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 책임 떠넘기는 시대착오적 발상


일산동부경찰서 '옆으로 서기' 캠페인에
고양여성민우회 항의 피켓 퍼포먼스


[고양신문] 경찰 측이 최근 지하철 내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시범 실시한 ‘대국민 옆으로 서기’캠페인에 대해 지역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일산동부경찰서는 지난 10일 정발산역에서 지하철 내 불법촬영 예방을 위해 ‘대국민 옆으로 서기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당 캠페인은 에스컬레이터 이동 중 시야확보를 위해 옆으로 서서 이동하자는 내용이다. 일산동부서 측은 최근 에스컬레이트 뒤쪽에서 여성을 불법으로 몰래 촬영하는 형태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예방 차원에서 이런 캠페인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산동부경찰서가 시범실시한 불법촬영 방지 '대국민 옆으로 서기' 캠페인 모습. 경찰서 직원들이 에스컬레이터에서 '옆으로 서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산동부경찰서가 시범실시한 불법촬영 방지 '대국민 옆으로 서기' 캠페인 모습. 경찰서 직원들이 에스컬레이터에서 '옆으로 서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캠페인에 대해 지역 여성단체들은 “성범죄 원인이 짧은 치마 때문이라는 성범죄 피해자 유발론과 무엇이 다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고양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불법촬영의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음에도 경찰 측의 이번 캠페인은 마치 원인이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불러올 수 있다”며 “기존 불법촬영이나 사이버성범죄 사례 등에서 경찰측이 보여 왔던 부족한 성인지관점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고 꼬집었다. 

민우회 측은 이 같은 경찰 측의 캠페인 내용을 비판하기 위해 10일 정발산역에서 “넓혀야 하는 것은 시야각이 아니라 경찰의 성인지 관점”이라며 포스트잇을 붙이고 옆으로 서서 피켓팅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고양여성민우회는 10일 일산동부경찰서에서 설치한 '옆으로 서기'캠페인 포스터에 항의 메세지를 담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고양여성민우회는 10일 일산동부경찰서에서 설치한 '옆으로 서기'캠페인 포스터에 항의 메세지를 담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처럼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제기되자 일산동부경찰서 측은 경기지방경찰청 차원에서 해당 캠페인 문구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일산동부서 측 관계자는 “캠페인 내용은 여성들만을 지칭한 것은 아니었고 남성과 여성 모두가 참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치 불법촬영 원인이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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