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혜 기자의 지구생활안내서] 5. 기후변화 줄여주고 미세먼지 잡는 ‘도시숲’

중국 물난리, 호주 산불기후재앙 몸살
다양한 이익 안겨주는 숲의 역할주목

 

[고양신문] 이웃나라 중국이 홍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월말부터 40일 이상 내린 비로 27개 지역에서 450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재산피해는 20조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북서 태평양 상공의 아열대성 고기압과 창장(장강) 유역의 찬 공기가 만나 지속적인 폭우를 형성한 것이 홍수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잠시 잊고 있던 호주산불도 상기해보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이어졌던 호주산불은 한반도 면적의 84%1800만 헥타르를 불태웠다. 이 산불로 10억마리의 야생동물이 죽었고 5900채 이상의 건물이 소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산불의 원인은 높고 건조한 날씨였다.

지구촌 어느 곳에는 가뭄이 지속되고, 어느 곳은 폭우로 물에 잠기며, 어느 곳은 겨울에도 덥지 않고 어느 곳은 폭설로 사람들이 고립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특히 여름철 홍수는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늦추는 방안은 다각도로 모색되어야 하는데 그중 녹색방패, 숲의 역할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그래프가 있다. 바로 킬링 곡선이다. 킬링 곡선은 1958년부터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함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1958년 당시 서른 살이었던 젊은 화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Charles David Keeling) 박사는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 중턱 해발 3397m에 세워진 관측소에서 수집한 공기를 분석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밝혀냈다. 1958529일 처음 기록했을 때(313ppm)부터 20182(409ppm)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지난 2007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제시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마지노선이 400ppm이라는 점이다. IPCC는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이지 않으려면, 그나마 지금의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400ppm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미 400ppm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광합성 하며 이산화탄소 흡수

킬링 곡선은 연간 5ppm 정도의 계절 변동을 보인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5월에 가장 높고 9월에 가장 낮은데, 이는 북반구의 초목 성장주기와 맞물려 있다. 식물들이 새잎을 틔우고 성장하는 동안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다가 겨울이 되어 잎이 떨어지면 흡수율을 낮아져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한다. 이 그래프를 통해 나무와 숲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미세먼지를 흡착한다. 크고 작은 나무와 풀이 가득한 숲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주며 미세먼지 방지, 녹색 댐의 역할 등 인류에게 다양한 혜택을 준다.

식물은 피톤치드라는 자기방어물질을 배출하는데 사람에게는 건강증진과 기분전환의 효과가 있다. 또한 도시에서는 소음방지 기능도 한다. 다양한 도시의 소음들이 나무의 잎과 가지에 의해 파동에너지를 잃어버리는 효과가 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나뭇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나무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풀벌레 소리는 스트레스도 해소시킨다.

식물은 미세먼지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 산림은 연간 총 292천톤의 미세먼지 흡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렬로 조성된 자작나무 가로수 주변 주택에서는 가로수가 없는 경우보다 미세먼지(pm10)50% 감소했다는 연구(Maher , 2013)도 있다. 산림청 연구에 의하면 숲은 도심보다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데 효과적이며, 나뭇잎의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과 숨을 쉬는 구멍인 기공을 통해 미세먼지를 달라붙게 하고 흡수한다. 나뭇잎뿐만 아니라 나뭇가지와 나무줄기 역시 침강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가 있다. 이런 효과들로 인해 숲이 있는 곳의 미세먼지 농도는 일반 도심보다 평균 25.6% 낮으며, 초미세먼지의 농도는 평균 40.9% 가량 낮게 나타난다.

 

미세먼지 줄여주는 녹색방패

도시 지역에 조성된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숲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녹색울타리, 녹색방패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영향을 받는 공간에서 자라는 숲을 도시숲이라 부른다. 도로변의 가로수, 공원의 나무도 포함된다. 지난 69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2021610일 시행) 이 법에 따르면 산림청장은 도시숲 등의 체계적 조성·관리를 위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10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기본계획에 따라 10년마다 조성·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관할구역의 도시숲 등의 전체 면적이 유지·증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산림청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도시숲 등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적절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기관 또는 단체를 도시숲지원센터로 지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법이 잘 시행되어 도시숲이 더 많이 조성되고 잘 관리되어 지구온난화의 속도가 늦춰지고 맑은 공기 속에서 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1958년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량의 증가를 보여주는 '킬링 그래프'
1958년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량의 증가를 보여주는 '킬링 그래프'

 

숫자로 살펴본 숲의 가치

44g : 침엽수가 연간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양(활엽수는 22g). 공기청정기를 4889시간 돌리는 것과 같다.
9.1kg : 나무 한 그루가 연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 승용차가 56.17km 주행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5420리터 : 나무 한 그루가 연간 빗물을 흡수하는 양.
118kg : 나무 한 그루가 연간 생산하는 산소. 0.6명이 연간 산소를 소비하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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