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와 미소로 ‘한 표’ 호소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운동 범위가 현저히 축소되자 현역의원에 비해 신인정치인의 경우 얼굴 알리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탄핵정국의 바람 탓인지 일부지역에선 선거분위기가 특정 정당의 후보에 기우는 현상이 나타나 열세에 몰린 정당의 후보 진영에선 국면전환에 온갖 지혜를 동원하기에 바쁘다.
식목일 3일간의 연휴동안 덕양 갑 지역의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선택한 곳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화정역 주변. 3일 오후 화정역 네거리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끌기 위한 후보들의 경연장처럼 왁자한 모습이었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후보는 자원봉사단 등을 앞세워 독특한 율동과 노래구호를 통해 유권자 표심잡기에 바빴다. 반면 한나라당 조희천 후보는 청년후보답게 세이브존 현관 앞에서 지나가는 유권자에게 직접 명암을 건네며 허리를 굽히는 ‘공손 전략’을 폈다. 같은 시각 민주당 안형호 후보측은 다음에 있을 연설회에 주력하기 위해 오늘은 거리에 나서지 않은 모습. 안후보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약수터를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며 "저녁엔 화정역에 모여 마무리를 한 다음 저녁 늦게 교회로 발길을 돌린다"고 말했다. 선거 초반전인만큼 낮에는 주로 고양 벽제 관산 주교동 등 차량을 동원 외각지역을 순회하며 부동표를 확보한다는 전략.
주말의 화정역 주변은 각 후보의 운동원들이 펼치는 쇼와 노래로 시끌했다. 대학가에서 자주 불리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노래 가락이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가 하면, 한쪽에선 젊은 운동원들이 신나는 율동을 펼쳐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은 자동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채 장시간 구경하기에 바빴다.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 방식도 제각각 다른 모습. 조 후보는 "선거법 개정으로 여러 명이 몰려 다니면 법에 저촉된다"며 운동원과 함께 행인들에게 명함을 돌리는 얼굴 알리기 선거전략을 폈다. 그는 이날 1000장을 목표로 아침부터 나와 밤 10시까지 행인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민주노동당의 정경화 후보는 다른 후보와는 달리 오전 11시에 지역의 영·유아 보육시설인 주교동 보람어린이집을 방문하였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로서 선생님과 자신의경험을 얘기하며 영·유아 보육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정후보는 영유아교육은 부모의 책임만이 아니라 사회가 같이 책임져야할 의무임을 강조하며 영·유아 교육의 단계적 무상교육실시를 주장했다.정경화 후보는 이후 화정동 아파트 일대, 지하철 지축역과 주교동 상가를 위해 바삐 움직였다.
유 후보는 템포 바른 음악으로 분위기를 잡으며 젊은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날이 저물자 유시민 후보측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만 조 후보 진영은 밤 늦게까지 명함 통을 들고 화정역 주변을 지켰다.
이날 유권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중년층과 노년층의 유권자들은 명함을 나눠주는 조 후보에게 "수고한다"며 관심을 보였지만, 젊은층 유권자들은 유 후보 캠프에 몰려 노래를 함께 부르거나 장단을 맞추는 등 분위기를 돋우는 일에 한몫 거들었다.
이번 선거는 집회유세가 불가능해져 정책대결보다는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선거 전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상이다. 선거운동 방식이 이벤트성에 치우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기존 유세 선거운동방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이 특색이다. 유권자에게 이색적인 이미지를 심기위해 연설자나 유세차량의 운전자를 여성으로 배치한 것도 전에 못 보던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최재준 기자 mycjj@hanmail.net

젊음과 경륜…자랑도 가지가지
일산 갑 한나라당 홍사덕 후보 사무실(마두역 삼희 골드프라자 405호)는 선거전략 본부답게 하루 종일 분주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선거당사자인 홍 후보는 이곳에서 만나기 힘들다. 측근 운동원의 말에 위하면 홍 후보는 오전 6시면 집을 나와 밤 11시 정도까지 지하철 역주변 등을 자동차로 돌다가 차를 세워 즉석연설을 하거나 유권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다닌다는 것. 후보가 타고 다니는 차량은 무쏘 스포츠차량인데 나머지 차량은 사진을 붙인 채 선거구역을 순회한다.
일산 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새천년민주당의 박태우 후보는 정치신인답게 돈을 적게 쓰며 발로 뛰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차량 광고도 하고 로고 송도 내 보내지만 발품을 팔면서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나눠 주는 일에 열성을 다한다. 5년 동안 일산에서 산 그는 일산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며 지지를 부탁하는 것이 특징. 외교관시절부터 시집 5권을 낸 시인인 박태우 후보는 시심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한다.
그의 시를 읽은 유권자 김모씨(백석동 코오롱 아파트)는 박 후보의 시에는 시향이 있다고 전했다. 마두동 거리에서 만난 안모씨(40)는 박 후보의 젊음과 구체적인 공약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명숙 후보는 주민들을 최대한 만나려고 오전 6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돌아 다닌다. 출근길의 유권자들을 즐겨 만나는 그는 이마트 같은 대형 상가에서 즉석연설을 하거나 춤을 추면서 부지런히 표심을 끌어당긴다.
연설장에서 만난 박모씨(44)는 시민운동으로 단련된 한 후보의 포용력과 도덕성, 그리고 여성부와 환경부의 장관을 거치며 검증된 국정운영능력에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힘으로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활짝 웃었다. 국회의 포청천, 일산하늘의 독수리로 자칭하는 무소속의 최윤기 후보는 하루 21시간 유권자를 만나러 다닌다.
고양 파주 개성 통일수도 유치운동 본부장과 한중 해저 고속도로 건설추진 본부장 등 별난 직책을 자랑하는 그는 일산과 중국 산동반도 간, 일산과 서울 도심 간의 고속 교통로를 구축하여 교통전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색 주장을 편다.
그는 부패 정당이 싫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며 당선되면 일산시민이 위대한 시민이 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김모씨(47)는 다른 후보는 다 중앙에서 내려 보낸 사람이지만 최 후보는 일산 사람임을 강조하며 지지를 공언했다.
일산 갑구는 고양시의 중산층이 몰려 사는 곳. 네 마리의 용이 한 개의 금배지를 놓고 다투는 모습이 점입가경이다.
승패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지만 고양시 4개 선거구에서 가장 볼만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질 것만은 확실하다. 후보들은 제각각 지지층이 있지만 드러내 놓고 ‘나는 아무개를 지지한다’고 공언하는 유권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안명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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