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규모 촛불 집회는 2002년 월드컵 때 붉은악마 응원단이 평화적 집회로 주도한 것이 시초였다. 그 후 여중생 두 명이 미군 궤도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이 발단이 돼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전국 도심에서 촛불 시위가 불길처럼 번졌다.
요즘엔 노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시위가 전국에서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데 촛불집회는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원래 촛불집회는 중세에 들어 성직자와 신도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데서 비롯됐다. 교회나 수도원 등에서 수도사들이 장례식을 거행하거나 또는 거룩한 행사를 치를 때 촛불을 들고 의식을 치른 것. 지금도 유럽이나 미국 성당이나 교회에서는 설교강단 십자가 밑에 촛불을 켜고 예배를 본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1969년 미국에서 벌어진 월남전반대 죽음의 촛불행진을 들 수 있다. 특히 1986년경부터 시작된 구 동독의 촛불 집회는 유명하다. 이 시기는 구 동독에서 공산주의 체제 붕괴가 표면으로 떠 오른 시점이다. 독일 수도 베르린에서 남쪽으로 200km쯤 가면 라이프찌히가 있는데, 공산주의 압제에 시달리던 라이프찌히 지성인들이 이곳 성 니코라이 교회에 모여 나라를 위한 기도회를 시작한 것이 반공산주의적 정치 모임으로 발전한 것이다.
1989년 항가리가 서독으로 탈출하려던 수천명의 동독인을 억류한 사태는 독일 통일의 시발점인 성 니코라이 교회에서의 촛불시위를 일으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라이프찌히 지식인들이 동독인의 망명허용을 요구하면서 촛불시위를 벌인 것이 전국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급기야는 1989년 11월 베르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이 통일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하튼 촛불 집회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배후에 일부 주도 세력이 있다 해도 군중의 대부분은 자발적 참여자이고, 이러한 자발성 때문에 그 힘은 매우 강렬하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학자나 생명공학자들은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라고 부른다. 단순한 구성요소가 수많은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자발적으로 질서를 형성하는 현상이라는 것.
이러한 새로운 사고방식은 이미 기업경영에서부터 시민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에서 영향을 주는 혁명을 일으킨다. 기업은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그동안 유지해 왔던 하향식 계급조직을 부수고 10여명 규모의 팀이 서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조직을 구축한다. 사원 개개인이 혼자서는 도저히 발휘할 수 없는 에너지를 그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거대한 힘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셈이다.
정치 분야에서도 자기조직화 정치가 진보적 운동을 주도하는 추세이다. 환경변화에 적응력이 높은 자기조직화 체계가 바로 진보적 운동이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세계관과 과학관을 이해하고 받아 들이지 않으면 촛불시위나 ‘붉은 악마’ 응원단의 진실을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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