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신도시 어떻게 만들어지나 - 기본구상 국제공모 당선작 해안건축 김태만 대표 

창릉천 9개 물줄기 사이사이의 마을
화전벌말 원흥 화전 행신 구도심 연결 
정원 텃밭이 있는 세대별 아파트 마당
학교와 건물, 단지와 단지 경계 허물고
집 밖에 바로, 5분 거리에 녹지 배치 

[고양신문] 창릉신도시는 고양에 들어서는 2번째 신도시입니다. 일산신도시가 일산의 가치를 올렸다면, 창릉신도시는 덕양의 가치를 올리고 고양시 전체의 도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해안건축이 5개의 3기 신도시 중 창릉신도시 국제공모에 참여했다는 것은 고양시 입장에선 보면 참 반가운 일입니다. 국내 최고의 건축디자인그룹, 또는 세계 16위의 글로벌 건축기업이라는 간판도 좋지만 무엇보다 건축과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신합니다. 참신하다는 것은 근원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새로운 화두를 찾아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창릉신도시 당선작에는 새로운 시대의 화두, 생태적 도시가 담겨있습니다. 지면의 크기는 작고, 담을 내용은 많습니다.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창릉신도시에 대한 기본구상을 들어보고, 자세한 계획은 인터넷 고양신문 기사에 자료로 첨부해 두겠습니다. 좋은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협의와 협상이 필요합니다. 사업시행자인 LH와 관리감독자인 고양시와 시의회, 그리고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도시구상은 그림 한 장일 뿐입니다. 창릉신도시가 새로운 생태도시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밑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5개 신도시가 동시에 공모를 진행했는데, 창릉신도시 공모에 도전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고양시 입장에서는 참 다행입니다만….

고양시에 관심이 많아요. 우선 해안은 고양시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연을 맺었어요. 라페스타 웨스턴돔 원마운트 EBS사옥 등 꾸준히 참여했어요. 애정이 많아요. 고양의 특별한 위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좋은 잠재력을 갖는 위치인데,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창릉신도시가 고양시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양시에 새로운 도시를 잘 만드는 일은 수도권 전체, 수도권 서북부 도시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전했어요. 

 해안 외에도 국내 대표 건축기업이 다들 공모에 도전했던데, 해안의 작품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창릉을 비롯해 3기 신도시 기본구상 공모는 국제공모로 진행됐어요. 해안은 미국 조경설계회사와 함께 참여했는데, 새로운 도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3기 신도시는 3세대 신도시라고 볼 수 있어요, 1기 신도시와 다른 배경, 다른 사람들, 다른 여건에서 출발해요. 3기 신도시의 맥락은 어때야 할까,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할까…. 도시의 맥락과 정의, 의미를 찾는 데 집중했어요. 멋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신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요. 그래서 너무 멋 부리지 않은, 진솔한 모습의 도시가 그려진 것 같아요. 

해안건축이 제안한 창릉신도시 그린스퀘어 투시도
해안건축이 제안한 창릉신도시 그린스퀘어 투시도

뉴노멀, 삶의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시대의 신도시라는 개념을 언급하셨는데, 이 개념은 기존구상과 도시공간 계획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신도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있어요. 삭막한 도시, 수십 년 지나면 살  만해지지만 그땐 이미 구도시가 되어가죠. 또 신도시는 먹고 자는 베드타운으로 인식되어 있어요,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시, 자족기능이 없는 도시가 되죠. 1기 2기 신도시의 한계예요. 도시는 사람의 요구, 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야 해요. 이 시대의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맥락을 잡아야 하죠. 도시 내에서 일하고 먹고 자고 놀고 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를 잘 키우고, 이사 안 가고 오래 살 수 있는 도시를 많이 고민했어요. 예전에는 큰 공간에 크게 모이고, 강력한 문화 공간을 만들 수 있는 큰 오픈스페이스가 중요했어요. 일산호수공원을 보세요. 저도 아주 좋아하는 공원이지만,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공원으로서는 공간의 한계가 있어요. 물론 큰 공간도 필요해요. 그러나 이제 더 중요한 공원은 생활 가까운 곳, 5분 이내의 작은 공원이에요. 공원과 마당, 상가 등 일상에 필요한 공간을 더 촘촘하게 만들고, 공원도 길도 촘촘해야 해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공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퉁이를 돌아서면 공원이고, 내 집 앞이 공원인 도시를 그렸어요. 큰 공원 앞만 비싸지는 일은 없겠죠.  

