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는 농사꾼

옛날 송나라 사람이 자신의 농작물 싹이 더디게 자라는 것만 같아서 참지 못하고 싹을 잡아 뽑아 주었다가 농사를 망쳤다는 일화가 있다. 맹자는 공손추(公孫丑)에게 호연지기 기르는 법에 대해 “마음으로 잊지 말되, 자라는 것을 돕지 말아서, 송나라 사람처럼 하지 말라.(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 勿助長也 無若宋人然)『孟子』<公孫丑>.”고 하였다.
그러면서 “유익함이 없다고 버리는 자는 김매지 않는 자요, 자라는 것을 돕는 자는 싹을
뽑는 자이니, 유익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해치는 짓이다.”고 가르쳤다. 하나의 싹을
기르는 데는 나태하지도 성급하지도 않아야 된다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요즈음 성급한 마음에 싹을 당기는 사람들이 많다.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의 싹을
잡아당기고, 법의 싹을 잡아당기며, 대의명분의 싹을 잡아당긴다. 우선 농사를 잘 짓는 것처
럼 보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결과는 폐농일 수밖에 없다. 그래
서 지금 국민들이 정신 차리고 찾아야 될 농사꾼은, 조장(助長)하는 농사꾼이 아니라 김매는
농사꾼인 것이다.(2004. 3. 31.)
김 백호 단일문화원 원장 www.dani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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