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하는 이웃 임장춘 유기동물복지협회 공동대표

 

[고양신문]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4가구 중 1가구가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과거 ‘애완동물’이라 부르던 것에서 ‘반려동물’로 명칭도 바뀌고 그만큼 개와 고양이의 위상도 높아졌다고 봐야할까.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고 했던가.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그만큼 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실시한 '2019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372마리의 동물들이 버려진다. 유기견에게 새로운 ‘견생’의 기회는 없는 걸까?

애견훈련사에서 동물보호활동가로 영역을 확대한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이하 한유복) 임장춘(61세) 공동대표. 그는 유기견을 데려다 행동교정과 훈련을 통해 특수임무견으로 육성하거나 일반가정에 입양되도록 돕는다. 

임 대표에 붙은 수식어와 직함이 정말 많다. 동물보호활동가, 동물학대조사가, 임애견훈련소 소장, 한국애견협회 훈련사, 한국 사체탐지견 감독관, KKC공인 훈련사범, KKF공인 훈련사범, 건국대학교 LINC+사업단 반려동물 법률상담센터 자문위원, 고양시 동물보호명예감시원,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 반려동물통합전문가 자격증과정 특강강사 등, 다 나열하기도 어렵다. 38년간 개와 함께 했던 세월이 만들어준 타이틀이다. 

1세대 애견훈련사로 유기동물복지협의회 설립
임장춘 대표는 우리나라 1세대 애견훈련사로 실내견훈련소 1호인 임애견훈련학교를 1983년 열어 평생을 개를 훈련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보호소에서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당하는 안타까운 동물을 보고 유기동물복지협회를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한유복은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을 마친 비영리단체로 출범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개가 사람을 물면 안락사 대상이 된다. 임 대표는 “개가 사람을 물게 된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전문가가 판단을 해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주어야지 무조건 도살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임 대표는 단순히 개의 행동을 보고 생사여탈권을 행사하지 말고 훈련을 통해 ‘갱생’의 기회를 주자고 강조했다.

훈련받은 유기견이 사람을 돕다
훈련을 잘 받은 개들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임 대표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개를 데려와 행동교정 훈련을 해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청소년 교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개와 정서적 교감을 하면서 심리치료의 효과가 있단다. 독거어르신들에게도 개와의 교감은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 정서적 교감, 심리적 치료를 위해서 개들에게 대소변가리기, 사람물지 않기를 교육한다. 

“일부러 귀를 당기기도 하고 꼬리를 잡아당기고 거칠게도 해봅니다. 혹시 모를 사람들의 거친 행동에 개가 물거나 하면 안되잖아요. 모든 훈련을 마치고 믿을 만한 녀석들을 투입하는 것이죠.”

임 대표는 유기견 중에서도 재능이 보이는 개들을 훈련시켜 경찰견, 인명구조견 등 특수임무견을 양성한다. 사체탐지견으로 활동하는 ‘슈슈’는 교통사고로 버려진 개였다. 치료 후에도 뒷다리에 장애가 남아 걷는 것이 불편하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사체탐지견 1호가 되었고, 미국의 사체탐지견 시험에서 2년 연속 합격하며 능력을 보여주며 활약 중이다.

“개들은 3~4개월 훈련하면 다 합니다. 특수견은 보통 강아지 때부터 훈련을 하는데 적응 못하는 개가 나오기도 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요. 유기견 중에서 자질 보이는 개를 선발해 교육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에요.”

특수견들의 ‘조기교육’도 좋지만 유기견 중에서 재능있는 녀석을 발굴해내는 것이 생명도 살리고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도 낫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개가 함께 춤추는 도그 댄스(Heelwork to Music)를 해보려 개를 훈련 중이다. “휠체어에 개를 태워본 것이 처음이라면서 너무 좋아하더라”며 도그 댄스에 특화된 개들을 입양 보내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방황하던 청소년기, 개를 통한 깨달음
임장춘 대표는 어쩌다 개 훈련사가 되었을지 궁금하다.

8대 독자인 그는 고등학교 때 방황을 하다 여러 학교로 전학을 다니게 됐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게 되었는데 친구도 없고 외로워서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책을 보면서 훈련시키다보니 훈련할수록 말을 잘 듣고 잘 행동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내가 개만도 못하게 살았구나, 반성이 되었어요. 용두동에 있던 개 훈련소를 찾아가 제자로 받아달라고 했어요. 안 받아주겠다고 가라고 하셨어요. 개똥 치우며 제자로 받아달라고 눌러앉았지요.”

‘스승님’이 개와 지내는 모습을 보고 훈련사의 길을 열어주어 개 훈련사가 되었다. 임 대표 자신이 청소년기에 방황의 시간을 보냈기에 잘못된 길에 발을 들여놓은 소년원 청소년들이 바른 길을 가도록 돕고 싶고 그래서 개와 함께 정서적 교화교육을 하게 되었단다.

훈련사의 삶은 어떨까? 그는 개를 훈련할 때는 화내지 말고 끈기를 갖고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각가가 나무를 다듬어 작품을 만들 듯 문제견도 잘 대해서 의젓한 개로 만들었을 때 예술감과 성취감이 느껴진다.”

일반가정에서도 반려견을 키울 때 물건 쇼핑하듯 강아지를 고르지 말고 정말 잘 키울 수 있는지 보호센터에서 봉사도 해보고 개 키우는 방법을 공부해서 신중하게 ‘입양’을 하면 개를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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