 공모 준비하시면서, 자료조사도 많이 하시고 현장조사도 하셨을텐데, 창릉신도시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창릉천이죠. 창릉천을 잘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창릉천을 어떻게 삶속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창릉천은 건천일 때 우기일 때 많이 달라요. 우선 기본은 유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우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재개념이 1순위고,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친수공간을 만드는 일이 그다음 중요해요. 평상시 유량을 풍부하게 유지하기 위해 한강물을 끌어와 공급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방법은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인위적이고,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요. 친환경적이지 않죠. 꼭 필요하다면 제한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있을 거예요. 물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자연 하천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수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어요. 창릉천은 자연하천이에요. 깔끔하게 포장된 운동장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죠. 자연하천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일산호수공원 등 신도시에 만들어진 호수공원은 살아있는 호수는 아니에요. 인위적으로 살리고 있는 호수지요. 창릉신도시에는 살리기 위해 덜 힘쓰는 자연호수공원을 만들고 싶어요. 다른 호수공원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공원이요. 큰 호수공원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크고 작은 호수공원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어요. 이시대의 새로운 모델 같은 공원,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공원이요.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는 건축디자인 전문가지만 생태전문가 못지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도시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발상을 진화시킨다. 창릉신도시 구상에는 진화된 생태도시에 대한 발상이 담겨있다.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는 건축디자인 전문가지만 생태전문가 못지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도시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발상을 진화시킨다. 창릉신도시 구상에는 진화된 생태도시에 대한 발상이 담겨있다.

 1기 신도시를 대표하는 일산 신도시의 경우 기존 도시와 분리되고 단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도시의 소외와 박탈감이 컸어요. 이번 3기 창릉신도시 기본구상에는 ‘연접도시와의 상생’이 핵심가치로 들어가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상생에 주목하시게 된 배경을 직접 듣고 싶습니다. 

3기 신도시는 땅이 없었어요, 1기 2기 신도시와 크고 작은 택지개발이 이미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가용지대를 많이 사용했어요. 독립적인 공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창릉신도시 역시 화정 원흥 행신 등 다양한 택지들 사이에 끼여 있어요, 주변 도시들과 함께 살아나야 해요. 창릉신도시의 자족용지는 40만 평이에요, 주변부를 같이 끌어 올리려면 안으로 몰고 오는 것보다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해요. 다양한 기능을 가진 중심부를 만들고 이 중심부가 네트워크 되는 형식의 도시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존 도시와의 상생을 우선 가치로 설정하신 점과 ‘자연의 침투와 확장을 우선하는 도시구조 만들기’라는 공간구성 원칙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자연의 흐름을 먼저 읽고, 파편화된 자연을 연결하고, 자연의 루프 안에 도시기능을 얹는다는 공간구조 프로세스가 감명 깊었습니다. 기존 도시개발은 도시기능을 먼저 설정하고 자연을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이 더 파편화되곤 했지요. 

우리도 이제 신도시 경험이 많이 쌓였어요, 두바이처럼 강한 상징성에서 자연스러운 시스템이 중요해지는 단계로 진입했지요. 1기 신도시가 축과 영역을 강조했다면 2기 신도시는 자연자원 등 주변자원을 잘 살리고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3기 신도시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더 강화돼요. 기존의 드러난 자원뿐만 아니라, 숨겨진 자원도 드러내 살려내는 겁니다. 숲의 흐름, 물의 흐름을 잘 읽고, 더 많은 숲길과 물길을 복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려고 했어요. 창릉신도시의 경우 창릉천을 중심으로 한 9개의 물길을 살려내는 일이 가장 중요했어요. 물길은 산에서 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체계는 녹지체계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죠. 그래서 도시골격을 짤 때, 자연을 좀 더 촘촘하게 구성한 후 분지처럼 도시기능을 배치했어요. 산과 천을 살리고 사이사이 마을을 배치한 겁니다. 자연이 자라나는 도시인 거죠. 

 아파트 공간이지만 마당공간을 배치한 설계도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마당이 있는 첫 아파트가 될 것 같은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아파트 마당은 몇몇 곳에서 시도한 적이 있어요. 아파트 공간을 다 실내화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해요. 대부분 발코니를 공짜 면적처럼 여기면서 실내 거실 공간으로 확장해요. 이제 아파트에도 녹색 마당이 필요해요. 창릉신도시 첫 아파트에는 모든 세대에 테라스 마당을 배치했어요. 아파트에서도 정원을 가꿀 수 있는 겁니다. 텃밭도 만들 수 있고요. 물론 이 계획은 집주인의 의지에 따라 실현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어요. 조금 더 강력한 녹색도시 지침이 필요해요. 싱가포르는 도시 내 녹화면적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도시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요. 땅 100평이면 조경면적도 100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있는데 아주 흥미로워요. 옥상과 벽면, 발코니 등 건물 전체의 입체적 녹화로 자연이 촘촘하게 자라는 도시를 만드는 계획이에요. 
창릉신도시도 아파트 내 녹지공간을 비롯해 상가 등 건물 테라스 녹화, 아파트 단지 내 텃밭 등 다양한 녹지를 촘촘하게 배치했어요. 싱가포르처럼 강력한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잘 실현됐으면 좋겠어요. 

