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고양바람누리길 걷기축제 

코로나로 중단위기 바람누리길걷기 
100명 걷기로 대폭 축소해 진행 
고양신문·고양시걷기연맹 주최
사과나무의료재단 지속적 후원 

[고양신문] 매년 수천 명의 고양시민이 함께 걸었던 고양바람누리길걷기축제가 올해는 대폭 축소돼 간소하게 진행됐다. 코로나 때문에 13년 이어온 걷기축제의 맥이 끊어질 위기였지만, 행사 예정일 직전 코로나 거리두기가 한 단계 낮아지면서 축소해서라도 진행될 수 있었다. 고양신문과 고양시걷기연맹은 바람길 걷기의 맥을 잇는 100명 걷기로 방향을 잡고, 선착순 신청자 100명을 모집하는 번개 홍보를 진행했다. 홍보를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100명이 마감됐고, 걷기는 지난 4일 무사히 진행됐다. 

이가순 수로 따라 행주산성까지 걸은 후 점심 
100명의 선발대는 호수공원에 모여 가볍게 몸을 푼 후 오전 9시30분 북한산을 향해 출발했다. 연인과 친구, 부부,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들이 나란히 참여하기도 했고, 가볍게 혼자 걷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평균 2000명 안팎이 함께 걸었던 예년의 걷기축제보다 행렬은 짧았지만 오붓하고 조용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섬말다리를 넘은 후 이가순 수로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한강에 도착, 11시다. 작년보다 1시간 빨리 왔다. 고양에서 유일하게 한강변을 산책할 수 있는 행주산성역사공원 수변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있었다. 

행주산성 둘레길 데크 설치, 걷기도 풍경도 한결 좋아
수변광장에 가방을 내리고 점심을 먹었다. 고된 걷기 후에 먹는 도시락은 참 달콤했다. 참가자들은 서로 준비해 온 사과와 단감, 간식을 나누어 먹고 따듯한 커피도 아낌없이 권했다. 50분쯤 점심 휴식을 즐긴 후 다시 행주산성 둘레길을 걸었다. 행주산성 둘레 한강변에는 예쁜 데크 길이 새로 설치돼 걷기도 편했고, 한강의 운치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행주산성 중턱 비탈길을 가로질러야 했던 고된 코스였는데, 이 코스를 편하게 걷다 보니 바람누리길 완보가 한결 쉬워진 느낌이다. 행주산성 둘레길을 빠져나오면 북한산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흐르는 창릉천을 만난다. 창릉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은 항상 신비롭다. 커다란 버드나무 몇 그루가 뿌리내린 지점이 두 물길이 교차하는 곳이다. 

창릉천 무성한 갈대밭길 걷는 낭만도 즐기고
창릉천 물길을 따라 쭉 거슬러 올라가면 원흥지구 삼송지구 등 새로운 아파트단지를 만난다. 얼마 후면 창릉신도시도 들어선다. 창릉신도시는 창릉천을 한가운데 두고 있다. 창릉신도시가 만들어지면 고양바람누리길 풍경도 한결 달라지겠구나 싶다. 택지개발지구가 늘어날 때마다 창릉천은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아직은 자연하천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서 좋다. 다른 인공 하천이나 인공 호수가 주는 깔끔함은 덜하지만 자연이 주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살아있다. 창릉천변 갈대밭길은 행주산성부터 삼송아파트단지까지 꽤 길게 이어져 있다. 키보다 높은 갈대 사이를 걷는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바쁘게 움직여 본다. 

창릉천 갈대밭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참가자들.
창릉천 갈대밭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참가자들.

부부 친구 연인… 힘들수록 다정다감해지는 함께 걷는 사람들 
매년 바람누리길을 걷다 보면 나무와 꽃, 하늘도 아름답지만 제일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이다. 나란히 걷는 아버지와 아들, 손잡고 걷는 중년의 부부, 힘들어하는 아내의 등을 받쳐주는 남편,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 그리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온다. 사람들의 다정다감한 풍경은 북한산이 가까워질수록 풍성해진다. 다리가 무거워질수록, 배려는 커진다. 올해는 미세먼지가 많아서 북한산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창릉천을 거슬러 걷다보면 어느 지점에서든 북한산이 그림처럼 멋지게 솟아있는데, 그냥 뿌옇기만 하다. 삼송 덕수교를 지나서야 북한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흥국사 앞 다리(사곡교)를 건너자 의상봉이 멋지게 펼쳐진다. 다리는 한없이 무겁지만 마음은 가벼워진다. 이제 10분 정도면 끝이다. 

이야기를 나누며 긴 길을 걸었던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는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 따라나설 것 같지 않아서, 올해가 마지막으로 여기고 걸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며 긴 길을 걸었던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는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 따라나설 것 같지 않아서, 올해가 마지막으로 여기고 걸었다고 한다.
30㎞를 6시간 만에 완보한 참가자들이 완보증을 받고 있다.
30㎞를 6시간 만에 완보한 참가자들이 완보증을 받고 있다.

북한산 4시 도착, 예년보다 1시간 빨리 완보 
행렬의 선두는 4시쯤 북한산에 도착했고, 4시20분쯤 참가자 모두 무사히 북한산 숲을 밟았다. 예년에 비해 한 시간 이른 시간이다. 100명이 참 줄기차게 열심히 걸었구나, 참가자 모두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생긴다. 도착지점인 북한산 쉼터에서 완보증을 받아든 참가자들은 완보증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핸드폰 인증샷을 날리며 고된 하루의 노고를 후련하게 풀었다. 
고양신문과 함께 걷기를 주관한 고양시걷기연맹 임철호 회장은 “코로나 때문에 걷기가 중단될까봐 걱정했는데, 무사히 맥을 잘 이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예년에 비해 인원이 적다 보니 더 여유있고 평화롭게 걸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점도 많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내년엔 코로나가 깨끗하게 사라지고 여럿이 함께 걷는 일이 예전처럼 자유로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발행인 이영아 

완주증을 받고 기념촬영하는 한 참가자, 상장을 받은 아이처럼 뿌듯한 얼굴이다.
완주증을 받고 기념촬영하는 한 참가자, 상장을 받은 아이처럼 뿌듯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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