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후보 없어도 투표는 한다

17대 총선은 고양시민의 눈엔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생활에 쫓기는 일반 서민들에게 총선은 하나의 정치이벤트일 뿐 그다지 반기는 것 같지 않다. 일산지역 유권자 중 30% 정도는 누가 국회의원이 되 든 달라질 것이 없을 거라는 비관론이 앞서 있었다.
그래도 투표장엔 꼭 나갈 것이라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TV 시사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는 영업사원 이 모씨(남.25)는 4.15총선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이미 의중의 인물을 점찍어 두었다고 말했다. 마두동에 사는 김 모씨(남.29)는 당연히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논쟁은 필요한 것 아니냐며 선거에 무관심한 시민을 나무랐다.
주부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적극적이었다. 투표를 꼭 하겠다고 다짐하는 한 30대 주부는 앞으로 부정부패도 척결되고 대한민국이 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 반면 백석동에 사는 최모씨(여.35) TV에서 총선을 보도할 때는 아예 눈을 돌린다며 아이들이 국회의원들의 싸움질 장면을 볼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되건 현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며 선거일엔 투표를 않고 가까운 공원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판매직원 한모씨(여.43)도 경제가 어려운 것은 정치가 잘못된 탓이라며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판의 세대교체가 이루어 질 것 같으냐는 질문엔 많은 유권자들이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기성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당파싸움에 넌더리가 난다며 이번 선거엔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랬다.
세대교체에 대한 거부론도 만만치 않다. 교사출신인 정 모씨는 세대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이루어져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경험 있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만큼이나마 지켰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일산동에 사는 정모 노인(남.70)은 선배들이 피 흘려 지킨 이 땅을 친공 반미주의자들이 좌지우지하게 하게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젊은 여성유권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여성 국회의원은 적어도 부정부패와는 담을 쌓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그런 의견의 배경엔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있었던 엄청난 뒷돈거래에 대한 분개가 작용한 것이었다.
투표 대상으론 인물보다 당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그들 중엔 아무개를 찍으려 했는데 당이 마음에 안 들어 망설인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유권자는 다툼보다는 화합을 잘하는 인물을 중요시하기도 했다. 사업을 한다는 허모씨(남.45)는 선거구의 지역 이익을 위해 힘쓰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일산지역 유권자들은 정치인에 큰 기대를 않거나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투표장엔 꼭 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는 의도적으로 선거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정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 한 표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표를 행사함으로써 민주시민의 책임감을 다 하겠다는 많은 고양시민들이 많다는 것은 고양시의 밝은 앞날을 예고하는 현상이기도 했다. 우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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