 학교공간과 지역커뮤니티의 융합공간인 스쿨파크도 신선합니다. 

학교 담장을 없애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구상했어요. 이제 학교는 학생이 모자라집니다. 그래서 학교의 용도에서 지역사회 공공시설의 용도로 폭넓게 전환돼야 해요. 초등 중등 고등 3개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가 운동장과 공원, 생태학습장, 다양한 사회 인프라 시설을 같이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사람들이 서로 많이 써야 부가가치는 올라가고 관리부담은 줄어들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새로운 도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내려놓아야 하죠. 

 구상과 계획은 아주 훌륭하지만, 실제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많이 변형되고 축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도시건설 과정에도 해안이 참여하시게 되나요? 일단 첫마을 시범단지 계획을 맡게 되셨는데요.  

아파트 1500세대가 입주하는 첫마을을 직접 설계하고 건축까지 진행해요. 첫마을을 통해 아파트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바꾸고 싶어요. 아파트는 같이 쓰는 공간이에요. 단지는 클수록 좋다, 부대시설도 크고 많을수록 좋다, 꼭 그럴까요? 크다는 것은 부담이 많다는 거고, 결국 입주민 부담이 커진다는 거예요. 
또 아파트가 크다는 것은 도시로 보면 단절이 심화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1000세대가 한 단지라면 한 마을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못해요. 같이 사는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웃이 될 수 있는 마을이 되려면 작은 단위로 그룹핑해야 해요. 놀이터에서 같이 놀고, 텃밭도 같이 가꾸고, 먹을 것도 나눌 수 있을 때 이웃이 만들어질 수 있잖아요. 첫마을 아파트는 1500세대를 8개 단위로 블록화할 예정이에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고, 서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적정 규모의 마을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커뮤니티 시설과 상업시설, 도시인프라 시설은 같이 쓰고, 단지별 경계는 허물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내 아파트 앞을 지나는 것을 허용하는, 이웃과 경계를 허무는 마을을 그렸어요,

 도시구상이 훌륭해도, 도시를 채우는 건물의 디자인과 컬러, 마지막 장식인 간판이 마구잡이로 만들어지면 도시의 가치도 떨어집니다. 건축디자인부터 간판디자인까지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는 없을까요. 

도시에 대한 큰 그림은 그려내지만 도시 건물은 개별 건축주들이 지어요. 건물의 디자인까지 중제하기는 어렵지만 도시공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는 있어요. 가이드라인을 통해 블록별 필지별 녹지가이드라인, 스카이라인, 색채 등등을 담아낼 수 있겠죠. 개별 건물의 형태와 디자인의 자율성은 존중해야 하고요. 그래야 다양하잖아요. 도시의 상업시설들은 서로 전투상황이에요. 상업시설의 과잉공급을 제한하고 적정한 공급량을 조절할 필요도 있어요. 

 집은 한 사람, 한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도시는 지역 공동체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코로나19 이후 집과 도시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데요, 해안의 계획안에는 새로운 신도시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충분히 담겨있어요. 창릉신도시를 기대하는 고양시민에게 한 말씀 전해주세요. 

창릉신도시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신도시의 모델이 되었으면 해요. 해안이 제안한 창릉신도시 기본구상에는 창릉천과 창릉천으로 이어지는 9개의 소하천, 망월산 등 자연의 흐름을 잘 살리는 도시, 세계유산 서오릉과 화전 예술인 마을 ‘벌말’ 등 문화자원을 잘 연계한 도시, 구도심과 신도심, 다양한 기능, 작은 마을이 상호 연결되는 도시, 그리고 손자손녀까지 정붙이고 사는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크고 멋진 메인 공간보다는 어디에 살더라도 고루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의지도 담겨있고요. 도시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할까, 끊임없이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해요. 고양시와 LH, 그리고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해요. 

이영아 발행인

아래를 누르면 국제공모 당선작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3기 신도시 기본구상 및 입체적 도시공간계획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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