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완의 ‘음악바람’ 네 번째

5인조 영국 신세대 그룹 보이존(Boyzone). 나는 보이존을 생각하면 시원한 생맥주가 생각난다. 그것도 요즘처럼 습하고 푹푹찌는 한 여름이면 더욱더. 취미로 10년, 직업으로 5년. 합해서 15년 동안 음반 주변을 서성거린 필자가 99년에서야 보이존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된 사연이 생맥주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신림동의 한 호프집에 들렀다. 순간 심장을 때리면서도 낯선 음악이 들려왔다. 분명 웬만한 음악이나 아티스트는 다 알고 있다고 자부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뮤직박스로 달려갔다. 음악애호가이던 호프집 주인에게 때져 물었다. 어디서 이런 음반을 구했느냐, 아티스트가 누구냐. 그 사람으로부터 들은 대답은 우연한 기회에 손에 넣게 됐는데 손님들이 반응이 좋다는 것. 자리를 잡고 음반이 두 세 번 반복될 때까지 맥주를 마셨다. 그날의 감동이 아직도 새롭다.

‘마이컬 런스 투 락’(Michael Learns To Rock)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있다면 온라인 세대답게 자기주장이 가미된 듯한 음색이고, ‘백스트리드 보이즈’(Backstreet Boys) 보다 보컬의 자신감과 진지함이 풍겨져 나온다.

보이존, 마이컬 런스 투 락, 백스트리드 보이즈 세 그룹 모두 음악적 접근이 쉽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예에 속한다. 이들 셋 모두 들어볼 만한데 이번 주는 보이존의 베스트 앨범인 ‘바이 리퀘스트’(By Request)룰 추천한다.

기존에 발매된 3장의 앨범과 신곡 5곡으로 이루어진 이 앨범은 386세대들이 알만한 앤 머레이의 ‘유 니디드 미’(You needed me)를 위시해 몇몇의 리메이크 곡들도 실려있다.

이 앨범을 좀더 감동적으로 받아들이려면 평소 듣던 볼륨에 10%정도를 높인 다음 2번트랙의 ‘노 매터 왓’(No matter what)을 먼저 듣고 나서 앨범의 처음부터 다시 듣는 것이 좋다.

음악과 음반을 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감히 한가지 제안을 하겠다. ‘낮은 눈으로 마음을 열어, 자신의 음악을 리듬만으로 들어보고 느껴보라.’ 대중 속에는 오디오 시스템의 가격과는 별개로 다만 들려오는 소리로도 음반의 옥석을 가려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음반은 많이 팔리지 않아도 오래 기억될 것이란 확신이 나에겐 있다.
<빅뱅뮤직·919-8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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