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시 기획⑥ 고양의 장수 어르신 인터뷰 - 구산동 윤병렬 어르신(95세) 

복지관·노인정, 동네 곳곳에 친구들 많고 긍정적 
코로나로 복지관 못 가 인지기능 떨어져 걱정  
치아 모두 건강, 아직도 얼음 깨먹고 과일 즐긴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건강한 삶, 건강한 도시를 위한 기획연재를 마무리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계신 고양의 장수 어르신들을 인터뷰합니다. 첫 인터뷰는 구산동 윤병렬 어르신입니다. 올해 95세이신 윤병렬 어르신은 친구가 많습니다. 복지관 커피집 사장님부터 동네 동생들, 노인정 회원들까지 다 다정한 친구입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일산노인종합복지관입니다. 아침 10시10분, 복지관 버스에 올라타면 하루가 시작됩니다. 복지관에서 친구 만나고, 운동하고, 밥먹고, 이야기하며 3시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복지관 일정이 끝나면 동네 노인정에 들러 6시까지 놀다가 집으로 가곤 합니다. 친구들은 집에도 자주 놀러 오고, 전화도 거의 매일 주고받습니다. 이젠 어디를 가도 나이가 제일 많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동네 여행도 잘 따라다니시고, 이곳저곳 다양한 활동에 재밌게 참여하십니다. 코로나 때문에 복지관 문이 닫히면서 주로 집에 있게 된 어르신은 최근 몇 달 동안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크게 떨어지셨다고 합니다. 어르신과 같이 사는 딸 박혜자씨는 복지관에 못 다니시면서 기억력이 너무 떨어지셔서 걱정이 큽니다. 담당 의사도 걱정을 많이 합니다. 어르신도 딸도 복지관 문 열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시간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며 장수의 이유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며,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의지력도 강했습니다. 그런 어르신에게 복지관은 아주 훌륭한 일터이자 놀이터였습니다. 고관절이 부러지고, 허리뼈가 부러졌을 때도 복지관 가고 싶은 마음 하나로 얼른 일어나셨다고 합니다. 의사는 앞으로 혼자 화장실만 갈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는데, 의지가 진단을 훌쩍 뛰어 넘었습니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치아가 아주 튼튼하십니다. 28개 이가 모두 남아있고, 2개만 덧씌운 상태입니다. 아직도 얼음조각을 자주 깨드신답니다. 


인터뷰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은 감사하다, 고맙다였습니다. 올해 초 남편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직접 밥을 차려드실 정도로 건강하셨던 어르신은 지난 8월 치매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복지관 폐관 이후 기억력이 너무 떨어지셔서 검사를 받았는데, 뇌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답니다. 그래도 아직 치매 증상은 없습니다. 가까운 기억력이 떨어진 점 빼고는 불편한 점도 없고요. 한없이 긍정적인 마음이 뇌의 퇴화조차도 막고 있는 듯합니다. 
 
▮ 가족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난 2남2녀 중 셋째지. 고향은 파주 오산리 기도원 있는 그 오산리야. 친정은 꽤 잘 살았어. 오산리 기도원이 있는 그 땅도 우리 친정 땅을 준 거야. 엄마가 아주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었어. 내가 엄마 닮았어. 장단서 결혼했는데, 전쟁 때 피난 내려와서 김포에 잠깐 살다가 일산으로 왔어. 남편은 오남매 중 셋째였어. 하나 빼고, 사남매가 모두 일산에서 가까이 살았어. 모내기 할 때마다 모여서 같이 일했는데, 밥 먹을 때면 명절같았어. 

▮ 할아버지도 장수하셨다고 들었어요. 언제 돌아가셨나요. 

올해 1월에 돌아가셨어. 98세셨어. 1월에 돌아가셔서 얼마나 다행이야.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도 못 가고 장례식장도 못 가는데 그땐 그래도 괜찮았거든.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텃밭을 챙길 정도로 건강했어. 남편은 젊었을 때 약골이어서 다들 오래 못 살 거라고 했는데, 병치레 한 번도 안 하고 98세까지 살았으니 잘 살았지. 전립선암도 있었는데 어디 아픈 데도 없었고, 본인은 암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어. 딱 두 달 반 폐렴 앓다가 돌아가셨어. 그래서 섭섭한 것도 없어. 

“엄마는 늘 긍정적이고, 친근감이 넘치세요. 엄마가 다른 사람을 흉보거나, 나쁘게 말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제가 혹시 누구를 나쁘게 말하면 아예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말을 막으셔요.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 엄마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 같아요.” 윤병렬 어르신과 딸 박혜자씨.
“엄마는 늘 긍정적이고, 친근감이 넘치세요. 엄마가 다른 사람을 흉보거나, 나쁘게 말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제가 혹시 누구를 나쁘게 말하면 아예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말을 막으셔요.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 엄마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 같아요.” 윤병렬 어르신과 딸 박혜자씨.

