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내 나이또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고 일제 강점기를 겪고 해방과 6.25, 군사정권, 경제발전을 지켜봤다. 다른 사람과 다른점이 있다면 이 지방에서 한평생을 살았다는 것 밖에 없다.

17대 전부터 이 지방에 정착했으니 거의 300여년을 살아온 터줏대감이다. 옛날엔 한 마을에서 일가 친척들이 모두 모여 살고 이웃끼리도 친하게 지내서 농사철이면 서로 일손을 도와주고 혼인이나 상이 나면 어려운 살림에도 음식을 싸들고 찾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모든 경조사를 돈봉투로만 해결하려 하니 이웃간의 정을 느낄 수 없어 답답하다.

지금 고양시는 옛날과 비교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배를 곯는 사람도 없고 약이 없어서 병을 키우는 일도 없다. 지금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와 진 것은 확실하지만 어릴때 느꼈던 사람냄새를 맡기 힘들어 진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 뿌리를 내리고 죽을때도 고양에서 죽을 것은 내가 여기를 그 어느곳 보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형제 옹은 올해로 89세를 맞은 이 지방 토박이다. 세조 13년 이시애의 반란을 물리친 유론군 이종의 17대손으로 한문과 서예에 조예가 깊은 고양시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림의 한사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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