 난방비와 수도료, 전기료 등 주민의 가계와 직결되는 영역을 관리하는 일이라 털끝만치도 숨김없는 공개가 필요합니다. 투명함의 정도가 성장의 속도라고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방 회장은 관리업체를 운영하면서 ‘도인’이 다 된 것 같다고 미소짓는다. 창업 초기에는 아파트단지 주민들과 관리사무소 직원들 사이에 마찰도 적지 않아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가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할 만큼 힘겨웠다고 한다. 관리업체 계약이 끝나고 다시 입찰을 봐야 할 때면 ‘피가 마를 정도’의 긴장감에 휩싸였고 항의 전화 한 통화에도 잠을 설치기가 일쑤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10년이 지난 지금 방 회장은 ‘율산’을 통해 돈 벌겠다는 생각은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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