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샘플조사… 쓰레기 500리터 나와
75%가 플라스틱, 생태계 최대 위험요소
"근본적 처리대책 다함께 고민해야”

[고양신문] 지난 여름 태풍과 홍수로 한강변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드넓은 장항습지에 쌓인 쓰레기는 그 양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사실 장항습지에 떠밀려 들어오는 쓰레기는 올해만의 특별한 이벤트는 아니다. 장항습지는 기수역(바닷물이 들고나는 구역)의 특성상 여름철 집중호우와 백중사리가 맞물리는 8~9월이면 해수면이 높아져 밀물 때 갯골을 통해 많은 양의 쓰레기가 유입되어 왔다. 올해는 폭우로 인해 상류의 댐들이 일제히 방류를 하며 습지 전체가 침수되었고, 물과 함께 떠내려온 쓰레기는 장항습지 버드나무 숲 곳곳에 쌓여 있다.

고양시가 자랑스런 생태계의 보고로 내세우는 장항습지가 밀려든 쓰레기 더미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이라 자원봉사자 투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홍수에 떠내려 온 대인지뢰가 어디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접근마저 쉽지 않다. 한마디로 속수무책이다.
 

고양시에서 장항습지에 관심을 갖고 그동안 모니터링이나 교육을 해왔던 8개 단체가 모여 구성한 ‘한강하구장항습지보전협의회’는 지난 4일과 18일 장항습지쓰레기를 모니터링했다.

4일에는 탐방로 인근, 18일에는 이산포IC 인근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조사했다. 쓰레기가 많이 쌓여있는 구역 중에서 가로 세로 10미터(100㎡) 구획을 정하고 그 구역 안의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 재질별로 분류하고 용도별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18일 모니터링에서는 12명의 회원이 100㎡에서 100리터 마대 5개 분량의 쓰레기를 수거했는데 이중 75%는 플라스틱이었다. 스티로폼 조각이 가장 많고 생수와 음료용 페트병이 그 뒤를 이었다. 장항습지에 떠내려 온 쓰레기는 냉장고부터 축구공, 의자, 신발, 농약병 등 그 가짓수를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사)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은 “쓰레기가 켜켜이 쌓여 본래의 생태계를 위협한다”며 “식물도 자랄 수 없고 동물의 쉼터로도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항습지에서 겨울을 나는 재두루미(천연기념물203호,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개리(천연기념물 325-1,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큰기러기(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등 겨울철새 도래시기가 곧 다가와 우려가 더욱 크다.

쓰레기를 바로 치우지 않아 토양에 묻히면 토양을 오염시키고 서서히 부서지고 물에 쓸려다니다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물고기의 몸속에 축적되고 돌고 돌아 우리 식탁에도 오르게 된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하루에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지적을 상기하게 된다.

협의회에서 쓰레기 제거작업보다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는 장항습지에 유입되는 쓰레기의 양과 종류를 정량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항습지는 한강하구에 있고 하구습지의 특성상 여름마다 쓰레기 유입의 문제는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예측과 관리가 필요한데 정량화된 데이터가 있으면 해마다 쓰레기를 치우는 데 필요한 인원과 예산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된다.

해마다 반복되는 장항습지 쓰레기 문제에 대책이 시급하다. 더불어 쓰레기모니터링 결과 장항습지에 유입되는 쓰레기는 대부분이 생활쓰레기이며 그중 플라스틱류가 75%에 달하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분리배출,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를 실천하는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또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삶의 전환도 필요하다. 시민들도 한강하구와 장항습지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안전이 확보되면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해주길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