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糞香)

중궁(仲弓)에 대해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중궁은 어질기는 하지만 말재주가 없습니다.”라고 흠잡아 말 하였다. 이에 공자는 “말재주를 어디에다 쓰겠는가? 잘하는 구변으로 남의 말이나 막아서 자주 사람들에게 미움만 받을 것이다.”고 하였다.
이런 정신을 이어받아서인지 전통적으로 입이 무거운 사람을 중후(重厚)한 사람 혹은 덕 있는 사람이라 부르며 높은 점수를 주어왔다. 그러나 요즘은 ‘톡톡 튀는 말’, ‘쌈박한 말’을 잘하는 구변이 좋은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세상이다. 그래서 “장부의 말 한마디는 무겁기가 천금과 같다(丈夫一言重千金)”는 옛말을 들먹이다가는 구시대 인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대가 바뀌더라도 말은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선문(禪門)에서는 “망령된 말을 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똥을 깎아서 향을 만들려는 것과 같다.(帶妄修禪 如刻糞爲香)『禪家龜鑑』<三八>.”고 말하며 경계하고 있다. 바르지 않은 마음으로 꾸며대는 말은 바로 똥을 깎아 향을 만드는 짓임을 알아야 한다. 분향(糞香)이 자욱한 이 시절에 어눌하나 진실 된 사람을 찾아보자.(2004. 4. 6.)
김 백호 단일문화원 원장 www.dani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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