▮ 그간 아픈신 곳은 없으셨나요.

나도 병치레는 한 번도 안 했어. 지금은 나이 들어서 약을 많이 먹지만, 크게 아픈 데는 없어. 한 가지 불편한 건 허리랑 다리랑 좀 안 좋아서 몸이 자유롭지 않아. 70대 때였나, 겨울에 빙판길에서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졌어. 수술을 3번이나 했어. 그땐 백병원이 내집인양 다녔어. 그리고 또 부엌에서 허리가 부러져서 고생했어(15년 전쯤). 의사가 다 나아도, 혼자 화장실만 갈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괜찮았어. 힘들어도 참고 복지관에 다니고 그랬어.

▮ 현재 드시는 약은요.

약 많이 먹어. 아침 먹기 전에 4개, 아침 먹고나서 3개(당뇨약 혈압약 심장약 등 질병 관련해서는 3~4개 약을 드시고 영양제도 몇 가지 드신답니다. 요즘 공복 혈당은 100 미만이고 혈압도 그리 높지 않아서 약은 약하게 처방받고요.)

▮ 음식은 어떤 음식 좋아하시나요. 

김치와 밥이 좋지. 우리 때는 김치 말고 뭐 있어. 요즘도 동치미랑 나박김치, 짠지 잘 먹어. 생선은 잘 안 먹고, 고기는 많이 안 먹어. 콩나물국도 자주 먹어. 밥은 많이 안 먹어. 과일은 다 좋아해.(요즘은 밥을 2~3 수저 정도밖에 안 드시고 과일 등 간식을 좀 드신다고 해요.)

▮ 치아는 어떠신가요.

이는 아주 좋아. 모두 내 이야. 두 개만 씌웠어. 60대 때 이 하나가 곪아서 병원에 갔는데 뽑으라는데 안 뽑았어. 그 이도 아직 멀쩡해. 얼음도 씹어 먹고, 사과도 씹어 먹고, 이가 좋아서 다 잘 먹어.

▮ 어떻게 사셨어요. 

농사짓고 살았지. 벼농사 밭농사 다 했는데, 나머지는 집에서 먹을 정도 했고, 부추는 좀 많이 했어. 부추 팔아서 자식들 다 키웠어. 나는 일산장 모래내장 다니면서 부추 팔았고, 남편은 우리 농사도 하고, 남의 농사일도 했어. 나는 배고픈 줄 모르고 살았어.

▮ 코로나로 많이 힘드시죠. 어떤 점이 제일 힘드신가요. 

복지관 못 가서 힘들지. 일산노인복지관 문 열었을 때부터 계속 다녔거든. 복지관 안 가니까 답답해. 몸도 안 좋아지고, 빨리 문 열었으면 좋겠어.(올해 1월부터 복지관에 못 다니시면서 인지기능이 많이 약해지셨다고 해요. 그 전에는 기억력도 좋으시고, 대화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금방 잊어버리시고, 의사소통도 좀 어려워지셨답니다.)

▮ 복지관에서 주로 어떻게 보내셨나요.

체조하고, 자전거(실내 운동기기) 타고, 허리 돌리는 것도 하고, 노인들과 이야기 하고, 재밌게 보냈어. 복지관 끝나면 노인정에 가서 놀고. 복지관 커피집 사장님은 아직도 전화 자주 해. 친구들도 자주 전화하고. 

▮ 누구랑 제일 친하세요.

막내 동서랑 제일 친해. 우리집 가까이 사는데 먹을 것도 잘 챙겨주고, 자주 만나고 제일 친하지. 복지관 친구들하고 노인정 친구들, 동네 동생들하고도 친해. 다들 우리집에 놀러도 오고 그래. 복지관에서는 102살 된 분이 제일 나이가 많았는데, 돌아가셔서 이제 내가 젤 많아. 우리동네에서는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아. 근데 나보다 몇 살 위인 언니가 코로 음식을 먹고 있어. 건강한 걸로는 내가 나이가 젤 많아.

▮  제일 행복하셨던 때는 언제인가요.
뭐 나쁜 건 없었어. 언제 좋았는지 잘 생각도 안 나. 아… 애 못 낳는다고 타박받다가 아들 낳았을 때 제일 좋았어. 18살에 시집와서 29살에 아들을 낳았으니 얼마나 좋았겠어. 전쟁 때문에 피란 다니느라고 애 못 낳는 게 큰 걱정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담이 얼마나 컸겠어.

▮ 어르신처럼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그냥 누구하고 싸우고, 누구 욕하고 그런 건 없었어. 며느리도, 동네사람들도, 복지관 동생들도 다 좋아. 사람들도 나를 좋아해. 그냥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지 뭐. 

이영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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